6.2지방선거를 70여일 앞 둔 익산지역 정치상황이 혼탁일로다. 탁류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제3세력이자 대표적인 토호의 정치 개입이다. 그는 민주당 특정 지역위원회 위원장의 정치적 가신(家臣)으로, 위원장이 곤경에 처할 때 마다 음지에서 도와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당적을 가지고 있거나 을지역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그를 고용한 것은 아니다. 둘의 인연은 위원장의 아버지 대(代)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오랜 동안 어울리면서 공사(公私)의 경계를 초월하는 관계가 되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그래서 둘의 사적인 관계를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적인 면에서는 전혀 다른 지형이다.

다가올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의 입장에서 경선을 공정하게 치르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민심이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특정 지역위윈회는 기초·광역의원 공천을 이미 내정(內定), 심각한 내홍으로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경선 전의 공천자 확정 행위는, 탈락자들이 내부 경선을 치르기도 전에 그런 사실을 알 정도로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탈락자들이 대거 당적을 옮기거나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는 등 당 내부의 불만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민주당적을 일탈한 후보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당 지역위원회가 경선 예비후보들 가운데 이해관계에 놓여있거나 다루기 쉬운 쪽을 선택하면서 경쟁력있는 인물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 특정 지역위원회의 시민 경시풍조가 도를 넘었다는 걸 반증한다.

무엇을 위해 존립하는지를 망각한 정당이 오래 남을 수 있을까. 정의(定義)가 훼손된 경선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자문해보라.

내부의 문제가 존중받으려면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민주당이 그동안 이 지역을 지배하는 정당이었기에 공당으로서의 선거에 임하는 도리를 다 할 책임이 막중하다. 그것이 보은의 길이다.

최소한 후보들이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하고, 투명성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후보군을 끌어 모아 유권자들이 선택할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러나 반민주적인 경선으로 오늘의 선거 정국을 혼란에 떨어뜨리는 정당이라면 유권자들의 외면을 감안했을 터이다.

지난 15일 익산지역 유권자들은 민주당 특정 지역위원회가 더이상 스스로 질서를 유지해 나가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마주하게 됐다.

민주당 특정 지역위원회 시장 경선 예비후보인 A씨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일부 당직자들이 자발적으로 돕고 을지역위원장의 측근이 자신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핵심 당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해괴한 일이다.

그가 실수로 한 말이 아니라면, 핵심 당직이 아닌 당직을 가진 측근은 누구인지 궁금증이 점증되는 대목이다.

이미 과거 제 3세력의 꼭두였던 당사자가 개인적으로 A씨를 돕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특정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특정 예비후보 지지설은 설에 불과할 뿐이고, 지지할 의사도 전혀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 익산 특정지원 위원회의 현주소는, 위원장의 측근과 일부 당직자들이 위원장의 재가 없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판국이다.

사고지구당 수습 절박

익산시장 후보 A씨가 자신을 돕는다는 그를 단순히 지역 유지로 일컫지 않고, 핵심 당직자를 제외시키면서 굳이 민주당 특정 지역위원회 위원장의 측근이라고 밝힌 저의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것은 거기에서 연유한다.

그의 수사법(修辭法)에는 특정 지역 위원장이나 그 기간조직이 지역사회의 제3세력을 매개로 A씨를 돕고 있다는 암시가 담긴것으로 풀이하는 데 지나침이 있는가.

하지만 여기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을지역위원회는 더욱 수상하다. 적어도 을지역위원회는 A씨가 자신을 돕는 사람을 을지역 위원장의 핵심참모로 강조한 점에 대해서는 논평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서의 침묵은 A씨의 공표에 대한 긍정이다.

이날의 기자회견이 A씨가 대세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획책한 망동에 불과한 것인지, 민주당 익산 특정지역위원회와 공모한 것인지 시민들은 궁금하다.

이런 꼴의 심각성을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그 과열 혼탁의 정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단정을 반박할 만한 근거는 없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기초 및 광역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마땅한 이유로 작용한다.

이런 난국에서 지난 16일 익산 갑지역위원회 위원장이 경선방식으로 제안한 '시민공천배심원제' 채택은 차선의 타개책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방향키를 암초밭으로 잘못 돌려 좌초한 익산의 정치다. 가뜩이나 민주당은 최근 분당으로 또 한 차례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이 진상조사에 나서 익산 특정지역위원회를 사고정당으로 정리해야 할 당위는 산재한다.

어떤 방식이든 민주적으로 경선을 치를 수 있는 건강한 토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방법이 보이지 않으면 당장에 지방선거의 공천제 폐지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이 계속 존립할 최선의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