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부(富)를 대물림 받은 이는 게으른 법이다. 부의 가치나 부를 이루는 방법을 체득한 바가 없었던 탓에 부를 재생산이 가능한 부로 지켜낼 확률 또한 극미하다.

부를 탕진 하면서 영화가 영원할 줄로만 아는 경향이 많다. 부자가 삼대를 못간다는 속담은 그런 속성에서 기인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부의 세습을 택한 대기업이 창업주의 후손에게 고난의 환경을 주고 역경을 극복하게하는 수업방식은 그 속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무엇이든 계속 유지시켜 가려면 거기에 걸맞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명증이다. 바위는 오랫동안 축적된 먼지의 결정이며, 단시간에 흙을 뭉쳐서 바위처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그만큼의 축적된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부(富)의 속성은 지역정치를 대표하는 정당의 세(勢)와 지극히 닮은 꼴이다. 민주당이 구축한 오늘의 세가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고, 준비없이 세를 대물림 받은 2세대가 흥청망청 세를 탕진하다가 몰락을 걷잡지 못하는 꼴이 그렇다.

민주당 정치 1세대는 기나긴 소외와 박탈감 그리고 핍박을 등에 지고 사선을 넘나들었다. 부당한 정치권력과 그 세력에 혼신을 다해 부딪혔고, 국토균형개발을 행정부 수반의 방향성으로 규정하는 권리장전을 관철시켰다.

무엇보다 정치 1세대는 그 민주주의를 완성시켜 오는 노정(路程)에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동력으로 삼았고, 국민의 뜻을 지표로 삼았다.

그것이 세를 축적하고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그들에게는 정치적 반려와 그들을 대신한 순교자들이 있었다. 국민과 민족을 우선하는 정치가 얼마나 존귀한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의 단적인 방증이다.

하지만 2세대들의 가슴에는 가시밭 길을 걸어 온 1세대들의 족적이 희박했다. 그들을 살피건데, 우선은 정치가 가장 두려워 해야 할 민심이 안중에 없었다. 빨대로 단물을 빨되 염치나 미래를 고려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의 민주당 익산 지역위원회는 '되는 쪽으로 쏠리는 민심'을 담보로 지나치게 교만하다.

한 번 굳어진 관성은 여간해선 깨지지 않는다는 사관(史觀)이 그 기반이다. 끈끈한 민족성, 가족주의가 분화한 사회성, 실익을 공유하는 지역성에 대한 과신이 민주당의 오늘을 만든 요인(要因)들이다.

또 그런 환경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 익산지역 민주당의 주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지역적 피해의식의 자극과 파벌의식의 확대 재생산이 있었고, 이것이 민주당과 민심 사이에 형성된 막연한 동지애의 실체다.

적어도 익산지역의 민주당에서는 민심을 읽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민심 위에 군림하는 정당의 모습이 더 쉽게 눈에 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최근에 그런 정당의 특권의식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역의 일꾼을 추천하는 기준으로 민심과 미래의 비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위원회 위원장의 재선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익산 민주당의 자화상이다.

인물과 행복이 담론이 되는 선거 기대

지역 국회의원들의 안위와 재선의 보장을 위해 자치단체장이 존재해야 하는가. 두 주체간 불가분의 함수관계는 민심 위에서 고착화 되고, 불안한 전선을 형성하여 지역사회의 긴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축제' 아닌 '분규'(紛糾)로 전락한 선거판을 둘러보라. 민심으로 구축된 민주당의 존립가치는 어디로 갔는가. 분권자치주의를 요구하는 2010년에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춘추전국시대의 지역할거주의가 판치는 정치판이다.

최근 한 민주당 익산시장 예비후보는 컷 오프 발표를 하루 앞두고 "경선이 공작적 게임으로 전락했다"는 사퇴의 변을 남기고 홀연히 무대를 내려갔다. 그는 익산이 전국에서 가장 혼탁하고 부패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치욕적 불명예를 안게 된 원인을, 후보자들이 정책공약 하나 제시하는 바 없이 국회의원이나 당내 실력자 붙들기에만 이전투구한데 있다고 지적했다.

부패비리가 제기되도 이를 검증하지 않고 진행되는 공천심사와 시민의 합리적인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 경선이다고 평가했다.

사직당국의 진상규명과 응분의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당이 호남권에서 개혁공천으로 박수갈채를 받아야 그것을 지렛대 삼아 수도권 등 전국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란 무릇 널리 이롭게 하는 일이다. 널리 불행에 빠뜨리는 정치는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 '국민참여당'이다 '평화민주당'이다 사분오열되는 민주당의 오늘이 예사롭지 않다.

당 내부에서 조차 이해관계만이 만연할 뿐 정치적 신념이 박약한 민주당의 현주소다. 아무런 준비 없이 대물림 된 정치의 세(勢)가 직면한 말기적 상황이 아닌가 한다. 이는 민심의 의식구조가 혁명적인 변환기를 맞이하도록 촉발하는 기제로 작동할 공산이 높다.   

오늘 거듭되는 지역 정당의 파열음이 건강한 정치적 변혁기의 산통(産痛)이기를 기대한다. 정치신인이나 소속정당이 없는 기초단체 입지자들이 공정한 기회를 갖는 풍토, 일 잘하는 인물이 투명하게 유권자들의 가시거리에 나설 수 있는 환경, 그런 본말이 바로 선 지방선거를 고대한다.

일 잘할 인물과 행복의 조건이 담론이 되는 선거, 그것은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일 때 가능하다. 민주당이 6.2지방선거에서 비켜서야 할 이유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단 한 번도 무소속이 당선된 적 없는 익산이다. 민주당과 익산시민은 그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