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민선 5기 익산시 조직 내부가 '인적쇄신'이 전제 된 '혁신'이라는 화두에 봉착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업무에 복귀한 익산시장의 일성이었던 만큼 파문이 적지 않다. 공조직이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임 시장이 흔히 쓰는 지휘체계 확립을 위한 윽박지르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익산시 조직사회에서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하다는 자성론이 조직의 동요를 억제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6.2지방선거 직전에 불거진 특정사업 비리로 인해 재선에 나선 현직시장 후보에게 집중되었던 계통적, 도의적, 책임론의 반작용이다.

믿고 맡긴 일을 담당계장은 부정을 저지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고, 그와 관련된 남은자들의 죄와 그에 따른 불이익을 목숨과 맞바꾼 탓에 실제 결재라인의 모든 공무원들이 책임에서 비켜 선 양상이다. 대신, 관련 공무원들과 민간인들에 대한 혐의사실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지방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현직 시장후보는 거기에서 비롯한 모든 커넥션 의혹의 중심에 서야 했다. 또, 기초단체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도의적 책임 추궁에 대해서는 반박할 여지조차 없는 그물에 걸렸었다.

따라서, 민선 5기가 출범과 함께 단행(斷行)해 갈 혁신은 소극적인 수준에 그치더라도 실현 가능한 확실한 지표를 지닐 필요가 있게 되었다. 단순한 자리바꿈이나 발탁을 통해서 공조직의 해묵은 관습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조직의 속성이 지극히 보수적인 탓에 시간이 흐르면 제도루묵이가 되고 만다. 이것은 불안정한 인사시스템을 거부하고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의 특성이다. 이 연공서열은 조직의 용도가 대개 투자와 지원.서비스로 국한되는 공조직에서 두드러지게 강조된다. 때로 자치단체의 공기업이 수익을 발생시키더라도 그 이익이 공무원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공에 재배분되는 시스템의 한계 또한 엄존한다. 그래서, 일부 외부 인사 수혈로 그런 공무원들의 스타일을 변화시켜 보겠다는 것 역시 어설픈 시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선 5기가 견인 할 혁신은 공조직의 용도와 매뉴얼을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최소한 외부의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용도를 찾아야 한다. 공격적인 행정서비스와 연대무한책임의 투자와 지원을 수행하는 공조직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런 생산적인 조직에 걸맞는 매뉴얼이 필요한 것이다. '연대 책임'을 모든 지침의 키워드로 부활시키는 일은 절박한 당면 과제다. 공조직은 얼핏 업무처리 주체의 책임행정을 구현한 듯 하지만, 기실 필요할 때의 '책임'은 실종된 지 오래다. 중간 관리자가 자신의 부서에서 진행되는 업무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잘못 되어도 관리자로서의 책임조차 지지 않으며, 일도 하지 않으면서 혈세만 축내는 경우도 태반이다. 고위 관리자 역시 인사고과로 조직을 주무르되 정작 자신의 부서에서 비리가 불거지면 남의 일일 뿐인 것이 자치단체 공조직의 현주소다.

'연대 책임'은 업무공조로 이어져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민원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하여 복지서비스를 증대시키는 혁신이 달성 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부서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기제가 되어 공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행정기관은 사람이 기초자원인 만큼, 책임이 기강의 중심에 뿌리내리면 능동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되며 여기에서는 활력이 넘쳐나는데서 비롯한 예측이다.

새로운 목표의 가치 공유가 절실하다

공조직은 복리(福利)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데도, 언제나 모호성과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 구성원들이 주어진 직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조직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끊임 없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따라서 공조직 내부에서 부조리한 일이 발생할 경우 모호성과 불확실성은 급속하게 들끓어 비등점에 이른다. 외부에 대한 경쟁력은 고사하고 대응력 조차 없는 온실 그 '공조직'의 나약성에서 비롯하는 반응이다. 단적으로 책임성과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인사 발령이 거듭될 경우, 공조직은 곧장 활력을 잃고 만다. 최고 책임자나 중간 관리자들의 관심이 업무처리능력이나 질 높은 행정서비스에 있지 않고 아부 잘하는 사람에게 쏠릴 경우, 가뜩이나 경쟁과는 담쌓은 공조직 구성원들이 바람을 타지 않으면서 햇볕도 잘 받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사 잘모시기가 제일 덕목이 되는 공조직에서 줄서기 이외의 가치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수동적인 조직 구성원들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복리 수용자들을 따라잡기 어렵고, 대부분의 공적 사업들이 수용자들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형식적으로 이루어져서 그 결과물들은 생명력이 짧을 수 밖에 없다. 내부 혁신이 아래에서 이루어지는데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민선 5기의 인사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공유할 가치와 문화를 학습하되 구성원 저마다의 독특한 사고가 자유롭게 분출되고 창조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외부 수혈보다는 내부에서 전문가를 길러내고 책임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공조직이 스스로 공유가치를 창조하고 때로는 해체하며 외부의 변화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조직화된 행동은 계층간 소통을 견인하고 자체 정화시스템을 갖춰 부패를 방지한다. '책임'은 부조리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처벌 대상을 가리는 척도가 되지만, 일상에서는 모두를 부패를 예방하는 인자로 만든다.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리더십은 결코 효과적으로 작동 될 수 없다. 정체성을 바로세우고 매뉴얼을 다시 작성하며 이를 실현해 나가는 소통이 원활해져야만 익산시 조직사회는 비로소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 다면적인 환경의 도전과 새롭고 모순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런 '책임'이 전제된 소통은 미래 행동을 도와주며 강한 조직을 만든다. 그것을 위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환경속에서 조직 전반이 용도변경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집약된 의견을 실천하며, 새롭게 설정된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조직은 생산성과 경쟁력의 대안을 도출하여 협력하고 창조하면서 목표를 지향한다. 궁극적으로는 책임지는 조직, 소신있는 조직, 명예로운 조직을 달성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