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의문은 곧 앎이다.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본능적 인지작용을 지배한다. 이 때의 전제 조건은 대상이 '참'이어야 한다. 이런 지향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잡아가기 위한 의식의 속성에서 비롯한다. 의문이 제구실을 다하여 낳은 '앎'은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 왔다. 그것은 무엇보다 생존의 의미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따라서 보다 질 높은 삶의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의심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알권리는 천부의 가치인데, 합리적인 논거에 의한 국민의 '의혹' 제기가 반 국가적인 책동이 되는 시대다. 거국적인 이데올로기 논쟁을 떠나서라도 인지작용의 근원이 위협 당하는 상황이며, 정상적인 정신활동을 포기하고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하도록 강요 당하는 퇴행적 지점이다.

천안함 침몰 참사로 생 떼 같은 수 십명의 장병들이 수장되었고, 정부는 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 그 결론이었다. 그걸 믿는 이도 있고 믿지 않는 이도 있다. 참여연대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일방적인 정보에 의해 인지작용의 교란을 겪는 쪽이다. 이대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담보 될 수 없으니, UN안보리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타당한 결과의 도출을 요청한 쪽일 뿐이다. 의문의 본질을 고려 할 때, 언제나 의심하는 쪽이 나라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합리적인 의문 제기를 존중하고 그런 활동을 육성하는 일이 국가의 덕목이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대한민국 헌법 10조) 국가로서, 그런 자유권(기본권)의 유린을 조장하거나 방기하는 것은 국체(國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다. '의문'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의 범주에 속하며,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확인해 나가는 도구다.     

그러나 당면한 현상에 대한 인식과 발전을 지향하는 실천의 그 지평은, 보수와 그 하수인들의 맹신주의적 담론에 갇혔다. MB정부 2년여 만에 남북관계의 평화적 동맹 구도는 완전히 깨졌으며, 우리의 남북 교류 시계는 6.15공동선언이 있었던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정부는 NGO조차 설득하지 못한 천안함 폭침을 전제로, 비무장지대에서 대북 선전 메세지를 대대적으로 방송할 도구 설치 등 심리전 재개를 강행하고 있다. 남북이 대척점에 선 사실에 대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북한은 이 선전도구들이 가동되면 그것들을 조준타격 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국지전(局地戰)은 전면전의 도화선이 되게 마련이다. 우리 국가안보의 약화는 당장 우리 경제의 몰락을 초래 할 공산이 높다. 나아가서는 우리의 절대 우방이자 오지랍 넓은 제국, 미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아시아 태평양의 안보를 보전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우리의 독선적 전쟁놀이가 달가울리 없다. 이는 미국의 지지약화를 부를 것이 거의 확실하고, 우리는 국지전을 치르던 중 어정쩡한 상태에서 다시 군사대치상황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을 자극하여 닥칠 군사적 충돌로 인해, 우리가 만신창이가 되어 회복불능의 고립무원에 떨어질 가능성은 언급할 필요 조차 없을 만큼 수두룩하다.

우리 정부가 그것을 모를리 없으니, 북한을 자극해서 얻을 국익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석명을 해야 한다. 단지,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에 의한 것이고 최근의 우리 군사적 동향이 보복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먼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풀고가야 한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전면전이 불가피 상황이라 하더라도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게 우리 정부가 취할 태도 아닌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앎'에 흠결이 없이 북한의 소행이 확실하더라도 우선 전쟁을 억지할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의문'의 포화상태 속에서 정부는 다른 방법을 찾는 대신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전쟁을 회책하는 꼴이 아닌가. 

정치적 의도로 밖에 달리 비쳐지지 않는 전쟁위기 조장이 현실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를 압도하는 상황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정부의 대 북한 자극 전술이 다름아닌 우리 국민 흔들기에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면, 그것은 더욱 위험하다. 내부적으로 다른 노선간의 분열을 초래하고, 외부적으로는 전쟁에 직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성곽 파시즘

최근 보수진영은 참여연대를 '매국노'로 매도하면서 마녀사냥 몰이에 혈안이다. 결코 꺼내보고 싶지 않지만, 그들과 MB정부, 우리들 등의 의식 심층에 내면화된 파시즘이 호주머니 속의 송곳 처럼 자꾸만 삐져나오는 오늘이다. 그들 보수진영은 분단을 근거로 반공체제를 정당화하면서 우리 안에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파시즘을 심어 온 장본인들이다. 그들에 의한 맹목적인 반공교육은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모든 것에 빨갱이의 낙인을 찍어대는 '자동회로'를 구축하였다. 또, 그들은 권위주의나 가부장주의, 차별 등을 확대 재생산해 온 수구세력이 아닌가. 우리는 그런 파쇼적 속성들에 노출되어 왔으며, 우리의 일상에 체화되어 습관처럼 나타나고 있을 정도다. 가부장주의와 권위주의, 혈통주의는 여전히 득세하고, 소수 약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다. 그런 우리의 파쇼화는 명백히 치부(恥部)다. 하지만 우리 안의 모든 파시즘은 '안정'의 탈을 썼고, '질서'의 수단으로 작용하며, 민족이라는 이름의 기저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오늘 우리 내부의 파시즘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것은, 파시즘은 엄존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것을 파시즘이라고 여기지 않는 점 때문이다. 파시즘을 알아차린 국민들이더라도 그것을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는데서 비롯한다. 우리의 정부는 그런 국민들의 정서를 악용하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파시즘의 다른 이름인 고착화된 규율권력이 우리 안에서 우리 스스로를 통제하는 모순을 우리 정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리라. 철권으로 수직적 지배 가도(街道)를 달렸던 과거의 정권들을 너무나 잘 닮은 MB정부가 아닌가. 결국 우리 정부의 저급한 대북정책의 본질은 국민들을 완벽하게 보수화 하는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닌가 한다. 최소한 파시즘의 공고화로 보수진영의 안정적인 정권연장을 담보하려는 위험한 기도가 분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 정부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천안함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제기는 동시에 파시즘의 실체에 대한 국민적 개안(開眼)을 동반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