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정치란 덕(德)을 싣는 것이다. 만약 기망과 야합으로 바퀴를 삼고 명리(名利)만을 가득 실어 덕이 끼일 자리 조차 없게 된다면, 그 수례는 멀리 가지 못한다. 가다가 주저 앉고, 다시 바퀴를 갈아 끼우고를 반복하는 사이 명리마저 잃게 되는 것이 정치다. 덕은 정치의 실체(實體)이며, 널리 이롭게 하는 합의(合意)는 그 수단이다.
덕성(德性)을 밝히는 방법(明德)은 사서(四書) 중 대학(大學)의 장구(章句)에 있다. 주자는(朱子) 같은 장구를,"사물을 궁구((物格)하여 이른 이후에 앎이 극진(知至)해지고, 앎이 극진해진 이후에 뜻이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되고 미더워지며, 그런 이후에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이후에 몸이 닦이고, 몸이 닦인 이후에 가정이 가지런해지고, 가정이 가지런해진 이후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이후에 천하가 평정된다"고 풀이했다.
물격(物格)은 사물의 지극한 이치에 도달한것을 일컫고, 지지(知至)는 내마음의 아는 바를 다한 것을 일컫는다. 이런 '앎'과 '행(行)'하는 것이 지극해지고, 지속적인 정진(精進)으로 참되고 미더운 뜻이 세워지면 마음이 저절로 바르게 된다. 몸을 닦는 것(修身) 이상(以上)은 덕을 밝히는 일이고, 가정을 가지런히 하는 것(齊家) 이하(以下)는 백성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물격과 지지를 지극히 하면 그칠 바를 알게 될 것이며, 뜻이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되고 미더워지는 것(意誠)이하(以下)는 모두 그칠 바를 얻는 차례이다.
이 명덕의 중심에 관류하는 지침은 무릇 위정자가 사람을 다스리고자(治人) 하면 스스로를 먼저 닦아야(修己)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격물치지(格物致知)를 평가하는 잣대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덕이 정치의 실체인 이유는 그것이 관계 사이의 '믿음'이기 때문이며, 그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사단(四端)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자식과 부모는 가까이 하고(親), 국민과 나라는 의리를 지키며(義), 남편과 아내는 서로 침범하지 않고(別), 어른과 아이는 차례를 지키며(序),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信)는 '관계 사이의 믿음. 어려운 이들과 공감(共感)하는 마음(仁), 그릇 된 것을 부끄러워하는 마음(義), 사양하는 마음(禮),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마음(智). 덕은 바로 그런 마음에서 비롯하는 믿음이며, 정치는 그 덕을 밝히는 도구다.     
이달 초순은 자치단체의 집행부 수장이 새로운 집무를 시작했고, 대의기관이 원을 구성했다. 정치인들이 각자 나아갈 바를 살필 때 자신의 내부에 있는 명덕(明德)의 저울 위에 스스로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는 오늘이다.   
정치하는 자의 무지(無知)는 반드시 부끄워해야 할 바다. 하물며 지방의원들은 집행부의 부적절한 행정행위와 불요불급한 예산 사용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직분을 부여받았다. 지방의원은 더이상 봉사직도 아니다. 연봉 3,462만원의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직무 연찬(硏鑽)은 기본이다. 지방의원은 상대가 누구든지 끊임없는 토론을 벌여야 하고 거기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 지역발전을 추동해 나가는 것이 주요 직무다. 의원의 정견(政見)과 직무를 충족하려는 노력, 의회 내.외부와 시민들과의 소통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시너지를 발휘하면, 의회의 존재의미가 결실을 맺고 조직은 참다운 동력을 갖출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4대와 5대를 거치면서 익산시 의회 위상의 추락은 절망적일 정도다. 정치적인 명분이나 실리보다는 나눠먹기와 야합이 의회 중심을 관류했고, 부덕(不德)의 보편화로 인해 닥친 사안에 대한 중대성은 집단의 이기 앞에서 번번히 논외의 문제로 밀려났다. 합의가 아닌 다수의 독단에 의한 야합이 판을 쳤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민주주의의 또다른 희생양이 되었으며, 그들 소수는 의회 안에서 트러블 메이커에 불과할 뿐이었다. 집행부가 그런 의회를 존중할 리 없었다. 집행부에서 '통과'를 염두에 둔 안건은 의회의 '부결'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부결된 안건은 의회가 열릴 때 마다 거듭 의회의 코 앞에 들이 밀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부결 의견들은 쓰러져 갔으며, 안건이 가결 될 때 쯤이면 의회는 초토화 되곤 했다.

정치 신인은 끝까지 모멘텀을 잃지 말아야

이는 전적으로 의원 개개인이 스스로의 뜻이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되고 미더워지도록 의성(意誠)에 힘쓰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이해 그칠 바를 몰랐기 때문에 제6대 익산시 의회에 다시 입성한 의원들도 상당 수 있다. 먼저, 선배 의원들의 자성과 정진이 절박한 지형이다.
조직이란 내부에 환류가 이루어지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반등(反騰)을 촉발하는 법이다. 의회의 정치 신인들이 흔들리지 않는 뜻을 세우고,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향하며, 안팎으로 소통하면서 대의기관의 명분과 실리를 쌓아 간다면, 찬란한 아우라를 발 할 수 있다. 이는, 어떤 난관에 봉착해도 돌파하려는 모멘텀을 잃지 않는 방법이고, 이렇게 되면 막막한 험로에서도 희망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 정치신인들의 초심을 잃지 않는 노력과 근성에 기대한다.
민심을 새롭게 하는 명덕(明德)은, 천둥 번개처럼 일시에 밝았다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 알맞는 밝기를 조절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덕을 일으키는 민심과 함께 해야 하며, 민심에 의지하여 덕을 밝혀야 한다. 정치하는 이가 이를 간과한다는 건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치적 명분과 실리가 오직 민심에서 투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위기는 명백하게 도덕적 위기에서 기인한다.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믿음이 있는 한, 정치인은 가장 먼저 덕을 밝혀야 할 주체다. 자신의 마음에 발한 명덕(明德)을 주민과 더불어 새롭게 하는 것. 약속을 이용의 수단으로 항용(恒用)하며 목적이 달성 되면 약속을 헌신짝 처럼 버리는 내.외부의 반정치적 무리를 단호하게 배격하는 것. 오늘 새로워지고 내일 또 새로워지는 것.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앎을 축적하며 정진하는 것. 그런 정치적 덕으로 앞으로 4년 걸어갈 길을 비추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