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명심보감에 행함에 얻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 구한다(行有不得反求諸己)라는 말이 있다. 대개, 사람은 자신의 심리적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실패를 남탓으로 돌리는 '자기합리화'의 경향을 지니는데, 이는 필경 퇴행(退行)이라는 역기능을 낳는다. '반구저기(反求諸己)'는 그 극복의 지침이다. 일을 하였으되 추구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면, 자신이 그럴만한 역량을 지녔는지, 혹은 최선을 다했는지를 살펴 잘못을 고쳐 나가면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격언으로 읽힌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이기적인 정당화가 거듭되면, 사단(四端) 중 '옳고 그른 시비를 가리는 마음'의 단서인 지(智)가 마비되고 나중에는 작동을 멈추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잠언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사리분별의 통로가 막히면 자기의 불의와 부정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역시 암흑에 떨어지고, 남의 불행을 측은해 하는 마음도 사라지며, 사양하여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도 함께 깨져 버린다. 맹자((孟子)는, 이런 사단의 정서를 상실한 상태에 이른 자는 "인간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런 마음들이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것이라는 데서 비롯한 역설이다. 맹자는 또, 공손추 상편에서 "어짊이란 활쏘는 것과 같다"면서, "활을 쏘아서 적중하지 않더라도 나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이켜서 자기에서 그 원인을 찾을 따름이다"(發而不中 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는 '반구저기'를 설파하여, 후세(後世)에 활 쏘는 이들의 으뜸 덕목이 되기에 이르렀다. 쏘아서 맞지 않으면(發而不中), 먼저 지형관찰을 잘 했는지(先察地形), 뒤에 바람의 흐름은 잘 살폈는지(後觀風勢), 발의 위치는 가지런 했는지(非丁非八), 가슴은 비우고 배에 힘을 주었는지(胸虛腹實), 줌손은 태산을 밀듯 묵묵히 밀었는지(前推泰山), 깍지손은 호랑이 꼬리를 잡아 당기듯이 뒤로 당겼는지(後握虎尾) 되짚어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反求諸己)이 궁도(弓道)가 된 배경이다. 이렇게 성찰을 통한 극기는 성공 전략의 기본이기도 하다.

맹자 이전의 고사를 살펴보니, 약 3천여 년전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중국 하조(夏朝)의 국왕인 우(禹)는 반란을 일으켜 침범한 유호씨를 아들 백계로 하여금 막게 하였다. 그들은 감택에서 한 차례 싸움을 하였으나 결과는 백계의 패배로 끝났다. 백계의 부하는 너무나 어이없는 패배에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없어 백계에게 다시 한 번 싸워 보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백계가 부하에게 말했다.

"다시 싸울 필요 없다. 내 근거지가 그에 비해 작지 않고 나의 병마 또한 그에 비하여 약하지 않으나 도리어 우리가 패했으니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는 나의 덕행이 그에 비해 부족하여 내가 부하를 가르침에 그보다 못하기 때문이니 나는 내 자신으로부터 원인을 찾아 더욱 노력하여 자신부터 바로 잡아야 옳다."

이때부터 백계는 뜻을 세우고 분발하여 매일 날이 밝자마자 일어나 일하고, 먹는 데에 맛있는 것을 탐하지 않고, 의복도 검소하게 하였으며, 백성을 사랑하고 품덕이 있는 사람을 존중하였으며, 재능 있는 사람을 기용하였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유호씨도 이를 알고 감히 침범하지 못하고 도리어 기꺼운 마음으로 항복하여 귀순하였다.

활을 쏘되 흉허복실(胸虛腹實), 배는 힘을 주지만 가슴을 비워 정갈하지 못한 마음을 향한다는 궁도(弓道)의 요체가 된 맹자의 반구저기(反求諸己)를 이 같은 고사를 통해 다시 살펴보니, 오직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만이 끊임없이 향상할 수 있고, 일을 잘 해낼 수가 있는 지혜의 원천이다. '반구저기'는 난마처럼 얽힌 익산시정의 책임자와 이를 함께 풀고 견제해야 할 익산시의회 의원들 모두에게 으뜸 덕목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하며 성공의 관건인 것이 분명하다.

중용(中庸)에서도 "윗자리에 앉아서는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아랫자리에 앉아서는 윗사람에게 매달리지 않고 자기를 바르게 하되 남에게서 구하지 않으면 곧 원망하지 않게 되니,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선생은 치현결(治縣訣)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여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畏)' 한 자뿐"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의(義)를 두려워하고 법(法)을 두려워해야 하고 무엇보다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선생 께서는 또, “비록 덕망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위엄이 없으면 하기 어렵고, 비록 하고 싶은 뜻이 있다 하더라도 밝지 못하면 하지 못하는 것이 목민관의 자리다”고 말했다. 그러나 덕망도 없는데다 위엄마저 땅에 떨어지고, 하고 싶은 의지는 앞서지만 지혜롭고 밝지 못한 지도자는 필경 재앙을 부른다. "무릇 그런 능력이 없는 자가 목민관이 되면 백성들은 그 해를 입어 곤궁하고 고통스럽게 되고, 사람들이 비난하고 신(神)이 책망하여 화가 자손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다산의 경고에서 그런 인과(因果)를 발견한다.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강변과 호도는 퇴행 일 뿐

최근 제6대 익산시의회의 역동적인 활동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 집행부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던 제5대 의회와는 사뭇 다른 기운이 경색되었던 혈맥을 뚫어내는 듯 하다. 견제 할 수 있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반구저기'를 통해 함양하기를 염원한다.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 겸허하고 두려워하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집행부는 이런 의회의 거듭남을 한낱 트집잡기에 불과한 것으로 폄훼하기에 앞서, 의회의 견제 대상이 되는 시비를 일으킬 만한 사안과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반구저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의 허물을 강변(强辯)으로 호도하고 남의 허물만을 생각하는 조직에는 정체성의 혼란과 부조화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조직의 속성을 익히 안다. 대개, 조직원들은 자신들이 행위의 옳고 그름에 둔감해 진다. 작게는 길거리 서클에서 국가조직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 조직의 행동에는 옳고 그름보다는 조직이나 조직원의 이익이 우선한다. 조직은 조직원에게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조직은 조직원에게 그만큼 충성을 요구한다. 조직은 통일된 행동을 지향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조직원은 배신자거나 조직내에서 비정상적인 존재로 전락하기 쉽다. 그런 속성이 특히 강한 공조직은 그로 인한 오류들을 대량으로 생산해 낼 공산이 높다. 공조직이 퇴행하는 주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반구저기'가 강조되어야 할 까닭이다. 공조직은 또, 주체가 모호한 데다 조직원 개인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지 않으려는 속성을 지닌다. 이런 관점에서, 공조직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리더의 결단이나 외부적인 개입이 유효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 듯이, 집행부가 공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주변과 자신을 충분히 살폈는지 매순간 성찰 한다면 겸허한 열린자세를 저절로 취하게 될 것이니, 자기방어 논리는 불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