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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포골프장 사태, 참담한 공조직의 자화상

▲ 70호 데스크 칼럼

편집국장 공인배

장자(莊子)는 지혜론(智慧論)에서 "세속의 지혜란 큰 도둑을 위해 재물을 몰아주는 것이다"고 했다.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며 궤의 물건을 훔치려 하는 도둑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끈으로 단단히 묶고 자물쇠를 채운다. 그러나 큰 도적은 궤를 통째로 둘러메고 가거나 주머니째 들고 가면서 오히려 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못할까 걱정한다.

익산시의 웅포골프장은 그의 풍자적 잠언을 실증한다. 웅포골프장은 웅포관광지조성 사업계획상 제3지구의 일부다. 익산시는 10년 전 한국프로골프협회가 2007년에 골프월드컵 대회를 유치하겠다며 투자의사를 표명하자 곧바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시민들에게 품격 높은 여가문화를 제공하고, 익산이 골프의 메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비전이 담겨 있었다. 골프장과 골프장 내에 조성 될 공익시설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인들이 소유한 토지를 강제수용 할 수 있었던 근거는 거기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한국프로골프협회는 골프월드컵을 처음부터 유치할 수 없었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역학구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이 협회는 수차례 골프월드컵이 열리는 것 처럼, 주최측과의 '긍정적인 논의'과정을 날조한 보도자료를 냈고 언론은 아무런 확인작업도 없이 그대로 받아 적어 보도했다. 심지어는 '익산 골프월드컵 유치 성사' 소식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개최일정을 발표했으며 언론은 이를 여과없이 보도했다. 이 협회는 또 이 후 상당기간을 골프월드컵은 개최된다고 우겼다. 그 모든 것이 사기극으로 밝혀지고, 협회 스스로 골프월드컵 '무산'을 발표 한 이후 3년여가 흘렀다.

웅포관광지조성사업의 단초가 되었던 골프월드컵 유치가 사기극으로 드러난 이상, 익산시는 협약을 중도해지 했어야 마땅했다. 또, 사기극을 자행한 일당을 사직당국에 고발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문제는 감당하지 못 할 지경에 이르도록 커졌다. 돌아보면 웅포골프장과 관련한 절차와 과정이 너무나 허술해서 그 의도를 의심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익산시는 한국프로골프협회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직후 이 협회가 비영리단체로 사업을 추진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익산시가 영리목적으로 급조된 (주)웅포관광개발과 실시협약을 체결하게 되는 배경이다. 이 피허가자는 사업권을 비롯한 시설 부지 및 시설물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회원권을 매각하는 등 2,500억을 골프장조성비로 투입했다고 주장한다. 통상의 범주 안에서 36홀의 골프장과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데 700억원도 과도한 투자라는 게 정설인 것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추가비용이 들어간 꼴이다. 더구나 이 피허가자는 조성계획상 골프장 내에 호텔과 전원형 콘도, 골프학교 등을 건립하도록 되어있는 데도 이를 일절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웅포관광개발은 자기자본금 150억원을 세번에 나누어 출자하도록 되어있는 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4년 가깝게 골프장을 운영해 오면서 이자를 변제하기도 버겁다는 주장을 하고있다. 터무니 없는 일이다. 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한 투자협약 체결 전에 한국프로골프협회의 사업수행능력을 일절 검증하지 않았고, 실시협약 당사자인 (주)웅포관광개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성계획상 사업비가 1,770억원이 넘었는 데도 재정 투융자심사 등 사전 이행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멀리 갈 것도 없다. 익산시와 피허가자가 6년 전에 체결한 실시협약서의 제42조(피허가자 귀책사유에 의한 중도해지시 지급금)를 보면 그 쌍방의 정서를 알 수 있다. 이 조항은 "피허가자 귀책사유로 본 협약이 해지되는 경우 피허가자에 지급하여야 할 지급금은 적정가치의 9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 민법 전반을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계약이다. 법을 떠나서도 귀책사유를 발생시킨 쪽이 위약금을 배상하는 것이 사회상궤다. 그러나 피허가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은 현재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재판으로 시비를 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분쟁의 원인을 만든 익산시가 이 조항의 위험요소를 방어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소한 피허가자가 중도해지시 투자비를 부풀려서 요구할 경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피허가자의 자금수지표를 지속적으로 확보했어야 한다. 또, 피허가자가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한 회계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민선 2기에서 시작되어 민선 3기와 4기를 거치기까지 익산시는 이 부문에서 완전히 뒷짐을 지고있었다.

공무원들 징계시효 경과 '면책'

대책이 없다. 표면적으로 자기자본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일으켜 사업을 추진해 온 피허가자다. 조성계획상 총 사업비 1,770억원으로 골프장을 비롯한 호텔과 전원형 콘도, 골프학교 등 공익시설과 공공편익시설 등을 모두 완료했어야 하는데, '골프장만 조성'하는 귀책사유를 발생시켰다. 나아가 피허가자는 골프장 조성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해 총 투자비가 2,500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3년여 동안 회원권 판매 등 골프장을 운영해 왔지만 이윤은 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피허가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중도해지 시한은 4개월 앞으로 임박했다. 그러나 익산시에는 책임질 공무원이 없다. 주기적인 인사 이동으로 담당 직원들이 법적 책임을 면한 탓이다. 초기의 국토변경과정에서부터 골프월드컵 사기극 공조, 수차례의 중대 협약변경 등으로 절차상 위법.편법과 당사자 지위상 각종 특혜 제공 등 크고 작은 흠결이 백일하에 드러나 있지만, 대부분의 담당 공무원들은 다른 직무로 이동하여 2년을 넘겼다. 징계처분을 받을 시효가 경과한 것이다.

웅포관광지를 놓고 볼 때 익산시에는 장자가 말하는 세속적 지혜조차 없다. 아예 무방비 상태다. 어느날 방문한 이방인이 제시하는 비전을 믿고 아무런 검증도 없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1천4백명의 거대조직 익산시는 결국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한 사람에 의해 휘둘려 왔다. 부끄러워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