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청이 인력시장을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각 실·과·소에서 능력있는 사람 순으로 드레프트 하도록 인사 풀(Pool)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이 만연한 조직을 생산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켜 보겠다는 의지가 그 출발점이다. 일 잘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매번 인사 때 마다 일선 부서의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할 수 있게 되었고, 무능력자는 퇴출후보군에 선정되어 계속 공무원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평가 받아야 한다.

프로 스포츠의 공개 드래프트와 비슷한 이 시스템은 서울시에서 최초로 도입했으며, 첫 해에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현장에 투입된 퇴출후보들이 부여받은 직무를 잘 수행해서 한 사람도 낙오 없이 정규 업무를 되찾은 것이다. 서울시는 강한 조직으로 거듭났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동시에, 그것이 공정한 드래프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하기도 한다.

프로 스포츠계는 구단마다 선수들의 세밀한 기록을 확보하고 있어, 선수들의 격차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래서 후보군은 주전 팀에 진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자신을 평가하기도 쉬워 다른 길을 찾아 떠날 때도 평온하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환경부터 다르다. 업무 자체가 백화점식이기 때문에 성과분석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걸 직접 인사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업무의 난이도와 경중(輕重) 등 다각적인 면을 반영하는 '직무분석'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직무분석의 지표를 개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겠지만, 실력을 수치화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설령 실력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기록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인사권자에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기록에 따른 승진 및 전보인사가 가능하게 하려면, 인사권자가 스스로 재량권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거나 거의 포기하는 일이 선결돼야 한다. 이것은 인사권자가 조직 장악을 포기하는 것 과도 같아서, 영(令)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떨어질 공산이 높다.

특히, 공무원들의 실력을 수치화 할 수 있다면, 굳이 드래프트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일정한 수치 미만의 득점자들을 교육시키고 현장에 투입, 직무수행 능력을 재평가 해서 복귀와 퇴출 여부를 결정하면 그만인 일이다. 공직사회 안에서는 실력 말고도 친화력, 추진력, 개인적 평판 같은 평가 대상이 되는 가치가 수두룩하다. 사실상 서비스가 주종을 이루는 공조직의 업무 특성상 실력 보다 우선하는 조건들은 수치화 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가 강한조직이라고 자평하는 데는, 실력있는 공무원들로만 구성되어서라기 보다 조직의 결속력을 구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해야 옳다. 에너지의 분산을 막아 집중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쟁력를 지닌다. 행정기관의 구성원은 그것을 위해 관계의 상호작용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조직의 전략적 자원이 되어야 한다.

드래프트제를 도입해 조직을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관계운용의 메커니즘에 '신뢰'를 지표로 삽입해야 한다. 공조직의 구성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정량적 기준이 없고, 그런 데이터를 확보 할 수도 없는 마당이라면 결국 '신뢰'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조직의 하부(下部)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드래프트 시장을 지배해야 한다. 그 관건은 드래프트에 나서는 간부들의 도덕성이다. 그들의 의식수준이 먼저 줄세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과제가 선결되지 않고는 드래프트제가 오히려 줄세우기를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용 할 것이 확실하다.

줄서기의 폐단들은 너무나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것은 조직 내부가 편가르기로 사분오열 되는 것이다. 이로인해 기회주의가 만연하고 갈등과 반목이 팽배하게 된다. 이런 조직은 필경 동력을 상실하고 만다. 어떤 조직이든 구성원 개개인이 환경에 적응하고 자아를 방어하며 욕구를 만족시키고 혼란을 해결 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 공조직에서 그런 메카니즘의 자양분은 바로 '신뢰'다. 

인사는 경쟁우위의 원천

신뢰가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작용 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처서다. 우선 공조직의 구성원 가운데 개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은, 조직 전체의 경쟁적 이익을 유지하면서 조직에게 가치있는 무형의 자산이다. 드래프트제는 그런 방향성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간부들의 마인드가 일신(一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간부들의 언행은 언제나 일관되어 성실함이 있어야 하고 구성원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이해를 보여야 한다. 거기서부터가 드래프트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편견과 편애를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공표하는 꼴이다. 간부와 하위 직원들간 관계의 불일치는 구성원들의 동요를 일으키고 불신의 원인이 된다. 불신은 신뢰를 자원화 하지 못한 손실과 불신을 신뢰로 전환하는데 들여야 할 비용을 발생시킨다. 나아가 그런 상태의 공조직은 정체와 불안감을 낳고 시민들의 삶의 질은 그와 반비례한다.    

인사는 만사다. 인사가 신뢰를 얻으면 구성원들이 인사권자의 정책목표에 마음을 다해 동의한다. 구성원들은 또, 명확한 성과책임을 갖게 되며 높은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이는 공격적으로 정책목표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외부적 도전과 경쟁상태의 인식이 뚜렷해져서 지속적으로 공통의 비전을 개발하고 실현해 나가는, 촉수가 건강한 조직이 된다.

'신뢰'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중심을 잡는 것과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멈추면 넘어진다. 자신의 줄만 튼튼하면 안심하고 딴 짓하는 조직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