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나라 안팎으로 피로감이 찌들었던 경인년(庚寅年) 후미의 그림자를 막 밝힌 새해 벽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은 여전히 많다.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 따른 국가안보 위기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정치권은 사안마다 대척점을 이루고 있으며,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전 국토를 휩쓸고 있다.

지난해, 4대강사업과 민간인사찰, 표현의 자유 침해와 인권탄압 등 숨돌릴 틈도 없는 파동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막연한 행보에 소스라쳤다.

소통과 존중 그리고 예방에 지극히 박약한 현주소다.

우리는 오늘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했나를 성찰하게 되는 시점이다. 준비가 된 위기는 기회로 바꿀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위기상황은 더 큰 화를 부른다.

신묘년 한 해를 이끌 토끼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지혜를 전하는 메신저였다. 맹상군은 중국 전국시대의 제(齊)나라 재상이었다.

재주 있는 사람들을 우대한 맹산군의 집에는 3천명의 식객이 운집했는데, 그 가운데는 풍환(馮驩)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풍환은 어느날 맹상군의 식읍인 설(薛)땅의 백성들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오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설땅으로 떠나기 전에 맹상군에게 빚을 받고 나면 무엇을 사올까를 물었다.

이에 맹상군은 "무엇이든 나에게 부족한 것을 사오라"고 했다.

풍환은 설땅에서 10만전의 이자를 거둬들인 뒤, 맹상군이 백성들의 빚을 모두 탕감해준다며 차용증을 모두 불태웠다.

설땅에서 돌아온 풍환에게 맹상군은 무엇을 사왔냐고 물었다. 이에 풍환은 “지금 군(君)에게 부족한 것은 은혜와 의리다.

차용증서를 불살라 군를 위해서 은혜와 의리를 사왔다”고 말했다.

이후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이 즉위한 후 왕의 미움을 받아서 재상 직에서 물러났으며, 풍환은 맹상군에게 잠시 설땅으로 가라고 했다.

맹상군이 설땅으로 가자 백성들이 그를 환영했고 정치적 재기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이에 맹상군이 풍환의 지혜에 탄복을 하자, 풍환은 "현명한 토끼는 3개의 굴을 뚫는다.

 귀하는 이제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이다.

이제 내가 귀하를 위해서 두 개의 굴을 더 뚫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 풍환은 두 개의 계책을 더 마련해서 맹상군이 다시 제나라 재상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고사(故事)다.

이 성어(成語)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미리 대비를 해야 닥쳐올 환난을 이길 수 있다는 의미로 채용된다.

그 뿐인가. 맹상군은 재주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과감하게 재량을 부여했으며,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올바른 충고에 귀 기울이는 '통 큰'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또, 미래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갖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한 재사(才士) 풍환의 기개가 있었다. 특히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은 맹상군과 풍환이 공유한 '은혜'와 '의리', '대의명분'이 아닐까 한다.

교토삼굴의 고사는 사람들이 엮어가는 세상에서 미래에 대비한 굴을 뚫기 위한 조건을 시사하고 있다.

소통하는 리더, 소신과 능력을 갖춘 관리자,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신뢰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처한 무한경쟁사회는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동해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 시스템 내부의 특정 요소가 조금만 변화해도 전체 시스템에서는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유발되는 일이 잦다.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도 지구촌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국가는 물론이고 지역사회, 기업, 개인의 미래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환경이다.

이런 복잡성과 경쟁의 격화는 약자에게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렇듯 복잡성이 매우 높은 현대사회에서는 맹상군과 풍환처럼 미래를 다각적으로 예측하고 최적의 대안을 세우는데 한계에 봉착하기 일쑤다.

따라서 재능 있는 특정인의 지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 요체는 민주적인 의사소통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집단지성이 작동하면 소수가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문제보다 훨씬 다양한 상황을 예측 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들이 결합하면서 최적의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집단지성이 불확실성의 돌파구

집단지성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소아(小我)보다 대아(大我)를 추구하는 리더와 열린 마음으로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 조직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신있는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 공유를 위한 신뢰자산(信賴資産)이 형성되어야 한다.

신뢰는 호혜성(互惠性)에서 꽃을 피우며, 그것은 공정성에서 싹튼다.

공정성은 투명성과 신의성실에 뿌리를 내린다.

'모두를 위한 모두의 참여와 노력'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집단지성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교토삼굴이 가능하게 된다.

지금 토끼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토끼는 눈을 크게 뜨고 큰 귀를 쫑긋 세우면서 항상 주변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여러 개의 굴을 뚫음으로써 다가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한다.

토끼는 이렇게 준비하기 때문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올 한 해를 이끄는 토끼의 세상 사는 방법을 통해서 우리는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다.

교토삼굴의 지혜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우를 되풀이 하지 않게 도와 줄 것이 확실하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여기에 부응하지 않는 조직에게 번영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부디 2011년 신묘년에는 익산의 시민사회에 신뢰가 굳건하게 뿌리내리도록 우리소통신문 또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할 각오다.

마지막으로 독자제현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올 한 해에도 아낌없는 참여와 지도편달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