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이경애 의원의 시정질문 이후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자질론이 따라나왔다. 그런 목소리를 담은 일부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보도거리를 취사선택하는 일은 언론사의 신념과 철학이 반영된 것이고 그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니 논외로 친다. 하지만 지난 2일 익산시공무원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경애 의원의 시정질문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묵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시정질문인지, 행정사무감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발언과 도를 넘는 행동"으로 규정했다. "시정질문이라는 미명하에 공무원들을 무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들은 또, 시의회의 반성을 촉구하고 재발될 경우 공노조총연맹과 연대하여 투쟁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들의 지적이 합당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그에 앞서, 익산시공노조는 자신들의 신분을 망각하고 대의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질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당장 시정질문 형식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날 의장은 사전에 시장과 의원간의 '일대 일' 질의답변 형식을 고지했다.

태도는 어땠는가를 보려면 이날 이 의원의 질의와 시장의 답변 장면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이 의원은 세가지를 질의했고, 그 중 익산시 무기계약직 노동자 연장근로 수당이 시급산정 오류로 기준치보다 적게 지급되었다는 질의와 그에 대한 답변이 약간 덜컹거렸다. 시장은 답변과정에서 통상임금이라는 용어부터 생소하다는 반응이었고, 시장을 대신해 답변에 나선 행정지원과장은 질의 핵심의 주변에서 맴돌았다.

선출직공직자로서 정책과 경영중심의 직무를 수행하는 시장에게 근로기준법은 자신의 업무 범위에 있지 않다. 하지만 부서를 총괄하는 기획행정국장과 해당부서장인 행정지원과장은 근로기준법을 몰라서는 안 된다. 그러나 행정지원과장은 이 의원의 질문에 직답을 하지 못한 채 지침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수당을 지급했다는 식의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기획행정국장은 국외자였다. 부적절한 행정지원과장의 답변은 시장을 지키지 못했다. 이 의원이 "연장근로 수당이 잘못 지급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느냐"고 추궁하는 상황은, 이 사안을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대처해 온 해당부서 공무원들이 초래한 결과였다.

대두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시장은 임금을 체불한 고용주다. 하지만 행정지원과장의 시정질의에 대한 답변 내용은 그런 심각성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방증했다. 이런 지형에서 시장은 어떤 잘못을 인정하거나 뭘 하겠다 안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 할 처지가 아니었다.

특히, 체불된 임금 수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국면에서는 누군가 그것을 책임져야 한다. 해당 공무원들의 표정에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돌출된 익산시노조의 망발이다.

행정지원과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일선 교섭 상대이며, 공무원의 인사와 후생복지를 담당하는 관리 부서다. 그래서 이번 공무원노동조합 대 이경애 의원 및 의회에 대한 공개적 망동은 행정지원과를 주목하게 한다. 그것을 막지 못한 책임론은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 다 차치하고라도, 공무원노동조합이야 말로 공무원들의 복지를 위해 협상과 투쟁을 숙명으로 안고 있는 주체다. 그들이 임금 문제를 제기한 시의원에게 돌을 던진 것을 누가 납득할 것인가. 

문제는 공무원들의 무능력과 무책임, 무소신이다. 이런 축들을 중용하고 방임하니까 시장이 싸잡혀 매도당하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논하는 것은 고사하고, 시의원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위축시키는 폭거의 이면에서 호도와 상쇄 음모를 목도한다.

대의기관의 활동이 질의 답변식의 토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자치단체의 의원과 공무원은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대하는 서로의 생각과 정서를 교환하고 더 많은 지식과 의견을 공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각각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살펴보면서, 의원은 제한된 정보에 따른 주관적 오류를 수정하고 공무원은 무지와 자의적 해석에 따른 주관적 오류를 수정 할 수 있다. 대개 공무원의 오류는 무사안일과 낡은 사고에서 기인한다. 이럴 경우 새로운 법이나 개정된 법을 수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법을 연찬하더라도 핵심을 쫓아가지 못한다. 토론은 쌍방을 성숙하게 하며, 균형을 잡게 하고, 각성을 시키는 도구다.

상호인정이 민주주의 기본

이런 정신이 대의민주주의의 토대다. 의원에게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토론을 주도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의회 내부에서도 저지할 권리와 견제할 권리도 지닌다. 미국 연방상원이 옳다고 확신하는 소수의견으로 하여금 다수파의 입법강행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필리버스터(의사방해연설)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경애 의원에 대한 자질론은 천부당 만부당하다.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게하기 위해 책무를 다했을 뿐이다. 한 개인을 평가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 의원의 진정성은 읽을 수 있다.

다음 미국의 한 반전 운동가의 생각으로 이 의원에 대한 소견을 대체한다. 그는 베트남전이 시작된 날부터 매일 밤 백악관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어느 비오는 날 밤에 방송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혼자서 이런다고 이 세계가 바뀔거라고 생각하나요? 이 나라 정책이 바뀔까요?"

"저는 이 세계,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서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 나라가 저를 변질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겁니다." 자기를 지키려는 사람은 치열하다. 더구나 도처에 유혹이 득실거리는 경우에 그의 매순간의 선택은 절박하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또다른 보편적 가치가 아닌가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의회 역시 이번 사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소수 의견을 폄하하고 얕보지 않았는지, 야합을 거부하고 바른말만 하는 소수에 '비호감' 낙인을 찍어 터부시 하지는 않았는지, 대의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의견을 고마워하는 풍토에서 성장한다는 걸 망각한 채 패거리의 힘에 도취되어 있지 않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