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저들의 정치는 백척간두 위에 서있다. 안철수와 박원순이 판을 뚫고 솟구쳐오르면서 단숨에 형성된 지형이다. 민주당은 새 기류를 감지하고 거기에 편승하려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대거 몰려든 젊은 유권자들의 위용을 목도했다. 노쇠한 혈관은 젊은 피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본선에서 박원순과 부딪힌 한나라당 역시 동변상련. 10.26보선이 끝난 이후 FTA비준안 강행처리를 거쳐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에 이르면서 '재창당'을 생존의 문제로 여기는 양상이다.
민주당에서도 시민사회와 일부 개혁세력을 아우르는 통합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위기의 정당정치는 정치적 주류로 떠오른 젊은 유권자들이 가르키는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주당은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통합을 주도하면서도, 구세력이 당내 기득권을 놓지않고 버티는 바람에 실개천에서 표류하고 있다.

유력 당권주자인 박지원의 당원주권론이 진원이다. 통합정당 지도부를 당원들이 중심이 되어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평상시에 적용한다면 존중돼야 할 견해다. 하지만 '통합' 요구는 환골탈태의 필요성에서 비롯했다.

지역할거주의를 깨고, 묵은 정치를 청산하지 않고는 더이상 정당정치가 존속할 수 없다는 요구다.

하물며 그 대표적인 구시대의 잔존세력들이 새 시대를 가로막고 있다. 한나라당도 다르지 않다.

지역감정에 기생하며, 매국과 반민주주의의 선봉에 섰던, 퇴출 요구를 받는 원흉이 여전히 중심에서 비켜서지 않고 있다.

그들의 생각이란 게 통합을 통해 세를 불려 기존 세력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데 있는 듯하다.
자신들을 오늘의 상황에 내 몬 것이 다수의 살을 뜯어 소수를 배불리는 구태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공공의 이익으로 포장하는 데 능수능란한 그들 '보수'는 빗장둔태에 꽉 끼어 빠지지 않는 문빗장이다.

문을 열어야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열릴 줄 모르는 빗장은 잘리거나 부서져야 할 운명이다.
오늘을 책임지지 않고 내일을 생각지 않으며 소통하지 않는 낡은 사고는 청산되어야 한다.
젊은 유권자들이 가르키는 '정당정치 혁명'의 수준이 그 지점이 아닐까 한다.   

우리의 정당정치는 이미 지속가능한 새 입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질 국면에 처했다. 차갑고 날선 강풍이 분다.

민주당은 페이퍼 정당인 '시민통합당'과 통합할 것이고, 한나라당은 재창당이 불가피하다.
용도가 다하면 다시 분당 될 ‘도로 열린당’이 생기고, 용도가 다한 한나라당의 분당이 진행될 것이다.

이 나라의 정치사가 휩쓸린 조류다.

그 결과물은 내년 4. 11 총선에서 심판받겠지만, 정당정치의 쇄신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저들을 떠미는 북풍은 그나마 지역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역 정치를 책임지는 지위에 있는 정당인은 여전히 민심에 둔감하다.

함량미달, 그릇된 정당정치의 소산

자신에게 주어진 기득권과 인센티브를 지키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지역의 현안은 뒷전이고 중앙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동력을 소모한다.

공천만 받으면 되니까. 완전 개방 경선을 하더라도 가산점만 받으면 되니까.

이도 저도 안 되면 자신의 지위와 중앙에서 구축한 인맥을 총동원해 전략공천을 받아내면 되니까.

어떻게 의정활동을 했는지는 공천 앞에서는 무색한 구조니까.

지역축제 하나 정도 열 예산을 거머쥐고 좌판을 벌이면 시민들에게 얼굴은 잊히지 않을테니까.

매년 몇일씩 동네를 순회하는 의정보고회도 있지 않던가.

저들에 대한 평가는 저들이 하는 것이고, 지역의 고민은 지역의 몫일 뿐이다.

지역에서의 유권자란 지배정당의 정치인에게 맹목적인 지지자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이유다.

정치인을 비판한다는 것은 저들을 지지하는 모든 유권자들의 시선을 끄는 일이다.

무개념 정치인은 그런 제왕적 지위에 도취된다.

비판에 대한 면역성이 떨어지며, 비판을 긍정의 가치로 치환하는 기능을 상실한다.

일탈한 정치를 말하고 바른 정치의 길을 제시하는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정치인과 지역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며, 그와 민심을 연결하는 통로는 오직 하나로 굳어진다.

그나마 유일한 통로는 협량한 트러블 메이커다.

신뢰의 기반이 없는 정치는 아첨하는 무리에 에워싸인다.

그들은 정치인을 위해 싸우는 듯 하지만, 정치인에게만 상처를 입힌다.

그들이란 치고 적당한 때 빠져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결국 혼자 싸운다.

충성과 아첨을 구분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런 함량미달의 정치인은 그릇된 정당정치의 소산이다.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전체 지지자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할 기반과 체계를 갖추지 않고는 특정지역 의존과 고령화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

기성의 낡은 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변화를 갈망하는 새로운 피를 대폭 수혈하는 것이 해답이다.

통합민주당의 경선 방식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완전개방 시민경선' 하나 뿐이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통합이 기존 민주당 세력의 기득권만 굳히는 결과를 초래 한다면 민주당은 우리 정치사에서 뿌리째 뽑혀 폐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