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최근 MBC, KBS, YTN 등 국내 주요 방송 3사 노조가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현 정부의 무리한 방송 장악에 대한 저항을 표방한다.

낙하산 사장 퇴진과 해고자 복직, 공정방송 복원이 분규의 쟁점이다. 정부가 친정부 인사들을 각 방송사의 최고경영진으로 임명해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이들 노조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정권의 잘못을 제대로 짚을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연쇄파업 형식을 빌은 언론인들의 자백은 지상파 개국이래 초유다.

방송사들은 앞서 1997년과 2009년 두차례 동시파업을 한 바 있는데, 노동악법 반대와 언론관계법 날치기 처리 같은 '감시자'로서의 저항이었다.

이번 집단행동이 스스로 언론의 투명성을 일부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공공의 시선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에 대해 대중은 어떻게 생각할까. 파업 문제가 사회의 중심 담론으로 떠오르면 그 파동은 우리를 뜻밖의 상황으로 내몰 공산이 높다.

당장 대중은 언론을 권력에 굴복하거나 유착하는 주체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특정 언론의 석연치 않은 행태를 보면서 막연했던 불신이 확증을 갖게 된 것이다.

불신이 광범위해지면 그것은 필경 '편향'으로 굳어진다. 방송 3사 노조는 파업을 결정하면서 그 후유증을 고려했을까.

대중은 그동안 여과 없이 신뢰했던 뉴스들의 신뢰성을 되새기면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새로운 뉴스들을 접하면서 그 의도성을 파악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 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하지만, "뉴스의 제작과 편집 방향이 국가권력에 영향을 받았다"는 확증을 줬다. 언론은 국가권력 뿐 아니라 금력과 폭력 앞에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편향을 낳은 것이다.     

그동안 언론에 농락 당했다는 자괴감은 그런 확증편향을 극대화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스스로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지표가 터무니없이 허술하다는 점과, '인지편향' 문제에 관해 체계적인 학습이 되어있지 않다는 점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뉴스들을 무방비상태에서 수용했다는 사실, 혹은 조작된 뉴스에 의해 조종당해 왔을 수 있다는 의심에 '척도부재'의 우리는 더욱 초라하다.

인지편향 문제에서는 법정을 주재하는 판사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몇 안 되는 국내 연구 논문들에 따르면, 판사들은 다른 참가그룹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정보의 수집, 추론, 판단 등의 단계에서 인지편향의 오류를 보였다.

판사들은 검사들이 낮은 형량을 구형할 때 보다 높은 형량을 구형할 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민사재판에서도 똑같은 사건에 대해 청구금액이 높게 제시됐을 때와 낮았을 때 혹는 금액을 정하지 않았을 때(정박 조건) 각각 다른 손해배상액을 판결했다.

물론, 판사들은 일반인 참가그룹보다 정박 조건에 낮은 영향을 받았다. 그나마 사법연수원의 교육 과정에서 세운 기준과 법정에서의 경험 결과라는 분석이다.        

판사는 법정에서 사건 판결에 필요한 확증 질문보다 반증 질문(78.6%)을 많이했지만, 연수원생들의 반증질문(86.8%)율 보다는 낮았다. 사법연수원의 교육효과가 유효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반면, 법관의 경험이 확증편향은 감소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법정상황에서 판사들이 연수원생들보다 낮은 확증편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법조계에 진입한 이후 편향을 줄이기 위한 교육이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판사들은 확증편향 성향조사에서 다른 표본집단 보다 더 많은 확증편향을 보였다. 43%의 사법연수원생과 39%의 대학생이 반증사례를 찾으려고 시도했는데, 판사들은 21%만 반증사례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법정에서 공소장은 검사가 세운 가설에 불과하다. 가설검증과정에서 확증 증거들이 아무리 많이 관찰된다 하더라도 반증 증거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그 가설은 틀린 것이 되기 때문에 반증사례에 대한 탐색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판사조차 검사가 제시하는 가설을 확증하는 증거 위주로 수집하고 반증하는 증거 수집에 소극적인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판사들은 하급심 판결보다 상급심의 판결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판사들에게 특정한 사건을 판결하도록 하고, 원심에서는 유죄를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각각 선고해 대법원에 상고중이라는 선행정보를 줬더니 47%만이 유죄판결을 내렸다.

반면, 무정보 조건에서는 판사들은 60%가 유죄판결을 내렸다. 연수원생이나 대학생 표본집단은 선행정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판사들의 후견편향이 실제로 판단을 왜곡시킨 것이다. 원심판사가 환송되어 오는 사건을 다시 다루었을 때 항소심 판결이 더 정확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자신의 판단을 변화시키고,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의 의미를 변화시킨 결과다.

정보에 대한 변별력은 ‘책임’

우리 사회는 이런 인지편향의 문제에 관해 무방비상태다. 나아가 편향의 문제는 사회병리현상의 중심에 있다.

최근 한 임산부가 온라인상에 허위의 정보를 게시해 한 점원을 궁지에 몰아넣고 점원이 속한 회사의 매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채선당 사건은 그 단적인 예다.

대중은 여러 이름의 편향에 사로잡혔고, 그 결과 분노했으며, 응징하기에 이르렀다. 반증을 찾아보려 하지 않았던 탓이다.

정보를 변별하는 데 필요한 지표를 지니지 못한 자가 범하는 오류다. 한·미 FTA 비준이나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을 놓고 국론 분열이 일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보의 홍수시대다. 우리는 삶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을 위한 정보는 삶의 기로를 결정한다.

우리 삶에서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기본교육과정에 '통찰'의 방법론이 빠져있다. 경쟁일변도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말을 탐구하는 전인교육의 필요성이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