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공인배

4.11 총선을 앞둔 익산을 지역은 어수선하다.

민주통합당은 컷오프와 경선을 거쳐 여성후보를 공천했지만 당 안팎에서 잡음이 무성하다.

그 뿌리 아래에는 조배숙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전정희 후보 지원이 있다. 그들은 조배숙 조직을 궤멸시키기 위해 당장 이기는 게임에 뛰어들었다.

전정희에 대해 검증할 겨를이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여성 정치 신인에게 부여되는 가점 20%의 가공할 무기가 그들을 결집시킨 유일한 동력원이었다.

조배숙과 패거리 정치, 부도덕성에 실망한 시민들의 가세로 반 조배숙 세력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조배숙은 백의종군을 천명했고, 그 조직은 해체에 직면했다.

그런 가운데,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17일 전정희의 출판기념회를 둘러싼 선거법위반 논란이 불거졌고, 19일 익산을 지역 당직자 30여명이 국회 정론관에 집결했다.

금전살포와 같은 경선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익산을 선거구의 경선을 원천무효화 하라며 민주통합당 중앙당을 압박했다.

전정희 후보 측이 책자를 무료로 배포하고, 그 현장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는 A씨 입을 막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미확인 폭로를 근거로 삼았다.

선관위는 중간에 금품을 건넨 특정 시의원만 검찰에 고발했다. 전정희 측과의 연관성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민통당은 다음날 예정대로 전정희 후보에 대한 공천을 확정했고, 조배숙 진영의 집단행동은 무위에 그쳤다.

새 인물을 선택한 익산시민들은 벌써부터 정치적인 피로감을 느낀다. 우선 경우에 따라서 보궐선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전정희가 함량미달로 드러나더라도 당선 된 이후에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향후 4년 동안 그에 따른 부작용을 모두 감내해야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당장 민통당의 개념없는 공천 룰과 절차가 문제였다. 국민경선의 여러 부작용은 고사하고, 컷오프에서 탈락시킨 사유와 경선후보를 선택한 이유 조차 시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지 않았다.
공천심사위원회는 도덕성이 높은 인사들로 구성됐지만, 전라북도를 본거지로 하는 특정 계파는 전멸했다.

여기에 반 조배숙 세력의 무조건적인 전정희 지원이 한 몫 했다. 그런데 다가올 4년에 대한 책임을 질 주체는 어디에도 없다. 민통당의 사후적 책임이 뒤따를 뿐이다.

게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뒤 무관의 병사로서 민통당의 총선과 대선 전장에 나가겠다던 조배숙은 지난 21일 돌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왔다. 

조배숙의 탈당은 익산을 지역의 현역 기초·광역의원들의 탈당 도미노를 일으킬 것이다. 어차피 벼랑 끝에 몰린 그들의 이해관계가 펼친 배수의 진이다.

아직 총선이 끝나기도 전에 갈등의 씨앗이 발아한 것이다. 반 조배숙 세력과 조배숙 세력의 치열한 대립 또는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두 세력은 섞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역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민통당의 이런 헛점은 익산을 지역에서탈당파 무소속과 자칭 시민대표 무소속 후보가 민통당 후보와 격돌하는 호각지세의 지형을 만들었고, 무소속 후보들은 민통당의 지역정치 독식의 종식을 소임으로 공유한다.

이들의 표 분점을 점치는 나름의 셈법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계에서 오래 묵은 후보까지 자신이 유리한 경우의 수에 도취되어 완주를 다지는 춘추전국의 양상이다. 

무소속 후보들은 국민경선의 동원전과 그에 따른 금품살포, 불법행위 같은 부작용을 고발한다. 또 민통당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정치혁명, '인물 본위'의 선택에 기대를 건다.

특히, 이번 민통당의 공천이 최악으로 평가 되면서 전격적인 무소속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일당 독주를 막자는 민심과 바닥표심의 이반이 만들어낸 교집합 영역은 정치혁명의 성패를 가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규모가 맹목적으로 민통당을 지향하는 표심보다 크더라도, 무소속 후보들의 나눠먹기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무소속들이 단일화를 하지 않고 본선에 나서는 것은 외나무 다리를 한꺼번에 건너려는 것과 같다.

모처럼 가슴 설레는 한 판의 선거

무속속 후보들 가운데는 농업에 관한 한 씽크 탱크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역 농업 발전에 외곬으로 기여해 왔던 황만길 후보가 지난 2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을 지배하는 정당에 무소속 후보들이 다자구도로 맞서는 것은 중과부적이라는 현실인식에 기인한다. 또, 깨끗한 선거를 위해 노력해 온 시민운동가 김상기 역시 후보 등록시한을 넘겼다.

안타까운 일이다. 미숙한 지역정치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마주한다. 그러나 선거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다면평가에 의해 평점을 도출해야 하겠지만, 눈을 낮추어 보면 무소속 후보 모두가 이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들이다. 누구로 단일화가 되든 틀림없이 시민을 두려워 할 선량한 재목들이다.

그들은 혼탁한 선거판에서 적어도 무엇이 정치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며, 의미있는 출사표를 던진 나름의 정체성을 세운 후보들이다.

그런 점에서 황만길 무소속 후보가 최근 선거판에 던졌던 단일화 제안은 빛을 발한다. 그는 자신부터 "조건 없이 단일화에 나서겠다"고 전제 했었다.

여론조사방식이든 경선방식,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한 배심원 선택방식을 포함해 어떤 방식이라도 수용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었었다.

익산은 역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 한 사례가 없다. 또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에서 공천받은 후보를 누르고 당선 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었던 지역이다.

민주당의 공천 실패와 자중지란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득권을 분탕질해 온 지역 지배정당의 피폐한 몰골을 멀리 떨어져서 본다.

황만길은 이번 선거에서 몸을 뺐지만, 그의 정신이 담긴 화살이 시민들의 옳은 선택 과녁에 적중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