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배/편집국장

12.19 대선 민심의 향배를 가늠 할 척도는 없다. 4.11 총선에서 여야 모두 국민의 평가 지표를 중시하지 않았던 탓이다.

민주통합당은 경쟁력을 갖춘 대권주자가 없는 마당에서, 공천 난맥상을 보이며 중도세력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나아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흥행했던 정권 심판론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재탕하고 이번 총선에서 삼탕하면서 진보성향이 강한 20-40대 투표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보수층의 핵심 코드인 친미, 기독교, 고령인구 문제를 다 건드린 김용민의 막말 파문은 대표 여당의 부실한 선거전략과 공천실패의 결정판이다.

리더십 부재까지 겹쳤다. 상황에 맞는 단호한 대처를 통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못했다. 위기를 신속하게 통제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하는 사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제기된 시비가 과거의 문제이고, 독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달성하는 유희 형식의 사회 치유적 활동에서 비롯된 문제라 하더라도, 한 지역의 대표를 지망하는 경우 선거판의 검증은 피해 갈 수 없다. 더구나 감시의 눈이 보수세력을 대변 할 경우 그 엄혹한 매질은 당사자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 그 방증 사례들은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선거판에서는 사안의 틀과 성격이 무엇이냐는 중요치 않다. 상대에게 공격 할 빌미를 주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선거판은 화약고다. 좁쌀만 한 사안이라도 공격의 불씨가 담겨있다면 가공할 폭발을 일으킨다

민주통합당은 김용민의 막말 파동을 어물쩍 넘기려다 기존 보수층의 결집을 초래했고, 여기에 야권연대의 좌경화 논란까지 겹쳐 중도세력까지 놓쳤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MB 심판론의 바탕이되는 생존기반의 문제에 대한 혁신 욕구에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책대안을 쟁점화 하지 못한 채 '퇴행과 편향으로 점철된 현 정권'을 전가의 보도 처럼 흔들면서 반사이익에만 매달렸던 무능한 집단이라는 혹평을 불렀다.

민주통합당의 표류는 결국 박근혜의 포장술과 궤변이 유권자들 속으로 침투할 틈이 되었다. 설상가상, 민주통합당의 거듭된 악재는 새누리당에 반사적 이익까지 안겨줬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바뀌면 정권연장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궤변이 총선에서 먹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그 지점에 서기까지 박근혜의 정치행보들을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당장은 친 이명박계 인사들을 과감하게 배제한 공천이 어필한 결과다.

물갈이 된 자리에는 유권자들이 납득 할 만한 인물들을 대체했다. 다소 잡음이 있었지만, 민주통합당의 '계파간 나눠먹기'와 '친노 계파'의 득세 혹은 물갈이를 빙자해 무고한 '특정 계파 궤멸시키기' 같은 행태와는 완전히 구분된다. 이것이 박근혜식 쇄신과 공천이 민주통합당 보다 잘됐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박근혜는 복지 이슈에 적극 대응하면서 여야간 차별성을 약화시켰다. 신뢰와 변화의 이미지가 결합된 박근혜 포장이 궤변을 통하게 한 사전 장치였다.

당내 반발 조차 조율하지 못한 상당히 좌클릭한 박근혜식 복지정책이 과연 박근혜를 둘러싼 한국 사회 기득권세력 카르텔의 벽을 뛰어넘어 실현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검증할 기회는 없었다.

아무튼 이번 총선은 여당의 대표가 야당 대표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그 모든 기현상은, 야권에 전적으로 유리한 사회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는데도 할 일을 방기한 민주통합당의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롯했다. 국민의 눈 높이에서 혁신하지 않고, 혁신을 빌미로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와중에 국민통합당 경선은 곳곳에서 부정 시비로 얼룩졌다.

또, 민주통합당은 물론 야권연대까지 중요한 지점에서 공천 부실이 드러났으나,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실기하고 말았다.

6.2 지방선거 당시 박빙으로 이겼던 충청. 강원지역에서는 민주통합당이 공천한 단체장들에 대한 심판론으로 들끓었다. 그 위에서 새누리당의 미래 선택론이 유달리 크게 들렸다.

이런 역풍이 득표율에서 이기고도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실패의 근원이다. 중도세력의 피로감은 6.2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이 선택했던 '차선'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했다. 이는 민주통합당의 자가발전 부재는 물론 최소한 요구되는 자기관리 시스템 부재를 투영한다.

민주통합당의 공세이슈가 오히려 부메랑이 됐고, 보수진영은 진화했지만 진보진영은 퇴조하는 전선면을 형성했다. 새누리당의 중부권 승리는 이슈 전선에서의 승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배부른 시절에서 멈춘 고장난 시계

민주통합당이 '공감' 선거전략을 세우지 않고 '공격'에 치중하다가 역공을 당한 꼴이다.

오늘의 시대정신은 양극화 해소, 사회 전반의 공정과 공평의 실현, 복지·평화통일 등으로 압축된다. 이를 실현할 적임자를 공천하고,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을 제시했어야 했다.

막연한 주장을 내세우며, 기존의 낡은 틀을 대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서 승리를 기대했다면 처음부터 오산이었다.

민주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죄(罪)다.

진보화한 민의를 의회권력의 지표로 삼을 동력이 부족한 탓이다. 우리는 진보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채 4년 동안 공전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전혀 자성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총선 결과를 자축하듯 계파간 전리품을 챙기는 양태까지 보인다.

자신의 셈법, 사회·경제적 마인드, 공감 정책의 수행능력을 자체 진단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방기하는 태도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정동영계파가 초토화 된 전북지역의 입장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댓가치고는 너무나 허탈하다.

민주통합당의 시계는 노무현 정권 중반부 정도의 시점을 가르킨 채 멈춰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