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공인배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CED 30개국 가운데 꼴찌에서 다섯번 째, 자살율은 1위다.

정신질환 때문에 건강보험으로 진료받는 사람이 연 평균 200만명에 육박했고, 3년 전 기준으로 자살 사망률은 10만명 당 28.4명으로 OCED평균의 2.5배였다.

가정의 달에 마주하는 우리사회의 현주소다.

결혼 기피, 이혼, 사별, 고령화 등 가구 분화와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통계정은 지난 달 26일 2030년부터 인구 감소세로 전환되는데도 홀로사는 가구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증가 추세를 감안 할 때 2030년에는 홀로세대가 2.226만1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30대 홀로가구가 80만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2035년에는 70대 홀로가구가 151만3천가구로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부모 자녀 가구는 2010년 159만5천가구에서 2035년 216만5천가구로 늘어난다.

가족해체의 원인은 개별화다. 자본의 속성은 팽창이다.

그래서 나누고 또 나눈다. 거대자본은 분업화, 전문화를 지속적으로 주도하며 노동자를 소모품화한다.

노동자는 자신이 분화된 분자이기 때문에 분리된 것을 통합적으로 사유하기 어렵다. 더 나은 이동 수단을 얻기 위해 진력 할 따름이다.

인간관계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면 개인의 존재가치와 존재의미는 점점 미약해진다.

여기에 효율성과 신속성이 강조되면 개별 인간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경쟁상대로 삼으며 단절과 결핍이라는 치유되지 않을 불행을 운명의 가슴속에 머물게 해야 한다.

자기이익이 전제 되는 '공존'은 위태하다.   

무한경쟁은 누구에게나 좌절을 안겨준다. 패자는 물론이고 승자에게도 도전해야 할 목표는 늘 앞에 있다. 새로운 기회는 내적인 대가를 요구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누적된 과오들의 무게를 덜어야 한다. 그 다음에 새로운 환경과 맞설 수 있다.

이런 행로에서 필경 마주하는 불안의 근원은 외로움이다.

쌍방향 소통이라는 것은 사실상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독선을 가린 '위선'이 목표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가장 빠른 수단이다.

여유도 없다. 시간이 있으면 주어진 상황에서 반족장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창조는 그런 범주 안에서만 허용된다.

목표를 바꾸는 건 사선을 넘나드는 도전이다.

지금 여기서 단 1도라도 방향을 틀어 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훗날 되돌아 가려해도 벌어진 간극은 너무 멀 것이다. 

세월에 떠밀려 알 수 없는 미래에 닿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도 이곳은 믿을 수 없는 익명의 섬, 나를 내어주지만 온전하게 내어주지 못하는 정글이다.

쫓거나 쫓기거나 달리다가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현실에서 투혼을 발휘 하지만 자신에게 담겨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익명의 나다.

'나'로 부터 소외된 나는 '나'를 두려워한다. 결국 나는 '나'를 혐오하게 된다. 그것이 깊어지면 '나'는 절대 고독에 갖히고 스스로를 공격한다.

그 극지점에 자살이 있다. 

달리다가 장애물이 되는 나(자존심)를 짓밟고, 뭉게고 형체를 알아 볼수 없을 때서야 안도했던 결과다.

행동과 자존감의 분리는 또 현실에서 위축을 초래한다. 

개별화에 이름을 잃어버린 '나'

외로움은 억압에서 비롯한다. 몽골 산악의 용맹한 사냥매는 혹독한 억압의 산물이다. 어린 매는 한정된 줄에 발이 묶인 채 날아가다가 줄 끝에서 더이상 비행하지 못할 때 조련사에게 끌려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조련사는 훈련이 끝나면 매의 눈을 가리고 훈련을 거부하면 굶긴다.

사냥매의 순응은 공포에 대한 방어기제다. 그저 살기 위해 사냥을 하고, 돌아와 먹이를 바친다. 길들여진 매는 줄을 풀어줘도 도망가지 못한다.

지배와 피지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런 조건반사에 작동하는 자기파괴를 멈추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라는 그늘 속에 홀로 고립된 객체다. 외부와 내부의 억압이 낳은 고통과 두려움, 혼란과 분노로 뒤범벅된 위기의 존재다.

타인과의 정신적 결합을 실현시킬 능력이 전연 없을 때 인간은 불행하다.

그런 현실 인식인 '자기의식'이 '불행의식'과 같아진 시대에 우리는 던저져있는 것이다.

이 억압의 틀을 깰 수단은 정치다. '진보'의 연대는 시대정신을 따를 때 존재한다. 억압의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순교자의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당위다.

진보가 사람들간의 공통분모를 회복하고 갈등요소를 감소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진솔하기 때문에 거친 그 속성은 보수는 물론 신예들과도 충돌을 거듭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진보정당은 오히려 승부를 향한 병적인 집착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다.

비례대표 내부 경선 부정 문제는 드러난 사실로 보아서 부인 할 수 없다.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든 중증의 한부를 드러내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사에 진보의 역할이 절박하다. 진보 스스로 부끄러움을 덮기 위해 더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은 더이상 안된다.

설령 처음부터 부정이 없었고, 왜곡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얼굴이 너무 많이 그을렸으니 씻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더러운 것도 불속에 들어가면 밝기를 더하는 법이다. 당장 일부 집단이 스러지는 것을 두려워 말고 더 많은 이들이 '진보'의 불꽃을 볼 수 있도록 하라.

가정의 달에 억압의 근원, 탐욕에 빠진 '진보'를 가슴치며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