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공인배

6대 지방의회 전반기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특히 익산시 의회는 4.11 총선 이후 5명으로 늘어난 무소속 변수가 의장단 선출의 주요 함수로 작용하면서 복잡한 국면에 빠져들었다.

우선은 뒤엉킨 감정이 문제다.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익산 을지역 조배숙 전 의원이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바람에 일어난 분열이 그 진원지다.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개를 지킨 4인과, 정치적 근거지를 이탈하지 않고 새 주군을 맞이한 4인의 의원들이 서로 적대감에 들떠있다.

윤리적 가치, 혹은 정치적 가치를 중시한 쪽이 서로 갈등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영역을 벗어나 공론의 장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합목적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가치는 반사회성을 탈피하지 못한다. 지역사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가치의 손을 들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각 시의원들이 선택한 결과만을 근거로 선악을 구분하는 시중의 평가를 경계한다. '원인'은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척도다.

발단은 조배숙의 경선 불복이었다. 그는 정당의 룰에 따라 게임을 하고 패배하면 승자를 돕기로 한 서약을 저버렸다. 그 이유로 관권개입과 불법 모바일 경선 의혹을 제시했지만, 주장에 불과했다. 미확인 논거를 게임 결과에 대한 승복 거부로 삼는 것을 누가 인정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지난 총선 이후 갈라진 익산을지역 시의원들 모두가 피해자다. 당적을 유지하면서 소속된 정당 후보의 승리를 도운 4인의 시의원들은 약속과 절차를 중시하는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엉뚱하게 패륜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그 가운데 기독교 장로인 혹자는 주군이 원불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교회 안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떨어졌다. 정치생명을 계속 연장 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또, 주군을 따라 탈당이라는 배수진을 친 4인은 이미 정치적으로 수장된 상태다. 이들은 스스로 장렬한 전사를 택했기에, 정치인 명찰을 달아준 이에 대한 보은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미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민주당 행보는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밥그릇 지키기 그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통곡한다. 중진의원을 지켜야 지역사회에 널리 이롭다는 신념을 따랐으나, 그런 호소가 부당한 것을 합리화하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하는 한계를 절감한다.

나아가 이들의 선택이 패배를 예감하기 보다는 승리를 확신하는 쪽에 가까웠던 탓에 이들이 지금 느끼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따가울 수 밖에 없다. 이들의 행보가 불순하게 인식되고 평가절하되는 원인이다.

게다가 이들 4인 가운데는 등에 업은 권력에 도취되어 자만을 드러내고, 권력을 만용의 칼로 휘두르던 미숙한 완장이 있었다. 그 칼에 주군의 절대 우군이 상처를 입었다. 안하무인의 삼가지 않는 완장의 태도는 결국 절대 우군을 '절대 적'으로 변환시켰다.

완장의 날뛰는 칼은 또 당 안밖의 주변에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혔으니, 돌이켜 보면 4.11 총선에서 주군을 따라나서지 않고 당적을 지킨 4인은 이미 총선 이전에 완장의 눈먼 칼에 큰 상처를 입고 단절감에 사로잡혔던 이들이다. 분별없는 완장에게 권력을 맡긴 주군의 부덕(不德)에 질려 마음을 돌려세웠던 이들이었다.

완장과 함께 주군을 따른 이들 가운데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열정을 불사른 이도 있다. 그의 몸에는 어떤 비난과 냉소에도 굴하지 않으며, 정치적 이해타산과 거리가 먼 순수한 피가 흘렀다. 그런 충성스럽고 올곧은 헌신은 누구에게든 큰 힘이 될 수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성향 탓에 떠나지 못하고 갈 곳도 없다.

우리가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에 무너진 절반의 익산 정치권이다. 이로 인해 익산 시민들이 감수해야 할 손실은 너무나 크다.

당장 원 구성을 앞 둔 익산시 의회는 편짜기에 부산하지만, 을지역을 고려하는 목소리는 없다.

전반기에는 갑 쪽에서 의장이, 을 쪽에서 부의장이 각 선출되면서 지역 안배가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지금 의회의 힘은 갑지역 쪽으로 과도하게 쏠린 양태다.  

의장 입지자 3명이 모두 갑 쪽에 몰려 있는데다, 부의장의 지분조차 갑 쪽에서 차지할 공산이 높은 실정이다.

을지역 구성원들의 양분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특히 을지역의 탈당파 완장은 당적을 유지한 특정인을 노골적으로 찍어 의장단 입후보를 견제하고 있다. 특정인을 러닝메이트로 짝지은 의장 후보는 무조건 배척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감정에 표류하는 무책임한 정치인들

특정인은 전직 공무원으로 14년 동안을 의회 전문위원직을 수행하다 퇴직한 뒤 시의원에 당선 된 이래 재선 의원이다. 20년 동안 의회에서 경륜을 쌓아 온 이다.

의회에서 의장이 아버지라면 부의장은 어머니와 같다. 의회 내부를 세심하게 살피고 갈등을 조정하며 소외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의회 안밖에서 적임자로 평가되는 후보가 원천봉쇄되고 있다.

더구나 전정희 을지역 위원장이 갑지역 이춘석 위원장에게 지역 안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갑을지역을 합친 17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부의장 경선을 치르자고 두차례에 걸쳐 요구했으나 번번히 묵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가의 기류가 크게 경색되고 있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나눠먹기식 구도로 흘러간다면, 의장부터 선출하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김대오 의원과 양종규 의원이 격돌하는 국면에서 부의장과 네자리의 상임위원장 후보들이 각각 두명씩 자기지분을 가지고 거래를 시도한다면, 12대 12의 결과가 굳어질 것이라는 건 너무나 쉬운 예측이다.

난국을 수습하고 원 구성이 마무리 되더라도, 지역간 대치와 상호 견제가 아닌, 단순히 이해관계에 얽힌 패거리간의 대치는 시민들에게 악영향 말고 끼칠 게 없다.

이춘석 의원의 조정력이 당장의 해법으로 대두되는 이유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끼리 겨누던 칼을 거두고 정치인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해 정치공동체 복원을 이룰 수 있을까. 의회가 화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대의명분에서 동떨어져 있는 한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오리무중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