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공인배

SNS는 우리사회의 고도화를 주도한다. 광활한 대륙의 모든 사물이 한 점의 프리즘에 투영되고, 이미지나 소리의 이동 거리는 무의미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상,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에 우리는 도취되었다.

그 시작은 외로움이었다. 만지면 열리는 창, 즉각 연결되는 통로는 그 근원과 맞닿아있다.

기계에 밀려나는 인간의 박탈감과 인간성 상실에서 오는 단절감을 기계를 매체로 해소하는 모순의 지형이다.

차가운 시대다. 가까이서 표정을 읽으며 가슴뛰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소통의 한계에 몸서리친다.

그래서 우리는 불신의 단단한 독가시를 뒤집어 쓴 호저일 수밖에 없다. 자유롭게 노닐지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디지털 안에서 아날로그적 충족을 구가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디지털에 아날로그의 중심 영토를 내줬고, 아날로그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디지털 세상이 아날로그 세상을 대체 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었다. 우리가 광속의 디지털에 몸을 맡긴 순간, 기술은 픽션을 재구성해 무결점에 가까운 세상을 열었다.

우리는 굳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로 구성된 플랫폼에 지배되고 있다는 걸 각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영속의 범주에 속한 기계와 유한한 인간 사이의 간극 그 천길 벼랑 끝에 설 때 까지, 우리는 충실하고도 열정적으로 디지털 세상에 뛰어들어가 인식과 삶의 지평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플랫폼이 무선의 자유를 만난 이후 2년만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3천만 명에 육박했다.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시킨 사람과 쉽게 마주치는 현실이 그걸 가늠하는 척도다.

누구든지 원한다면 광활한 관계망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언제든지 수많은 공간에 존재하는 자신을 즉시 확인 할 수 있고, 짧지만 굵은 한 줄 생각은 낯선 이들과도 관계를 맺고 소통 할 수단이 된다.  

SNS의 진화를 이끄는 어플리케이션은 오락에서 생활편의는 물론 모든 문화가 집약된 세상을 구현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렇게 급격하게 바뀐 세상이 낳을 부작용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 중 상당수는 완전히 SNS 창에 사로잡혀 산다. 스마트 폰이 손에서 떨어지면 극도의 불안에 떨며, 그런 상태로 5분도 채 견디지 못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독자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몇일 전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스마트폰 중독률(8.4%)이 인터넷 중독률(7,7%)을 넘어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PC와 스마트폰 보유율을 감안하면 인터넷 중독자는 10명 중 한 명인데 스마트폰 중독자는 4명에 한 명 꼴이다. 

중독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목적은 채팅(77.7%), 음악감상(41.3%), 게임(36.3%) 순이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면 함께 있어도 각자 향유하는 세상은 다르다.

누구도 중독을 피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에는 인간의 오감을 대신하는 다양한 센서가 있다. 카메라, 위성항법장치, 물체 움직임을 감지하는 중력 센서 같은 것들이다.

이런 디지센서스는 사용자와 기계의 상호 교감을 실현하고, 현실계 위에 가상계의 정보를 결합한 '증강현실'을 구현한다.

사용자는 센서들의 결합으로 이룩한 환상계(게임)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상호작용성과 이동성을 주도하는 플랫폼들간의 유기적 결합 혹은, 디지털 융합은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은 또, 사용자의 모든 일상과 인생이 기록되는 빅 데이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개인의 데이터는 SNS의 속성상 보호받기 어렵다.

혼자이면서도 함께이고 싶어하는 양면가치 추구가 SNS 사용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대부분의 센서들은 개인 데이터를 모은다. 노출되는 개인 데이터들은 SNS사용자가 지불하는 화폐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개인의 SNS는 전체의 일부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지만 공공의 영역 안에 있다. 개인의 의견이 그자리에서 즉각 공론화되고,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의 의견은 다른 미디어들의 광장으로 옮겨져 여론의 난타에 피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이런 작용들은 당사자들의 뜻과는 무관하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

메시지의 양이 제한되는 SNS 상에서 개인의 의견은 구체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메시지의 본질이 파악되지 않고 비판자의 입맛에 맞게 해석된 비판이 넘쳐나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결국, SNS를 둘러싼 갈등은 코드가 다른 것들을 배척하는 의식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유발한다. 

SNS는 검증단계를 쉽게 뛰어넘어버린다. 그 속성이 오직 확산과 속도인 탓이다. 속도를 중시하는 흑백 논리의 디지털적 사고가 만연하고, 다른 것을 통합적으로 판단하며 이해하는 아날로그적 사고는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들이 타인의 사생활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빠른 세상의 폐단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들이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갇히고, 누구에게도 숨기고 싶은 그들의 사연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은, 빠르게 지나치는 사물들을 피상적으로 인지하는 우리들의 결여에서 비롯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단순하게 현상을 받아들이고 그걸 옮기는데 치중하는 것도 그와 궤를 같이한다. 누군가의 사생활이 광속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모자지간이나, 고부간, 부부, 혹은 다른 형태의 밀착된 관계를 이루는 사람들도 서로에 대한 호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 사적인 개인공간을 기웃거리는 근원이 의심에서 비롯한 것이기에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당하는 쪽이 SNS의 사적인 공간을 폐기해야만 갈등은 끝이 난다.

우리가 처음에 인터넷을 만들 때 프라이버시의 문화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을 화폐로 바꾸려고만 생각한 기계 뒤 인류의 의도 때문이다.

SNS상의 모든 문제는 기록에서 발생한다. 기록한다는 것은 멈춘다는 것이고, 디지털의 실체를 발견 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록의 자유를 얻기 위한 모든 투쟁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