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공인배

전북대학교가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익산지역사람들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문제다. 

5년 전 전북대와 익산대가 통합한 이래 익산시민들이 전북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북대 익산캠퍼스에는 2년 전에 착공된 세계최대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거의 완공단계에 있다.

익산에는 국내 최대규모의 닭 가공공장과 이곳에 닭을 납품하는 양계농가들이 낭산 등지에 산재해 있고, 왕궁지역에서는 대단위 축산단지가 성업 중이다.

그 때문에 익산사람들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전염병(인수공통전염병) AI의 습격을 자주 당해왔다.

익산시민들이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청정 익산'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특히, 익산에서 AI나 광우병을 극복할 신약을 개발해 낸다면, 정부가 4년 뒤까지 이 연구소에 투자할 연구비 840억원의 효과는 상상을 불허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 성과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제외한다면,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가 가장 먼저 그 성과를 공유하게 된다.

'바이러스 잡는 익산'은 절대 우위의 브랜드를 창출하고, 익산의 농산물들은 금값을 자랑하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이다.

이는 지역내 자원이 익산국가식품산업단지에서 완벽하게 소화되는 자원순환형 도시화를 예고하며, 익산을 동북아 식품수도로 성장시킬 주요 동력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익산을 세계적인 동물관련 연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국가차원에서 세운 이상, 장차 굴뚝없는 산업의 효과를 톡톡히 구가할 익산이 눈앞에 선연하다.

그래서 익산시민들은 전북대 수의과대학 익산캠퍼스를 주목한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익산의 대안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구 유입효과 뿐만 아니라, 유입된 우수한 인재들이 각종 질병연구와 치료법을 개발해 국가적 관심을 이끌어낼 경우 익산은 각종 연구소를 보유하는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우리는 또 오래된 어제, 자치단체와 대학이 생존을 위한 결사체가 될 것을 요구받는 시대에 돌입했다. 지역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은 세금의 원천이고 지역발전의 핵심이다.

대학은 다른가. 창의적인 인재가 모이고, 경쟁력있는 전문가들이 대학의 구성원이 되면 대학은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또 한 분야를 이끌 전문가들이 지역으로 나가 창업을 하면 졸업생들의 취업문이 넓어지고, 대학은 특정분야의 특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대학과 자치단체가 상생의 틀 안에서 함께 고민 할 때 현실화되고 극대화 될 수 있다.

대학 총장이 대학의 구성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 할 때 가능한 일이다.

중앙집권적인 질서에 줄을 서거나 획일적인 사고에 갇힌 사람이 지역과 대학 발전을 위해 공격적으로 기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선제 이전 국립대 총장들이 얼굴마담으로서 교과부의 일등항해사 노릇 말고 다른 일을 한 흔적이 있던가.

이제 대학은 구성원들이 생존 문제를 놓고 외부와 교류하지 않으면 당장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형편에 놓였다.

대학의 양적팽창은 학력인플레이션을 위험수위까지 고조시켰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과학 분야의 실사구시와 그에 따른 성과를 인문학에 배분하는 시스템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대학은 이렇게 갈길이 바쁜데, 교과부는 부실대학 정리의 칼을 휘둘러 대학을 위축시키더니, 전국의 국립대학에 총장직선제폐지를 강요하고있다.       

대학평가 지표의 오류가 공론화되고, 평등권 침해를 비롯한 부실대학 낙인에 따른 재학생 사기저하와 서열화 심화, 지역경제 침체 같은 부작용에 대한 반발이 분출했으나, 교과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세다.

대학은 지역발전 견인차

학력인플레이션을 개선하겠다고 착수한 부실대학 선정은 발상부터 오류였다. 낮은 취업율의 근원은 개인의 능력을 도외시하는 학벌위주의 사회와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는 사회구조다.

교과부는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평가해 대학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부실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율을 더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게 확연하다.

그런데 이렇게 미숙한 교과부는 교수회 내부 파벌간 알력에 따른 부작용을 명분 삼아 국립대 총장 간선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기능만을 지나치게 부각한 소치다. 총장 직선제는 20여년 동안 대학 행정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크게 신장시키는 등 대학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한 총장 선출은 구성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장치이자 총장의 독단적 운영을 막는 제동장치였다.

또한 선출직 총장은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외부와의 관계에서 능동적으로 대응 할 수 있다. 교수회 내부 파벌 형성은 간선제 였을 때 오히려 더 심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부실대학 지정'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들고, 전국의 국립대학들을 줄줄이 복속시키고 있으며 전북대 역시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읽지 조차 못하는 교과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강행'은, 대학에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열등의식에 들뜬 교과부가 자신의 대학 지배력을 과잉상태로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익산시민들은 전북대와 익산대 통합을 성사시켰던 직선제 하의 서거석 총장이 교과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것을 우려한다.

서 총장의 토로와 같이 전북대가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히면 정부 지원이 끊겨 대학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는데, 총장직선제만 포기하면 모든 억압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교과부 구성원들은 중앙집권적이며 획일적 교육의 산물들이다.

전북대가 총장직선제를 포기하는 순간이 교과부의 폭압시대로 퇴행하는 터닝포인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