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공인배

익산의 모든 경제지표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요 세원(稅源)인 인구 감소가 두드러진다.

자치단체의 다각적인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대두된다.

익산시가 인구를 늘리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산업단지(산단) 조성과 기업유치다.

일반산단 조성면적 가운데 4/5가 기업들의 입주예정지가 됐고, 1/5이 분양돼 공장신축이 한창 진행중이지만 인구증가에 얼마나 기여 할까에 대한 질문 앞에선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6년 전 왕궁농공단지내에 국내 농기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입주했으나 인구 증가 부문에서 극미한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타지역에서 관리직은 물론 생산라인에 종사하는 기존 직원들을 그대로 옮겨왔고, 가동 이후 3년 동안 정규직 30명과 계약직 23명을 순차적으로 고용하는데 그쳤다.

퇴직자가 발생해야 신규 고용이 가능한 상황이고, 이 기업과 입주계약을 체결할 당시 인구가 적어도 1천8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종사자들만 거주지를 옮겼다.

게다가 종사자 360명 대부분은 주말과 휴일에 익산을 떠나 가족의 품으로 간다. 익산과 전북도는 이 기업에 부지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도의 막대한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물론, 공장 건설단계에서의 지역경제 유발, 기업유치에 따른 세수증대, 연관산업의 동반성장 같은 직간접적인 효과가 적은 건 아니다.

익산시는 산단에 가급적 큰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눈에 띠는 고용창출과 안정적인 세수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덩치가 큰 기업은 당초 제시된 투자계획이 달성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설비 특성상 주요플랜트를 지역에서 수급할 수도 없다.

국내 섬유산업을 주도하는 '전방'은 2천억원대의 투자로 1천200명이 일하는 일터를 만들겠다며 지난해 착공했지만, 이는 2017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700억원을 투자해 오는 9월부터 가동하는 1단계 공장에서는 관리직 30명과 방직공 70명이 투입될 뿐이다. 또 대부분의 플랜트 건설은 수도권 업체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쌍방울 도산으로 섬유도시 명성을 잃어버린 채 상처만 안고 있는 익산으로선 전방이 2,3차 공장을 단계적으로 건설 할 수 있을지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할 입장이다.

전방이 제시한 투자비를 대비해 2백억원의 투자 보조금을 지원하는 자치단체로서는 중도하차에 따른 부담이 크다. 

사실, 익산이 기업유치 과정에서 차별성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철도 및 육로의 수송체계와 거저 주다시피하는 사업부지 뿐이다. 익산이 자랑하는 물류체계에는 항만과 공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기존 산업구조 역시 취약하다. 대기업의 계열 공장들이 몇몇 있지만 공해를 유발하거나 3D 업종이 대종을 이루고 한물간 사양산업도 여럿 있다.

이는, 수도권이나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 배척되는 기업들을 유치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미 유치된 특정 기업 가운데는 기존 폐수처리 시설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독극물을 폐수로 배출하는 업체도 있다.

농공단지 입주 업체들 역시 대부분 경영난에 시달리고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까지 익산시의 일반산단내 투자유치 실적은 8천3백억원이다. 기업들이 양해각서 대로 공장을 짓고, 나머지 부지를 기업들로 꽉 채울 경우 총 투자 규모는 2조원대에 달한다.

현행 투자보조금 제도를 감안하면,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200명 이상이 종사할 경우 이들 입주 예정 기업에 지원되는 총 인센티브는 익산시 1천억원과 전라북도 1천억원 등 모두 2천억원이다.

이제 그 실효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산단분양 우선주의에 매몰 된 나머지 큰 기업위주로 어떤 기업이든 유치한다는 사고는 지극히 위험하다.

더구나 공장 건설에서부터 가동 이후까지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들에게 투자계획만 믿고 인센티브를 지불하는 것은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덩치가 큰 기업이 망하면 사회적인 충격도 거기에 비례한다. 산단 조성사업비로 수천억원을 들인 익산시는 기업이 망할 때 마다 치명적인 쇼크 상태에 떨어질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세계 5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4%, 지난 30년간 한국 100대기업들의 생존율은 16%에 그쳤다.

계란은 여러바구니에 나누어 담으라는 투자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지점이다.                

혁신적인 평가지표가 필요하다

작지만 국제 경쟁력을 보유할 만큼 강한 중소기업 육성에 눈길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굳이 첨단산업이 아니고 눈에도 잘 띠지 않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오랫동안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강소기업들은 많다.

자기자본 비율의 50%까지 지원하는 현행 정책을 폐기하고, 100%를 지원하되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예비 강소기업에는 자기자본이 없어도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는 공격적인 육성정책이 긴요하다.

익산시의 경우 익산산단에 기업을 유치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인센티브가 2천억 정도라고 감안 할 때 5억으로 창업하는 중소기업 400개를 창출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치단체가 기존의 낡은 평가지표를 버리고 강소기업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창업자가 설정한 시장을 공략할 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전문성), 집중력이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의 악조건을 '시장과 기술을 동등하게 통합'해 극복할 수 있는 혁신마인드를 갖췄는지 등 잠재력을 평가할 농동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창업자의 비전과 꿈은 특정한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창출 할 수 있고, 이 자산은 미래의 안정적 성장을 담보한다.

그러나 보라, 천년 고도 익산에는 '문화콘텐츠 강소기업'은 커녕 '문화콘텐츠 중소기업' 조차도 없다.   

최근 문화부와 기업은행이 올해부터 3년간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100여개를 선정해 1천3백억원 규모의 융자와 투자, 컨설팅 등 종합적인 금융지원을 시행한다는 데, 선정된 기업은 최대 2%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4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통해 투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익산시의 손은 강소기업 육성 시대로 나아갈 변환키에서 너무 먼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