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사회가 개인에게 준법을 강제 할 수 있는 프레임은,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치의 생산과 분배다.

개인적 삶의 가치는 사회적 가치와 교류하며 더 질 높은 가치를 지향한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구성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가치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제하거나 지휘하는 개인 역시 공동체 없이 존재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개인은 독특한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 가치를 과점한다. 살아서 다 쓸 수 없는 돈 위에 또 돈을 쌓기 위해 착취를 일삼는다. 

이들에게는 공히 과대망상이 내재한다. 자신이 역사와 진리, 정의를 맡아 지키는 사람이고, 그 때문에 초법적인 지위를 갖는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세상 위에 '군림'하는 것을 최대가치로 삼는 그들은, 그걸 위해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그들 소수의 반대쪽에는 세 부류가 있다. 

그 한 축은, 부당한 기존질서와 충돌하며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는 부류다. 이는 스스로 억압하지 않아야 가능하고, 그 자체가 혁명이다.

깨어있는 자가 소수인 이유다. 이런 사유(思惟)의 주체는 무지와 굴종을 배제하며, 개인과 공동체에 유익한 가치를 추구한다.

‘극과 극 닮는다’는 역설은 그들 양태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부조리를 변별하는 눈이 있고, 고쳐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동에 독선과 자기통제의 결여를 드러내는 원인이다. 이 점이 자본과 닮은 꼴이다.

다른 한 축은, 저항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거나 억압에 순응하는 의식적 노예들이다.

승부를 향한 병적인 집착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길이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서는 불안과 고통을 대체할 출구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정신적, 육체적 유희 문화는 이들이 창조하고 발전시킨다.

다수이면서도 생존과 즐기는 쪽에 열정을 불태우되, 사회의 내부에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부정적인 정보에 둔감하며, 다른 사람과 필요에 의해 관계를 맺지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결속하기 어려운 근원이다.

이들은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대행자들에게 미루는 관성을 지닌다. 이는 대행자들이 초법적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에게 그 의사를 묻지 않는 악순환 구조다.

또 다른 한 축은 그런 극단적 개인주의와 비인간적인 시장에서 비롯한다. 인간관계의 '온기'는 물론 최소한 생존에 필요한 빵 조차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낙오자 부류다. 

사람들간의 공통분모는 감소하고 대척점을 이루는 갈등 요소가 갈수록 증가하는 토양은, 이들에게 고독에서 발원하는 분노를 촉발한다.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절망과 무력감은 자신 이외의 것들이나 타자의 세계를 거부하는 분노로 비화한다.

이런 분노는 결국 무력한 자기를 향한 공격이다. 타인과 자신을 다치게 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내몰리면 대부분은 스스로를 소통이 단절된 상태 속에 유폐해 버린다.

그것은 불행의 함정이다. 밑바닥에서부터 광기가 움트는 악의 발원지다. 그들이 거리로 뛰쳐 나올 때는 괴물이 되어있는 이유다.

세 부류 가운데 어느 축이든 우리는 '자기의식'이 '불행의식'과 같아진 시대에 떨어져있다.

억압에 순응하거나, 저항하거나, 더이상 참지 못하거나 모두 본래적 감정의 눈으로 자신을 성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같다.

감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누구나 괴물이 될 가능성 그 전면에 노출돼있다는 다른 말이다

"감정은 내 영혼의 각축장이다.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하면 인격을 영혼에 일치시키지 못한다"는 게리 주커브의 설파에 사로잡히는 지점이다.

영혼은 태초에 진화를 약속했다는데, 인격에 흐르는 감정의 에너지가 영혼을 연결하고 타자와의 유대와 접속을 매개하며 감정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영혼의 약속이 달성된다는데, 우리의 감정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져버린 것일까.

생명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 진화의 힘

사람의 행동은 생명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 전제돼야 그 의미와 목적이 살아 움직이게 된다. 잔학성과 고독에 장악된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 경건함이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생명을 무가치한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도 한다.
힘을 바탕으로 환경을 지배하는 능력, 서로를 지배하는 능력이 발전하는 과정은 '진화'가 아니다. 불안감은 외적인 힘을 축적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모든 형태의 생명을 보이는 그대로 사랑하는 힘, 인생에서 겪게되는 모든 것에 대해 심판하지 않는 힘, 미물일지라도 의미와 목적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힘, 그것이 진정한 진화의 힘이다.

상호작용을 하는 인격들은 치유를 모색하는 영혼들이다. 스스로 치유가 필요한 불균형적인 상태를 인정한 결과다. 균형을 맞춰가는 사랑의 시작이다.

보는 것과 경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이해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으면, 우주의 사랑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흘러드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하니,

그런 감정은 사람 사이를 자유로이 통과하는 에너지가 되고,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며, 감정과 의지의 조화가 구현된다.

이같은 선지자의 경구는, 착취하고 군림하며 분노를 조장하는, 혹은 불안을 느끼는 자가 먼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자꾸만 종교를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사회병리현상들이 폭주한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에는 그 근원을 치유할 주체나 힘이 없어 보인다. '거리두기'가 고착화되어 있고, 권력과 자본은 약탈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토록 혼탁하고 불공정한 세상을 향해 저항한 민란의 바탕에는 항상 종교가 있었다.

영혼의 진화를 위한 순교 예비자들은 출정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