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에서 작은 여포의 환생을 본다.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를 통틀어 가장 용맹한 장수. 그러나 주군 배신하기를 밥먹듯이 하는 패륜아 여포.

관우 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방천화극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적토마에 오르면 당해 낼 장사가 없어 비장(飛將)이라 얼컬어졌지만, 신의를 얻지 못한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특히, 우둔한데다 이욕에 눈이 어두운 여포는 자신의 절륜한 무예를 믿고 노략질을 일삼는 등 마구 날뛰며 새로 모시는 주군마다 위태롭게 했다.

익산의 작은 여포는 실제 여포의 생애에 비추어 그 노정을 마친 것인지 아직 갈 길이 남아있는지 비범치 않은 사람으로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여포 일생의 어느 조각이거나 떼어내 지금 익산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맞추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에 실소 할 따름이다. 

여포는 정원의 양자였으나 동탁이 선물한 적토마에 넘어가 정원을 죽이고, 동탁의 양자가 되었다가 사도 왕윤의 미인계에 걸려들어 동탁을 죽인 인물이다.

그런데 익산 정계에서는 이런 패역무도한 일이 빈발한다. 그런 점에서 익산의 작은 여포는 한 사람이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을 세워준 주군을 배신하고 새 주군을 옹립하며 모리배들과 사통하면서 주군을 사지에 몰아넣는 작은 여포 혹은 무리들이 수두록하다.  

작은 여포가 누구라고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익산 정가의 모리배들이 그와 크게 다를 바 없으니, 뼈아픈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어떤 사건들이 여포의 행태이냐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거니와, 책무와 관계 사이에서 고뇌하지 않을 수 없는 파편이 사건을 구성하는 일 부분인 탓이다.
그러니 그저 여포의 이야기를 한다. 굳이 이렇게 저렇게 같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 혹은 알아야 할 사람은 다 알 것이기 때문이다.
동탁 사후 여포는 동탁을 향한 사무친 원한에 절치부심했던 원술에게 몸을 맡겼고 원술은 그를 극진하게 후대했다. 그러나 자신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 여포는 멋대로 군사를 풀어 노략질을 일삼아 원술의 근심거리가 되고 만다. 여포는 잠시 장량을 따르다가 동탁의 무리들에게 쫓겨 원소에게 항복한다.
여포의 일생에서 가장 빛났던 때는 원소의 부장으로 출전해 장연을 공격하는 상산의 전투였다. 그는 적토마를 타고 능히 적의 해자를 뛰어넘었고, 수십기의 기마병들과 함께 하루에도 수차례씩 맹렬히 장연의 진에 부딪혀 적들을 모두 참수하는 활약을 보인다.
여포는 이 공을 세운 뒤 또다시 교만해졌다. 내키는대로 군사를 늘리고 원소의 제장들을 업신여겼으며, 원소의 영토에서 노략질을 일삼다가 결국 원소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여포는 다시 장량에게 귀의했다가 장막을 거쳐 유비에게 몸을 의탁한다.
유비 역시 여포의 배신에 쓴맛을 본다. 유비가 원술과 싸우는 틈을 타고 유비가 점거하고 있던 하비를 공략해 서주를 취하고 자신을 서주자사라고 칭한 것이다.
유비와 혈투를 벌이던 원술은 이를 기뻐하며 여포와 우호관계를 맺었다. 원술은 서로 결속을 굳건히 한다는 의미로 사돈을 맺을 것을 제안했고, 여포는 이를 승락하며 딸을 보내 놓고 중도에 변심, 원술의 사자를 형틀에 묶은 채로 조조에게 보내 저자거리에서 참수되게 했다.
조조는 여포를 좌장군에 제수했다. 하지만 여포는 사리사욕을 잠재우지 못하고 몇년 뒤 다시 원술과 연합해 조조와 맞서는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여포는 부하들의 배신에 의해 조조에게 사로잡혔고, 교수형에 처해진 뒤 하비로 보내져 효수됐다.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여포에 두고, 호랑이 같이 용맹스러워서 홀로 싸움에 당할자가 없었으나 전략이 없고 천박교활하며 이익만을 바라보며 일을 도모했다고 평했다. 
난세를 타고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 조조와 원소 등 강성한 제후들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배신으로 이룩한 영화를 누렸으나, 배신으로 생을 마감한 여포, 그는 죽음에 이르러 끝까지 영웅답지 못했고, 결국 부하 장수 장료의 "사내답게 죽으라"는 질타 속에 비루한 일생을 마쳤다. 
익산의 작은 여포는 이제 정치적 최후를 맞았다. 그가 서슴없이 자충수를 두게 된 근원은, 동료는 없고 동업자만 있는 익산정계의 현실이다.
동지는 생사고락을 같이 하지만 동업관계는 손익 앞에서 깨지게 마련이고 원한 관계로 발전하기 일쑤다.

동지와 동료의 함수관계

그들의 얽힌 얘기를 여기서 상세하게 할 바는 아니지만, '죄가 있어도 나는 벌 받을 일 없다'는 작은 여포의 격노한 행동거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작은 여포의 주군은 공학적으로 그에게 이익을 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일을 도모 할 때는 동지였으나, 성사된 뒤에는 보호받아야 할 처지가 된 탓이다.
몇가지 사법적인 위기 앞에서 서로 상관관계가 부정돼야만 진영의 안전이 보장되는데, 어떤 요구인들 들어줄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그 주군이 불공정한 게임을 했을 경우 그것을 고발한 공익적인 측면이 비판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동업자로서 특정한 시기를 놓치면 본전이나 목적한 이익을 회수 할 수 없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면, 보호해야 할 주군을 파멸로 몰아가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몇개의 사법적 대응과 같이 그간의 행보가 동지로서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읽혀지는데, 갑자기 동업자 본색을 드러낸 가벼움에서는 너무나 선명한 여포의 이미지가 투영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작은 여포의 행태는 익산 정치의 현주소다. 사람이든 하늘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부끄운줄 모르는 하류정치가 함축적으로 드러난 표본이다.
이런 예측불가능한 정치 풍토에서 누구를 믿고 무엇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