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은 임진년 추석을 보냈다.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이 그 품에 안겼다가 다시 떠나갔다.

그들의 고향은 어땠을까. 그리워했던 모습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을까. 임철규의 문법에 따르면 사실 고향은 존재하지 않는 근원이다.

우리들의 고향은 유년의 그 시절과 장소에 불과할 뿐이다. 혹은 각자 나름의 윤색되고 이상화 된 과거다. 익산이 그들의 그리던 고향이기 어려웠을 까닭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다. 그것은 또 고통을 먹고 자란다.

먹고살기를 방패삼아 시간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 주변과의 '공생'보다 '경계'하는 쪽이 쉬운 사람들일수록 고향을 수 없이 덧칠하여 상상한다.

고향이 그런 왜곡된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이상 되돌릴 수 없고 되찾을 수도 없는 고향을 그들은 또 찾아왔던 셈이다.

가슴 속에는 바라지만 바라서는 안되는 것을 아는 울부짖음을 안고서 몸서리치는 실향민들이다.

이는 오래전 헤라클레이토스가 설파한 바다.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자기가 떠난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시인 황지우는 "나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가고있는 중이다"고 노래했다.

향수의 본질이 '아직도 고향으로 가고있는 중'인 것 이라면 그것은 비극이다.

우리는 그 욕망이 허망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향을 포기하지 않는다. 고향이 변치 않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환상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장소와 자기 자신이 변해서 영 잃어버린 고향을 그래도 그리워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모호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듯이 치유 방편으로서의 고향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 대한 기억은 기억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잃어버린 과거의 본질적인 가치들을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비판하고 현재의 모순을 지양하며 미래의 이상사회를 구현할 비전도 제공해 준다.

비단, 이번 추석 귀성객 뿐만 아니라, 익산에서 고향을 찾아나섰던 또는 익산이 고향이지만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허허로움을 감내했던 실향민들 모두에게, 그래서 '향수'는 '비전'으로 치환되어 드러나는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연말에 치러질 대선을 예견하는 이야기가 대종을 이루며, 중국 주얼리 업체들의 익산 귀환이 과거의 '보석도시 익산'의 재생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도시'로 회자되는 것은 그 치환의 작용일 것이다.

우리는 각기 문법은 다르지만 비전 제시를 통해 고향을 되찾는 방향쪽으로 저도 모르게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도·농통합도시 익산으로선 인공도시 개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매력있는 고향만들기라는 도시의 안티테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익산시는 그동안 인구와 세원을 늘리기 위해 과감하게 빚을 내서 사회기반과 산업기반시설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정부청사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어 국비지원을 크게 늘렸지만,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 부담도 그만큼 늘어 열악한 자체 가용재원이 줄고 있다.

부족한 재원때문에 장기사업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사업들도 매끄럽게 추진되기 어려운 태생적인 한계에 맞닥뜨려 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유치에 밤낮없이 매달리며 피말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성과는 수년 내에 가시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잠시 멈추어 서서 그 원인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에 이르렀다. 투자란 예측 가능한 결과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다. 자치단제마다 벌이는 일들을 관성적으로 쫓아가면서 경쟁력을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신화 숨쉬는 지속가능한 고향

공동체 복원이 익산의 경쟁력

아이디어의 시대다. 지자체의 개성을 부각시키는 일인데, 다른 지자체들이 가볍게 여기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일이 익산의 경색된 처지를 돌파 할 틈새가 될 수 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인데, 지자체의 성장동력이 되고 중앙정부에서도 별도로 돈을 주면서 자랑스러워 할 일이라면, 그것이 곧 지자체가 최소한의 재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고향 지우기를 멈추고, 신화가 살아 숨쉬는, 그것을 지킬 공동체가 존재하는 고향을 만드는 것이 익산시가 지속가능한 도시의 반열에 오르는 첩경이 아닐까 한다.

'고향'이라는 테마는, 지자체가 열정을 불사르며 당도한 천길 절벽, 그 현실을 대면케하는 역설이다.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크게 저질러야 한다는 단순한 경쟁적 토대 위에서는 현실인식에 대한 배타적인 무관심에 지배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는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에도 자치단체의 형편이 나아지는 것은 없고 악화일로에 있는 배경을 바로 보기 어렵다.

작은 돈을 들여도 매력은 얼마든지 발산 할 수 있고, 그것이 '여유'라는 토양 위에서 발아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서 미래를 지향 할 익산의 맑은 눈 갖기는 가망없어 보인다. 

거침 숨을 고르고 내부를 들여다 볼 때다. 익산시의 자체 재원만으로도 충분하다. 도시를 완전히 탈바꿈 시킬 수 있다.

고향을 발굴하고 고향을 지키며 고향을 노래하며 널리 알릴 공동체의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익산시는 지속가능성을 구축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