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지난 달 중순 어간, 금강 백제보 일대에서 수만마리의 물고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허연 배를 드러낸 사체들이었다.

누치·참마자·동자개·끄리·쏘가리 등 5만마리에 이르렀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에서 부여 석성에 이르는 50리 구간에 걸친 죽음의 띠가 금강을 덮었다.

당국은 방대한 피해규모에 당황했다. 수거한 물고기 사체를 강 둔치에 마구 묻고 있다. 금강과 지하수의 직접적인 수질 오염도 문제지만 2차 오염 우려도 높다.

수달이나 조류 등 다른 동물들이 부패한 살을 먹고 폐사에 이르거나, 전염병원이 되어 생태계의 연쇄적인 죽음행렬를 부를 수도 있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이같은 재앙이 금강 하류 익산 쪽으로 흘러내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는 한 달이 지나는 동안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말을 안하고 있는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소량의 산소에도 견디는 잉어와 붕어의 사체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바이러스와 독극물에 의한 폐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대부분의 물고기 사체들이 입을 벌리고 있거나 아가미에 선홍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사인이 '산소부족'이라는 것을 가르키고 있다.

몇 달 전, 합천 창녕보와 낙동강 지천은 구토를 유발하는 악취가 진동했다. 부패한 녹조류가 온통 강을 뒤덮은 탓이었다.         

청와대와 환경부는 당시 이런 녹조현상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수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드러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검토결과, 우리나라 조건에서는 물흐름 지체가 조류발생의 큰 원인이라는 조사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가 물 흐름을 막거나 방해해 산소 결핍을 부르는 녹조현상이 4대강에 확산됐다. 강이 각종 오염원에 취약해졌다.

가뜩이나, 대규모 준설로 습지와 백사장이 사라졌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이려고 할 때부터 제기된 우려였다.

어류들이 서식처를 잃어버리고 하천의 정화기능이 상실된 것이 최근 강에 일어난 재앙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만용을, 이 정부가 계속 부릴수 있을까. 

당국은 물의 정체로 인한 녹조현상 등 물이 썩는 부영양화 원인물질인 '인'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각 지자체의 하수처리장에 총인시설 335개를 증설했다.

'인' 처리를 위한 황산알루미늄이나 폴리염화알루미늄과 같은 응집제 사용량이 지난해 대비 240%, 비용은 329%로 급증했다.

이같은 알루미늄은 사람이나 고등동물이 과다하게 섭취 할 경우 신경성 장애를 일으킨다. 악성 치매나 경련 같은 알츠하이머가 그 대표적인 질환이다.

4대강에서 해마다 원인 모를 녹조가 발생할 때마다 총인처리를 위한 약품을 대량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갇힌 물의 취약성 때문에 불가피하다.

금강은 그 안에 품고 있던 생물다양성을 상실하고 있다. 오염에 강한 물고기와 새 몇 종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물들 만의 강, 혹은 썩어서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될 것이다.

4대강 사업에는 최소한 22조원이 들어간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명칭만 바꾼 것이라는 의혹제기와 범 국민적 반대를 바닥에 깔아뭉개며 밀어붙인 끝에 완공을 앞둔 상태다.

그 모든 당초의 지표들은 울퉁불퉁 토목공사의 중장비 길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규모 토목공사는 4대강에 연한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현혹했지만, 장비를 앞세운 몇몇 대기업들이 그 이익을 독식했고, 오히려 국가예산이 4대강에 집중되는 탓에 온 나라의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됐다.

보(洑) 설치와 강바닥 긁어내기를 통한 중소 규모의 댐 건설, 홍수 조절지 건설 등으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은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물생태계와 먹는물을 독성에 노출시키는 결과만 노출시켰다.

하지만, 금강수계에 연접한 자치단체들은 생태계의 위험신호에는 관심이 없고, 하천주변 자전거길이나 뱃길 같은 관광산업에만 몰두한다. 중앙정부의 의도에 놀아나고 있는 꼴이다.

썩은 물 위에서 요트를 타고 강나루를 오간들 취흥에 겨울 수 있겠는가. 장차, 방문객들이 악취로 인한 구토에 진저리치며 저승의 강을 연상할 때서야 깨달을 것인가.

막으면 썩는다

막으면 썩게 되어있다. 자연의 섭리다. 익산은 그것에 대해 남다르게 학습하고 있다. 새만금을 막은 뒤 바닷물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업들에서다.

금강동 하수처리장의 총인처리와 왕궁축산단지의 축산분뇨 처리는 익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둘 다 국내에서는 경험이 없는 일이다. 악성치매의 원인물질로 '인'을 응집시켜 바닥에 가라앉힌 하수슬러지를 어떻게 처리한다는 것인지 막막하다.

왕궁축산폐수처리장의 경우 가동에 들어간지 꽤 됐지만, 축산분뇨를 당초 원하는 수준의 맑은 물로 만들어 방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설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공부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말이다. 이런 상태로는 해법은 둘 중 하나다.

금강이든 새만금이든 막은 것을 치우거나, 오염원을 수질오염이 우려되지 않는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뜻밖의 재앙에 봉착하게 될 공산이 높다.

자연을 소모품으로 착각하거나 오인하는 무지(無知)가 터무니 없게도 우리의 자치단체 내부에 만연해 있다.

자신이 뜯어 먹는 자연의 살이 자신의 만용으로 시나브로 썩어 가고 있는데도, 이것을 미봉하고 딴전을 피우며, 아직 먹을 만한 살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무뇌아. 그것은 생명의 터전이 죽음의 블랙홀로 변해가는 데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