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 쟁탈' 2차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희대의 조희팔 다단계 사기극과 관련한 검사 A등의 비리 수사를 재개한 것이 발화점이다. 검찰이 달려들어 경찰의 손발을 묶고 고지를 점령했다. 경찰의 재탈환은 가능할까.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피상적인 것에 경도되면 재미있는 한편의 영화다. 어차피 믿기 어려운 현실이니까.

고위직 검사 A는 수사 도중 사건 피의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검찰이 특임검사팀을 출범시켜 A의 집과 사무실, 관련 기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청장은 독자적인 계속수사를 천명 하지만, 사건 수사와 관련해 더 이상의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떨어졌다.

서울고검 부장 검사 A가 피의자의 측근과 대기업 계열사 대표에게 받은 돈이 검은거래인지의 여부가 경찰이 쫓는 혐의의 실체다.

검찰은 자신의 입으로, '송치 지휘권 행사는 관할 부서가 알아서 할 일'로 정리하며, 계통을 벗어난 2중 수사를 거리낌 없이 주도한다.

경찰이 검찰의 송치 지휘권 행사를 따르지 않겠다는 마당에 그 배경에 깔린 암시가 적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검찰의 얼굴 가죽이 이렇게 두꺼웠던가. 검찰은 이미 4년 전에 검사 A의 비리를 덮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검사 A의 비리건을 확인해 검찰에 송치했는데, 조희팔에게 돈을 받은 경찰만 수사했다"는 전날의 경찰 폭로를 무릅쓰고 검찰은 특임팀을 가동한 것이다.

범죄가 구성된다면, 영화 제작의 시나리오로 탄탄한 구성력을 지닌다.    

경찰은 검사 A가 4년 전 개설한 차명계좌에 십수억원대의 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조희팔 사건 관련 8억4천만원을 제외한 돈은 다른 사건 수사대상자들에게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입금 단위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렀다. 검사 A에게 돈을 준 사람이 여러사람이라는 방증이다. 그는 다른 검사의 수사에도 개입했다.

검사 A의 캐릭터는 뚜렷하다. 검찰조직 내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확신이 드는 순간, 관객의 시선은 검사 A와 함께 무대 위에 서있는 동료 검사들과 그 무대 뒤에 있는 스텝, 연출자에게 쏠릴 수 밖에 없다.

그 연출자라고 지목될 만한 검찰 조직의 상층부가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었다. 대담하다.

검사 A는 후배 검사들과 함께 주식 투자를 해 2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내사중이던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해당 기업의 자회사 매각이 알려지기 직전에 주식을 샀고, 자회사 매각으로 주식 가격이 네배 가까이 폭등하는 시점에 팔았다.

후배들은 검사 A의 차명계좌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입금했다. 관객은 검찰 조직 전체가 부패했을 것이라는 단서를 포착한다.

검사 A도 대담하다. 본인의 입을 빌리자면 사건 피의자 쪽과 돈거래를 했다. 돈을 빌리고 갚았다는 주장이다. 조희팔의 자금관리책이 도피 중인데 빌린돈 2억4천만원을 송금했다. 자금관리책은 검사 A에게 돈을 보내고 6개월 뒤에 중국으로 도망해 수배된 상태다.

사건을 수사하다가 사적으로 돈을 거래할 정도로 절친해졌으니까, 도주할 게 뻔한데도 출국 금지를 시키지 않았다는 것인가. 검사 A는 수배 중인 자에게 돈을 보내는 것이 도피생활을 돕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러고도 죄가 없다고 강변하는 검사 A다. 이런 검사가 광범위하게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검찰 조직은 자칭, 의사와 같은 위상을 지니며 경찰은 간호사와 같다고 비하한다.

검찰이 경찰보다 법률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게 특임검사팀을 가동하는 검찰의 변이다.

검사의 범죄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특임검사팀을 구성한 것은 2년 전 '그랜저검사', 1년 전 '벤츠여검사'에 이어 세번째이며, 경찰 수사를 가로챈 것은 처음이다.

앞선 두 사건에는 4명의 특임검사를 붙였었다. 이번에는 10명으로 규모면에서도 처음이다. 대검찰본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금융조세조사부 출신 베테랑 검사들이 붙었다.

신속하게 끝내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며 호도하지만, 특임팀이 출범하자마자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를 소환하면서 경찰에는 출두 할 필요가 없다고 고지하는 등 허둥대며 서두르고 있다. 관객의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잘못 인식 한 것이 아니라 그런 연출 의도가 뚜렷하다.

무소불위 특권은 종언을 고해야

경찰이 구속된 피의자들을 만나려 해도 검찰이 차단하면 만날 수 없다. 경찰은 확실하게 장악됐다. 사건의 본질을 가릴 제보가 잇따르더라도 당사자를 통해 확인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다.

검찰 역시 경찰이 그동안 수사해 온 자료를 넘겨받지 못하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런데 특임팀은 이것을 생략한 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경찰이 하려는 일을 가로막고 있다.

관객의 눈에 검찰이 스스로의 치부를 도려낼 수 있다고 보일 리 없다. 일그러진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가 이 영화의 테마다.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은 사건을 완전히 덮을 것인가. 검찰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선에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인가. 관객의 시선은 그 지점에 끌린다.

왜 그랬을까. 제3자의 수사에 맡겨두면 알아서 잘 처리 될텐데, 검사 A와 몇몇 검사들의 사건으로 종결될 수도 있었을텐데, 검찰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면서 일을 벌이는 저의는 무엇일까.

검찰은 물과 같다. 오염되면 모두가 위험하다. 검찰이 덮었던 내곡동 대통령사저 의혹은 특검팀에 의해 어느 정도 실체를 드러냈으나, 지난 12일 대통령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아 좌절의 국면을 맞고 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묵살된 것이다.

검찰은 웃고있을까. 그럴 것이다. 국민의 톱이 그 머리를 갈라 대수술에 들어갈 순간이 임박한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