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종교를 말 할 때 논리적인 자세를 끝까지 지켜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펼친 경전의 내용들을 허구의 세계로 인식 할 밖에 도리 없는 문외한 일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사이비 종교라는 말도 종교인이 만들었으니 문외한에겐 그 척도가 없다. 문외한들의 종교에 대한 보편적인 관점은 '기복신앙'에서 비롯 할 따름이다.

모든 일이 잘 되게 해 달라며 정한수 떠놓고 하늘에 비는 일, 하늘과 자신 사이의 통로를 살피는 것, 그 이상의 일은 문외한에게 불필요하다.

사실, 원하는 바를 비는 것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하늘이 맑듯이 자신을 정갈히 하고 하늘이 비어있듯이 자신을 비우는 것 부터 시작한다.

고요하고 지극한 정성이라야 마음의 울림을 하늘에 닿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누구에게 배우지 않았어도 모두가 그렇게 알고있다. 빌지 않을 때도, 자신에게 부정타는 것을 두려워했다.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몸가짐을 한결 같이하고, 항상심을 유지하려 했다.

그것은 늘 자신에게 먼저 비는 일이었다. 욕심을 부리고 다른 이에게 해악을 끼쳐서 화를 부르지 않는가를 성찰했다. 사람이 하늘과 통하듯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하늘과 소통하는 것이라는 믿음에서 사람에게 먼저 정성을 다했다.  

복은 자신이 할 도리를 다 한 뒤에 기다리는 것이라는 신념이 곧 종교 문외한들의 기복신앙이다.

그러나 이 문외한의 눈에 종교는 그 기복신앙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수준으로 비친다. 아니, 종교안에서는 기복신앙이 종교를 존속시키는 힘의 원천이지만,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인 물질적 불안과 뒤섞여 아주 다른 모습으로 왜곡되기까지 한다.

종교가 스스로 경제적 연대 집단이 되거나 정치적 지도체제를 구축하면서, 종교적 방법이 아닌 정치적 방법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괴물이 되는 것이다.

종교계의 상층부는 언제나 권력과 통치의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되고싶어 한다. 구성원들의 불안을 달래주고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왕국이 영속하리라는 기대에서 기인한다. 살펴 보면 종교와 정치의 야합, 혹은 동체화 사례는 지천으로 널려있다.

종교는 스스로를 정치와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 종교의 정신이 정치의 정신에 깃들면 이상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도착증의 근원이다.

종교는 고대사회에서 제사장이 지녔던 힘의 환상 속에 빠져있고, 정치권력은 예나 지금이나 종교권력과의 동반으로 국가와 통치세력을 신격화하며 그 신성을 극대화하는데 경도되어 있다.

권력에게 종교는 무엇인가. 전쟁터에서 조차 '신'을 앞세워 병사들의 양심을 말살하는 무적의 병기다. 신의 권위를 세우는 성전(聖戰) 앞에서 살인과 약탈은 정당화된다.

십자군 전쟁이나 1.2차세계대전이 보여주듯이 성직자들은 병사들의 살의를 촉진하는 영적인 각성제로 신을 이용했다.

조직화 된 종교는 신성을 모독하고, 집단이기주의의 목적이 된 정치는 대중을 속이게 되어 있다. 예수가 세상에 요구한 무소유와 분배가 채 100년을 못 간 이유다.

유착된 종교와 정치의 역사는 '인간은 타인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힘을 지니는 만큼 타락한다'는 명제를 남겼다.

인간관계에 권력이 끼어들어 상하가 성립되거나 힘의 균형이 깨지면 부패가 발생한다. 거대화 된 종교집단이 부패하는 근원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익산지역에서는 흔히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종교집단이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는 지역이 익산이다.

더구나 익산에 총부를 둔 원불교는 그동안 자치단체와 깊이 유착해 왔다는 점을 스스로 부인하지 못 할 입장이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문화시설과 관련해 각종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켜왔고, 자치단체는 절차상 하자 정도는 마땅히 감수하며 초법적으로 지원해왔다.

익산 종교간 갈등의 원죄 원불교에 있다

이는 기독교계를 자극했다. 반사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요구들이 분출했다. 일부 목사들 사이에서는 자치단체의 종교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급기야, 자칭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는 목사들 모임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 기독교계 인사인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등 정치적 행동의 결사체로 변모 했다.

익산 기독교계 일부의 정치화는 원불교에 원죄가 있다. 특정 17대 총선 후보를 전폭적으로 밀어 당선시켰으며, 그가 선거법위반 혐으로 1심 재판에서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형을 선고받자 적극적으로 개입해 그를 항소심에서 살려냈다는 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마당에 익산을지역위 전정희 의원은 지난 17일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원불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45명의 특위 위원들에게 대선승리의 중심에 서 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말하는 원불교의 크고 귀한 가치, 우리사회 모든 사람들을 융합시킬 수 있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은 선언적 의미 그 이상일 수 있을까.

원불교가 익산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 어디에서 '강자와 약자가 함께 진화하자는 공생의 정신'을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듣고 싶다.

보다 더 밀착된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위해, 자신의 사적 입지를 위해 전정희 의원은 스스로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보편적 바람을 등지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에는 원불교가 214억원의 국비를 확보한 '국제마음훈련원'을 놓고 기독교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이다. 이 사업의 총 사업비는 428억원인데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107억원을 분담해야한다. 헌법 20조의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고 범국민적 효용성과 타당성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논란을 불렀다.

종교는 난해하다. 그것이 종교가 인간 위에 군림하는 힘이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에게서 '기복신앙'의 덕목 조차 찾아 볼수 없다면 그 종교와 앞잡이는 지극히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