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大雪)을 지났다. 몇차례 은세계를 만났다. 대선을 몇일 앞 둔 지금 후보들은 대지 위를 덮은 눈 위에 무엇을 그릴까.

그들의 생각은 눈 아래에서 비롯 할 것이고, 눈 위의 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영글고 있을 것이다.

눈이 걷히면 대지를 뚫고 움터 오를 희망의 전령사를 그들은 만나고 있을까. 

지난 10일은 61주기를 맞이하는 세계인권의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뜻밖의 인권을 마주한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건강권 훼손에 저항하는 국민들에게 국가 형벌권이 행사되며, 공익을 담보한 언론의 활동이 권력에 단죄된다.

권력 집단은 신성불가침이고, 국민들은 권력이 내세우는 국익을 위해 식량이나 건강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

법원이 표현의 자유와 정의를 무죄 방면해도, 개인과 언론인들은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는 동안 사회적 지위를 잃고 돌이킬 수 없는 변방인으로 전락한다.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전횡에 휘둘리고, 무도몰륜한 정리해고에 승복하지 않다간 법정에서 채권자가 된 사용자와 국가를 만나게 된다.

'강성노조'의 낙인이 찍혀 오갈데 없는 천막 농성 중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손해배상액에 짓눌리고, 목숨 값으로 빚을 갚아도 남은 가족들의 활로는 없다.

권력이 인권을 유린 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고, 개인의 기본권은 그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경제는 신자유주의 시장에서 방임되지만, 사상은 자유롭게 토론되지 못한다. 잘못된 의견이라면 시장에서 퇴출 될 테지만, 국가보안법은 해악의 정이 없는데도 불온한 사상을 예단하고,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상대로 한 농담도 처벌할 수 있다.

박정근씨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하며 조문 대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조의의 뜻으로 보내겠습니다"는 등의 글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기소됐고, 1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과 13일 전의 일이다.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는데도, 권력은 피지배자로 분류되는 누구든지 위축시키는 걸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멋대로 넘는 행태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표현'에 민감했다. 표현은 국민의 주권행사와 권력감시를 위한 기본적인 가치라는 점에서. 이명박의 이념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공익을 앞세워 표현의 자유를 제한 할 때, 내곡동 사저 비리 같은 부패는 싹트고 있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다.

이 나라 인권시계는 2009년 촛불집회 이후 거꾸로 돌았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특정한 때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의 만용을 너무나 많이 만났었다.   

우리시대 토론 르네상스시대를 열었던 '아고라'는 짧은 시간에 폐쇄됐다. 권력의 표현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광범위한 규제는 여전히 남발되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규제로 권력은 신뢰를 잃었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은 종교간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했고, 경제·사회적 지위에 따른 다양한 인권사각지대를 양산했다.

철거현장에서 서민들이 폭력에 짓밟히고, 불에 타서 죽어도 책임지는 자 하나 없는 박탈이 일상화 된 시절이다.

그러나 인권 파수꾼 검찰은 부패했다.

비비케이 사건의 이명박이나 민간인 사찰의 몸통 이명박이나 검찰의 목적 달성을 위한 디딤돌이었다.

이런 문제들이 백설 아래 여러차례 덮였다. 차갑고 차분한 오늘 대선 후에 눈이 녹으면 어떤 것들이 싹틀 것인가.    

규제하는 것이 이익인가 손해인가 조차 분별 못하는 정권이었기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칠 검찰을 어떻게 감내 할 지 적이 궁금하다.

침해의 위험성이 극히 적어서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더 큰 경우에도 주저하지 않고 처벌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분석하고 그 앞날을 예견했던 미네르바를 기소해 토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

처벌에 따른 국가의 실익이 무엇인지도 불투명한 반면, 민주주의 정신이 손상됐다.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중용의 혁명을 기대한다

맞대응으로 훼손된 명예를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경우에도 국민 짓누르기를 서슴지 안았다.

수입산 쇠고기와 관련한 피디수첩의 보도가 농림수산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했지만, 장관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미디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그의 반론을 보도하게 할 수도 있었다.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훼손됐다는 명예의 회복가능성은 충분했다. 

대통령 후보에게 기본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인권선언 초안에 참여한 존 험프리가 설파한 바와 같이 인권은 모든 이념을 아우른다. 인도주의라는 몸통에 사회주의의 양 날개를 지닌 새다.

인권선언문에 언급했듯이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극렬히 저항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의 저항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인가. 아마도 검찰 내부의 정치검사들을 과감하게 청산할 후보에게 쏠릴 것이다.

도덕적으로 투명한 검찰,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검찰 없이 인권이 확보되기는 어렵다. 멀리 가서 찾을 필요도 없다. 지난 5년 동안의 이명박 정부가 거칠게 쓴 역사다.

인권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그 유린의 지형에 떨어질 수 있다.

이 백설 위에서 대선 후보들은 모름지기 중용을 생각할 바다. 모든 이치가 하나로 융화되어 구별이 없는 상태, 모든 감정이 동적인 평형을 이루고 있는 원초적인 상태.

눈 내리는 날 '인권'을 생각해 본다면, 보수다 진보다 치우치지 않는 근원적이 가치에 도달 할 것이다.

누구든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는, '섬기는 자' 였으면 좋겠다. 그것은 생명의 창조를 위한 절대적 선(善)의 체험이며, 신독(愼獨)과 수신(修身)의 결과이므로 하늘의 뜻을 아는 소치다.

그래야 비로소 혁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