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18대 대선 결과의 방향타는 새로운 세상을 가리킨다. 가지 않으면 안 될 길. 새 정부는 개척의 역사를 기록하고 우리에게 신천지를 안겨줄 것인가.

국민들은 박근혜에게 대한민국호를 맡겼으나 반신반의, 그가 보여 온 의지로 자신이 속한 진영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을까.

선거란 차선을 선택하는 것. 무능한 친노 일파와 쇄락한 구민주당 잔당들이 잉태한 문재인은 미덥지 못했다. 이해찬과 박지원이 이끄는 패잔병들은 문재인이 대통령 감이 못된다는 것을 몰랐을까.

대선을 맞이하는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인물론이 설 자리가 없었다. 오직 붕당의 파벌들이 노무현 서거에 줄이은 민심에 편승한 채 중력을 망각했다.

일인자를 열망하며 치열하게 운명에 부딛혀 온 인물들이 내부에 없지 않은데도, 정당 스스로 자랑스러울 인물을 내세우지 않았다.

국민 앞에 검증을 받을 수록 빛을 발할 것이나, 불안과 부정적인 의식에 치여 그런 인물을 배제한 보잘 것 없고 비겁한 무리들이다.

패배해도 후회없을 한 판 승부에는 국민이 고락을 함께한다. 지역별 표 계산과 성공했던 정부의 계보에 매달리는 온실 정치는 결코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엄밀하게 2인자가 1인자의 반열에 오르기란 녹녹치 않는 일이다. 당장 각인된 이미지를 지우기 어렵다. 1인자를 만들고 조직의 영속을 이끌 때 그 힘이 발휘된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몇몇 무리의 영달을 위해 조직을 파국으로 몰아넣으면서 국민을 팔아 온 쇠잔한 정당이었다.

안철수 효과는 명운을 다한 정당이 거듭 날 절호의 기회였다. 그를 얄팍하게 이용하지 않고, 그의 도구가 되었더라면, 추대된 그가 대선에서 패했더라도 정당 지지율은 한 껏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보수 언론의 부추김에 놀아난 문재인은 일찌감치 1인자가 된 환상에 빠져 2인자의 본색마저 잃고, 천재일우의 만남을 대수롭지 않게 대면했다. 

게다가 패배한 정당은 여전히 한 밤중이다. 몇몇 전략지역에서 벌어졌던 치열한 접전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이 유리해야 할 투표율 75.8%가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독주를 연출하는 숫자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의 경우 77%의 투표율을 보였다. 15대 대선 이후 최고치였다.

그것은 13.22%라는 두자릿 수 득표율이 반영된 결과다.

박후보는 전남에서도 두 자릿수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장차 둑을 무너뜨릴 구멍을 의미한다. 보수의 대 결집 따위의 분석으로 사실을 호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무튼 새 문이 열렸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구태와 텃밭을 정치적 지분으로 삼는 지역할거주의가 종언을 고하기를 바란다.

땅따먹기의 셈법은 앞으로 5년 내내 표 계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월을 허송할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이 무엇을 선택했는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가 나아갈 방향이 당선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정해져 있으나, 지워진 짐을 끌며 온갖 장애물을 뚫고 나아가야 할 정신은 온데간데 없어지는 망령을 경계한다.

오직 그가 속한 정당의 안위를 생각하며, 진영논리에 빠져 국민의 선택을 저버리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난 대부분의 정권이 그랬다. 권력은 힘이 있는 쪽에 실려 힘없는 쪽을 짓눌렀다. 재벌의 허락없이 경제개혁을 기대 할 수 없는 근원이다.

노동환경은 갈수록 악화되지만, 대기업은 금고에는 재화를 축적하면서 생산현장을 감량하고 있다. 일부 극미한 장치산업 말고는 투자를 멈추고 고용을 중단했다.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은 대기업이 점령한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오늘은 이 업종 내일은 저 업종, 생몰을 거듭하는 중소경제인들의 생애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재화 독점은 '나눔'의 미덕을 말살하고, 불평등과 불균형 구조를 확장한다.

이번 대선은 재벌권위주의 경제 체제를 자유와 평등주의 경제 체제로 변환해달라는 민의의 결정판이다.

독점과 박탈이 양극단을 치달으며 양산한 불균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재벌의 시장 지배력과 경제력 남용 방지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그동안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재벌들의 사회적 책임주의를 바로 세우고, 균형과 성장, 안정과 분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새 정부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누수 없는 권력을 바란다
소통과 통합의 정치를 바란다

우리의 노동계급은 좀처럼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지 못하며, 소모품에 불과한 신분을 끊임없이 재확인한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을 때, 주체성을 되찾고자 할 때 죽음을 상면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목매고 분신하고 투신하는 자살 결행이 급증 했다. 이 나라는 OECD 국가중 자살율 1위다.

일선 경찰의 과잉진압에 부서지고, 부상 당한 채 철창에 갖히고, 사측의 파업행위에 따른 손배소와 가압류의 규모나 양태는 상상을 초월하고, 생존의 벼랑끝에 내물린 노동자들에게는 퇴로 조차 없다.

노동자들의 자살은 부당노동행위와 각종 차별, 공권력의 강경 탄압 일변도, 자본주의로 무장한 사측의 잔혹한 대응, 무관심 같은 절망적인 지형에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분노의 표출이다. 이런 사회적 타살을 막을 인권 지표가 새 정부 초입에서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그 토대 위에 사회보장권, 건강권, 교육권 같은 권리들을 추구 할 수 있다.

이 나라의 총체적인 불안은 중추적인 권리 영역인 노동기본권의 불완전한 보장에서 기인한다.

검찰을 개혁해서 그 모든 정의를 실현 할 일선 집행자들이 국민들을 섬기는 세상을 희망한다.

권력이 힘있는 쪽에 낭비되진 않고 사회적 소수에 미치는 통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새 대통령이 이룩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