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사람은 불완전하다. 본질의 문제다. 사람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가치기준을 달리 갖는 이유다.역사의 거울에 비추어보면, 우리가 지금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이념이란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지배 가치다.

사실, 퇴화하거나 새롭게 생성되는 것, 혁명으로 이루어지는 것, 상존하는 것을 망라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화에 익숙하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은 불안이다. 두려움을 동반한다. 탄탄한 기반 위에 군림하는 기득권세력일수록 허용하거나 수용하기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근원이다.
보편적인 면에서 보면, 사람이 법이나 체제를 만들어 스스로를 제약하는 것은 결국 불완전을 수긍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득권세력의 입장에서는 그건 변화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유용한 장치일 뿐이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지만 그보다 고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데, 그들에게는 위협에 불과하다.

어떤 법은 만들어진 직후부터 사장되고, 어떤 법은 너무 자주 고처져서 누더기가 된 경우도 있는데, 그 책임은 기득권세력이 져야 한다.
완벽하지 못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어떤 법은 처음부터 지배논리에 의해 세워지고, 어떤 법은 변화로부터 기득권세력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지는데, 대부분 이렇게 의도 된 법이 수정대상이 된다.
불완전한 인간이 권력과 이익집단에 편향되는 것이, 이 사회의 근간을 좀먹고 수리를 거듭하게 하는 원인이다.

보편성을 벗어난 법들은 엄존한다. 숫자 대결에 맡겨지는 입법활동의 불완전성이 빚어내는 현실이다. 이렇게 입법이 이해관계의 충돌이 낳는 결과라면, 모든 법의 준거인 헌법을 고려할 여유나 있겠는가.

법은 결국 힘의 논리다. 우리의 입법체계와 감시체계가 그것을 명증한다.
실정법이 헌법에 부합되는지 어긋나는지를 가리는 최고기관 헌법재판소 조차 재판관들의 수가 지배한다.

힘이 정의(正義)다. 숫자가 중력을 설명하기에 가장 쉽고, 오류를 최소화 하며, 궤변이 비집고들 틈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힘입어, 숫자는 정의를 낳는다.
우리의 재판관들은 시간과 공간의 시험대 위에서, 인간의 탐욕에 흔들리며 법을 대면한다.
똑같은 지형에 발을 딛고 서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법을 읽고 해석한다.

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 최후 보루인데, 그 신성성은 온데간데 없고 양대 진영의 힘겨루기 결과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정 진영에선 그렇게 해석된다.

법이 소수를 위해 해석 될 때는 비현실적인 궤변이 중심을 관통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하지만 전 헌법재판관 이동흡은 다양성존중시대의 논리에 기대서 일방적 궤변으로 기득권세력을 대변해 왔다.

그의 자의적인 법해석은 소수의견일 때도 위축되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에 의해서 헌법재판관이 되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전에 약속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그가 스스로 정권이 연장되면 헌법재판소장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확신한 배경이다.

그의 탄탄대로를 걸어가며 챙겨 온 '사익', 안하무인격으로 휘둘러 온 전횡은 그가 기득권세력의 지배논리를 대변해 온 결과다. 

그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에 지명된 직후 편향성 우려에 봉착하더니 삽시간에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이동흡의 대표적인 편향성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그가 낸 의견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위안부들의 일본을 상대로 하는 배상청구에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심판청구에, 그는 "국가에는 그럴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이동흡은, 다음 아고라의 경제 논객 '미네르바'를 처벌한 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재판관들의 다수의견과는 달리, "공공질서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정당하고 적합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흡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행렬을 전경버스 차벽으로 가로막은 공권력 발동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는 다수 의견해 반해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이동흡의 기득권세력에 대한 충성도는 어떤가. 그는 법관 시절 삼성의 71.2%에 달하는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100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었다. 
이동흡은 또,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일명 BBK특검법이 합헌이라는 다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냈었다.

이동흡은 '불안'을 가르키는 이정표

그런 그는 다른 한편으로 생계형 권력주의자다.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의혹, 저작권법 위반, 경품 협찬 요구, 골프장 부킹 요구, 정치적 중립 위반, 논문 표절 의혹, 관용차 개인용도 사용, 법인카드 사적 목적 이용, 헌재선고 고의 지연, 재산 형성 의혹, 기부금 숨기기 같은 일반 잡범보다 못한 과거가 속속들이 파헤쳐졌다
불과 몇일 사이에 터져나왔다.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고 일부는 의혹으로 대두됐다. 엄정한 중립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헌재소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국회인사청문회에 출석했다.
청문회에서 3억에 가까운 특정업무추진비로 고금리 금융상품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 조차 혀를 내두른다. 그는 도덕적으로 평가되기 전에 실정법에 의해 처벌돼야 한다.

그런데 이동흡은 "좋은 시련 겪고 새로 태어나겠다"고 했다.
흔들리고 있는 법질서와 규범의 지각 위에서 우리는 당장 피난처를 찾아야 한다.
이동흡이나 그를 지명한 권력은 지엽말단의 현상일 뿐이다.

세상을 건강한 눈으로 읽고 고뇌하는 사람들, 변화에 즉각적으로 적응해 그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헌법재판소의 구성원이 돼야 한다.

그들이 진영논리가 아니라 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적인 합의를 반영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해야 한다. 이동흡이 그 이정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