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새정부에 무엇보다 우선하는 과제가 있다. 기업의 나홀로 성장을 막고 노동 임금소득을 활성화해 분배를 늘리는 것이다.

MB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일방통행식 경제정책의 몰골을 앞두고 드는 절실한 바람이다.

대기업이라는 큰 그릇에 이익을 퍼부으면 결국 흘러넘치게 되고, 그 이익이 작은 서민들의 그릇도 채우게 된다는, 소위 '낙수효과'는 MB정권 경제정책의 핵심을 관류하는 이론이었다.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집중을 '효율'로 내세운 경제정책은 쌍용차와 한진중공업으로 대변되는 노동현장의 참극을 불렀다.

'낙수효과'는 노동권을 말살하는 기제였고, '분배'를 비효율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줄이는 구실이었다.

부자감세, 대기업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고환율정책 같은 '낙수효과'를 쫓는 경제운용은 MB정부가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였다.

국부의 향상이라는 미명아래서는 못할 것이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으로 국민의 건강을 우선 고려하지 않고, 쌍방의 이익 교환에 경도됐던 것은 그 대표적인 폐해다.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조차 결여된 4대강사업에 막대한 국민혈세를 쏟아부으며 국가예산을 극도로 경색시킨 무모함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낙수효과는 MB정권 이전부터 폐기처분되는 기로에 놓였었다. 그것은 산업구조가 2차산업 중심일 때 유효했던 경제이론이다.

우리나라도 노동집약형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이 주변 상권에 영향을 주고 인구를 유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이 그런 방식으로 수도권과 경상도지역을 키웠었다.
또한, 소위 한국의 압축성장시대로 구분되는 1975년부터 1997년까지는 가계 및 기업소득이 각각 연평균 8.1%, 8.2%의 증가율을 보였었다.
하지만 국내 2차산업은 후발개도국들의 도전을 받으며 크게 쇠락한지 오래다. 더구나 우리

라의 수출과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첨단장치산업군 들이다.

그 이익이 거의 세상으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10여년 전부터 낙수효과이론에 기반한 경제정책이 더이상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배경이다.

오히려 부의 집중이 양극화의 원흉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MB정부는 낡은 이론을 앞세워 재벌살찌우기를 밀어붙였다. 그 부작용은 속출했고, 병폐는 심화됐다.   

지난 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한국경제의 가계•기업 간 소득성장 불균형문제'가 그속살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기업소득 증가율과 가계소득 증가율의 격차가 무려 7배에 달했다.

기업소득 증가세는 가속화하고, 가계소득이 침체하는 성장의 양극화 현상이 계속된 것이다.
같은 기간, 연평균 기업소득 실질증가율은 16.4%에 달한 반면 가계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

의 절반에 불과한 2.4%에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로 3년 동안은 역대최고 격차 기록을 해마다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의 망령과 지형적 한계 극복하고
국민의 대통령으로 우뚝 세울 시금석

이 나라의 경제성장 대비 가계소득 부진은 신자유주의정책을 추진한 세계 각국과 비교해보더라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경제성장율보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1.5%이상 낮게 나타난 나라는 한국 뿐이었고,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불균형 성장 정도도 역시 헝가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가계소득 부진과 내수 부진, 체감성장 부진, 가계부채 문제 심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소득 불균형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조세•준조세 요인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임금소득 부진은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가계로 환원되는 걸 가로막고, 세금을 통한 2차 분배 역시 가계보다 기업이 유리하게 작동한 것이 오늘의 현실을 초래했다.

허구의 경제정책이 다다른 막다른 골목에서 산업연구원의 제언은 박근혜 정부가 마땅히 방향타로 삼을만 하다.

새 정부는, 가계소득 창출을 지원하고 가계와 기업 간 성장 불균형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조세•복지•노동•산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 창출에 맞춰 고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늘려야 한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결과는 박정희와 다른 시대를 여는 박근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을 국정기조로 삼겠다는 박근혜, 국민이 선택한 섬세한 여성대통령 박근혜를 평가받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