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최근 왕궁축산단지를 둘러싼 각종 부조리는 돼지 분뇨보다 더 심한 악취를 풍긴다.

공무원들이 현장에 있지만 진정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은 없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대화해 자신의 할 일을 감량하는데 급급 하다.

새만금수질의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그곳은 양심을 집어삼킨 탐욕만이 득시글거리고, 공무원들은 그 저변과 외곽을 어슬렁거린다.

새만금은 뉴욕 맨하탄의 5배(28,300ha)에 달하는 간척토지다. 방조제 공사에 2조9천억원이 들어갔고 향후 내부개발에 수십조원이 투입된다.

왕궁가축분뇨처리장은 이 메머드급 국책사업의 현실화를 가늠 할 척도다.

썩은 물이 유입되면 생명이 영위할 수 없고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는 사람이 가까이 가지 않는다.

만경강으로 유입되는 지류 수질을 잡지 못하면 막대한 국민 혈세와 국가 비전이 물과 함께 썩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작용을 낳게 된다.

이것이 왕궁가축분뇨처리장에 국비와 도비를 투입하는 직접적인 이유다.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대단위 혐오시설을 개선해 당장 왕도(王都)의 정주환경을 되찾을 있다. 나아가 지하수 오염원을 제거해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을 확보 할 수 있다. 이는 동북아 식품수도를 추구하는 왕궁국가식품클러스터의 원천적인 경쟁동력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돼지 13만두가 하루 1천여톤의 분뇨를 배출하는 왕궁축산단지 대책은 왕도 익산과 신세계의 미래를 여는 문이다.

공무원들의 책임이 그렇게 막중하다. 하지만 왕궁가축분뇨처리장은 협약상 준공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233일 동안이나 공전했다.

새만금 내부개발과 관련한 모든 국책사업에 추진계획들이 틀어졌지만, 책임지는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준공 전후를 통틀어 익산시와 분뇨처리장 간에 맺은 협약의 문제를 검토한 흔적도 단 한 곳 없었다.

익산시와 민간사업자는 당초 왕궁축산단지 분뇨의 평균 부유물(ss) 농도가 7만ppm으로 나타난 성상분석 결과에 따라 이를 목표수질에 맞게 처리하기로 협약을 체결했었다.
하지만 익산시는 어느날 갑자기 처리대상 가축분뇨 부유물 농도를 3만ppm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현약을 변경해줬다.

전국 평균 가축분뇨의 부유물 농도를 적용했다는 게 그 이유다.
왕궁가축분뇨처리장은 전국의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왕궁축산단지의 분뇨를 처리하는 곳이다. 새만금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같은 특정한 목적의 시설을 보편화한 이 협약변경은 결과적으로 재앙을 낳았다.
우선 이 시설은 3만ppm의 부유물을 30ppm 이하로 정화해 방류키로 한 변경된 협약 조차 지키지 못해 233일을 지체했다.

과연 이 시설이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익산시의 특정 공무원은 준공 승인을 지나치게 서두른 흔적을 남겼다.

익산시는 이 시설이 시험가동에 들어가자 전북보건환경연구원에 수십차례의 방류수질 검사를 의뢰했고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익산시의 정기인사에 따라 일선 책임자가 새로 부임한지 사흘만에 처음으로 합격판정 통지가 날아들었다. 전임 책임자가 보냈던 시료분석 결과였다.

새 책임자는 실패로 점철된 이 시설을 검증하기 위해 복수(複數)의 합격판정을 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단 한 장의 합격통지를 근거로 즉각 준공승인을 내줬다. 누가 보더라도 준공승인의 빌미를 찾았을 뿐, 검증 절차에서 요구되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

반면, 새 책임자는 지체상금 부과에서는 보기드물게 신중했다. 협약대로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고, 적게 부과 할 구실을 찾아 80여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상급기관 공무원들에게 입으로 물어보고 귀로 들었다는 대책보고서와 민자사업 관련 전문 변호사에게 질의해 e메일로 판단을 받았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도 공신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면피행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정 공무원은 자신의 자의적 행위에 기대서 지체상금 재검토론을 묵살했다.

사익을 공여하는 엿장수 사도들

이 시설의 처리대상 부유물 기준 농도를 7만ppm에서 3만ppm으로 변경해준 결과는 어떤가. 기존 가축분뇨에 곱절 이상의 물을 타지 않으면 왕궁가축분뇨처리시설에 반입하지 못하게 됐다.

초기에는 수집·운반하는 차량에 물을 탔지만, 지금은 배출농가에서 과도한 세척수를 쏟아부어 분뇨의 부유물 농도를 낮추고 있다. 익산시의 처리 비용이 곱절로 늘어났다.

수집·운반업의 절반은 왕궁축산단지의 배출농가들로 구성된 법인이 맡고 있다.

왕궁축산단지농가들은 일반 축산농가에서 부담하는 평균 가축분뇨배출수수료 2만5,000원(1톤)보다 320% 낮은 8,000원(1톤)을 납부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들이 배출한 가축분뇨를 수집·운반해 톤당 3,600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2중의 수혜가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앙은 이런 구조가 잉태했다. 가축분뇨의 일부는 처리장에서 정화되어 방류되지만, 저류조에서 넘쳐나는 일부는 전혀 정화되지 않은 채 주교제를 통해 방류수로에 무단 방류되고 있다. 

이로인해 처리장에서 방류된 물은 곧바로 처리되지 않은 분뇨와 섞여 익산천을 거쳐 만경강, 새만금으로 흘러들고 있다.

560억원에 세워지고 매일 1,839만6천원의 처리비용으로 운영되는 가축분뇨처리장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작동 구조다.

어떤 공무원들은 왕궁축산농가를 이루는 한센인들의 고착화된 불법행위를 막는데 따른 물리적인 한계를 호소한다.

공무원의 부실한 행정행위는 그런 한계의 극대화를 통해 면죄부를 얻고, 그들의 비리행위는 임의적 해석에 따른 강변에 의해 시야를 벗어나려한다.

그러는 사이 왕궁축산단지에는 외지의 일반축산업자들이 대거 잠입해 막대한 가축분뇨를 양산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수십조원의 국가 돈이란 몇푼짜리 엿을 바꿔먹는 고철 같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