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다. 매우 곤궁한 처지에 떨어져 빛을 보지 못하는 서민들의 귀를 담박에 사로잡았다.

창조경제의 방법론은 ‘융합’이다.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와 산업을 서로 섞는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산업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워,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융합은 경제 체질과 경제발전의 인식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지표다.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갈 성장동력이다.

4대강 사업 같은 대증요법식 토목기반의 단기 성장이 아니라, 지식기반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21세기를 지식기반경제의 시대로 규정한 학자는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21세기의 부는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별적 지식을 먼저 확보한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학들은 그런 21세기에 필요한 최우선 덕목으로 ‘기업이나 국가의 성장모델이 과거와는 달라지는 것’을 꼽았다.     

우리는 이미 제조업 중심의 경제가 한계에 도달한 것을 상당기간 확인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수준의 IT 인프라의 무한한 가능성도 확신한다.
2차산업과 기술, 3차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 등의 융합은 가치사슬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그것은 새로운 성장모델을 낳고 우리 경제는 그 기반위에서 ‘추격형’이 아니라 ‘미래지향형’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뚜렷한 기존 경제구조의 한계를 목도하고있다. 전산화, 또는 장치산업화 추세를 급격하게 겪은 제조업분야는 수 많은 일자리들을 쓸어냈다. 생산을 늘려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하지만 근혜노믹스의 탑브랜드인 창조경제는 융합된 분야는 물론, 기술과 연구개발이 접목된 새로운 인재양성, 서비스산업의 과학화 같은 방법으로 산업 전분야에서 일자리들을 창출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제조업 중심의 2차산업 우대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제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을 증세정책으로, 규제완화를 규제강화로 이동시켜야 한다.

정책과 시장환경이 경제민주화로 정비되지 않고는 창조경제란 구호에 그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진출을 막지 않고는 창조경제의 근간을 이룰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산업, 소프트웨어산업의 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돈이 없이 융합을 이뤄낼 지식기반을 구축하기 어렵고,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다.

2차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고용 없는 투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고, 수출이나 매출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국익 기여율에 따른 세금 감면 폭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꿈에 불과하다.  

성장의 온기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루 퍼지게 하는 세상은, 부의 집중과 독점 구조를 깨는 ‘경제민주화’라는 변환키 없인 요원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준비단계에서부터 오락가락 하는 경제민주화 의지를 보이며 국민들을 심히 불안케 했다.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집에서는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을 4대 지표로 제시했었으나,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5대 국정과제의 대항목에는 경제민주화가 제외됐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를, 지난해 11월 비전 선포식에서는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를 연이어 3대 국정지표로 내놓았던 터여서 국민들의 의구심은 더 컸다.

융합의 성장모델은

경제민주화는 원래 진보진영 쪽 담론이었다. 박대통령은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이념적 중도층을 흡수해 대선에 승리했다.

경제민주화 실현은 부채청산의 의미도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용의 지혜가 경제민주화 실현의 방법론으로 제시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교조적으로 매달리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창조경제를 경제민주화와 떼놓고 생각 할 수는 없다. 박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가 돼야 창조경제를 꽃피운다고 언급한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근혜노믹스의 두축이 일상적으로 점검되고 완전한 소통으로 경제부흥을 이루기를 바란다. 공정한 시장질서에 힘입은 창조경제로 성장의 온기가 전 사회에 고루 퍼지기를 희망한다. 
창조경제의 씨앗이 발아할 수 있는 토양은 자본경제의 위험요소가 최소화되고 실물경제로 작동하는 시장이다.

재벌의 이익 과점이 사라지고 투자한 만큼 이익을 얻는 시장이다,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에 대한 정당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져서 국민이 소비를 포기하면서 부담한 비용으로 부실기업을 살리는 악순환에 제동을 건 시장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에 육박한 시대, 성장잠재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창조경제’는 지

극히 시의적절하다.성적을 위한 조작과 부작용이 넘쳐나는 ‘고성장 기조’의 경제를 청산하지 못하면 근혜노믹스는 포퓰리즘에 그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