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배 국장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3일 정계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오는 4월 24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이다.

정치의 생리 조차 모르면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에 편승한 천둥벌거숭이로 매도됐던 그가 정치의 밑바닥으로 걸어내려가고 있다.

그의 본격적인 정치 입문을 알리는 신고식인 셈이다.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향해 ‘안철수 실존’을 묻고 있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 앞에 안철수는 여전히 희망인가. 안철수는 정치의 격랑 한 가운데서 덮쳐오는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정면을 맞설 역량을 지녔을까. 

대선 이후 3개월 만이다. 그에게 찍힌 무능과 미숙의 낙인에서는 타는 냄새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다. 그와 더불어 함께 고배를 마셨던 국민들의 뇌리에는 쓴 맛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노원병에서 경쟁자 뿐아니라 기득권세력과 수구언론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그 자신이 우연이 아니라 새 시대의 토양에서 발아한 필연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제는 참신을 넘어서는 탁견으로 자신이 온 곳을 가리켜야 한다. 이런 막중하고도 절박한 과제를 그는 피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들로 그의 정계복귀는 평가할 만 하다.

철수는 ‘새 정치’의 다른 이름이다. 개혁 또는 혁신의 다른 이름이다. 빙판을 뚫고 올라 온 풀의 이름이다. 포기하지 않는 유전자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사실은 동토를 녹이는 온기로서도 충분했었다. 그는 새로운 시작이었던 까닭이다.그러나 기득권세력과 수구언론은 그를 정치적 틀에 가두고 그 좁은 공간에 온갖 구체성을 설정해 옴짝 달짝 하지 못하게 했었다.

정작 그런 것을 바라지 않던 국민들은 제한된 시야 안에서 착시를 극복하지 못했다.  
의사, V3신화, V3무료사용, 청춘콘서트, 1,500억대 주식기부 등의 성공신화 속에 국민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 들어있었는데도 안철수는 기성 정치의 한 구성원으로 평가절하됐다.

국민들은 기성정치에 편입 할 안철수가 아니라 기성정치를 바꿀 안철수를 원했었는데도 그가 탄 말은 반대 지점으로 치달았다.

안철수는 기성 정치인 다울 필요가 없었다. 야합하고 패거리 짓고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체성 부재의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면 안철수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영욕을 함께하는 모리배들에 휘둘리는 안철수였다면 국민들이 그를 목놓아 불렀겠는가.

국민들의 판단이 필요할 때 시간은 짧았다. 기득권세력과 수구언론은 그 틈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상당수 국민들의 눈은 굴절됐다. 몸에 맞지 않는 기성 정치복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안철수가 비쳤다.

안철수가 밝혀 온 선량하고 진취적인 덕(德)과, 가진 사람에게선 댓가를 부족한 사람한테는 분배를 필생의 업으로 여겨 온 사람들과 함께하는 덕(親民), 늘 낮은 곳으로 흐르며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한결같은 덕(至善)은 그 옷 속에 가려지고 말았다.      

기성 정치에 미숙한 안철수는 혼란에 빠졌고 급기야 자신이 누구인지 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일화라는 미명아래 경쟁에 휘둘렸다. 경쟁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준비 안 된 그는 무엇을 준비했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준비 안 된 그에게 쏟아지는 모든 화살을 전신에 허용해야 했다.
당황한 그는 본선에 들어가서도 파국의 길을 걸었다. 세력이 전무한 그로서는 새누리당은 물론 이명박 정부 비서 출신들까지 영입해 캠프를 꾸렸다.

똑같은 정치인으로 매도됐다. 기성 정치권 출신은 모두 오염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정한 국면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줄 사람도 그의 옆에는 없었다.   

자신을 당선시켜준 민주당을 배신하고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어떤 의원은 민주당을 낡은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는 망발로 잠재적 아군을 적으로 만들었다.  

숨막히는 경쟁구도 속에서 그는 스스로 어설프게 기성 정치인을 흉내내면서 자신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사면초가에 떨어졌다.

지분확보를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개별접촉한 것은 기성정치의 폐습을 답습한 것이었다. 누가 그를 정치개혁을 주도할 참신한 정치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특정 세력을 척결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점부터 그는 추한 모습으로 침몰했다.
안철수는 자신을 협량한 정치인으로 전락시킨 캠프 내부를 먼저 보았어야 옳았다. 그 보다

쟁에 뛰어든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깨달았어야 했다.

문재인과 국민들에게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문재인의 양보와 민주당의 옹립이 답이었다. 그것이 국민들의 뜻이었고 그가 대선에 나선 이유였다.

아니면 단일화 경선 없이 문재인을 도왔어야 했다. 그의 경선 참여 결정이 내우외한을 초래한 꼴이다. 두는 수마다 실착과 완착이 거듭됐다.

정체성을 망각한 ‘미숙’이 내우외환 초래

단일화 경쟁룰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통큰 이미지와 적극성 조차 문재인에게 선점 당했다.

안철수는 상처투성이로 퇴장했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효과는 크게 소실됐고, 문재인의 패배로 이어졌다.

기성 정치인 문재인과 민주당을 향한 책임론이 지금까지 식지 않는 이유다.

안철수는 국민의 부름을 받은 대선 후보였고, 민주당은 후진 정치행태의 대안으로 안철수의 가치를 검증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표 문재인은 자신의 제단에 안철수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못했다. 안철수의 이미지는 거기에 대칭되며 기득권세력의 표적이 됐다. 
기실, 민주당이 살 길은 안철수의 손에 메스를 쥐어주는 것이었다. 문재인은 안철수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모색했어야 했다.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이후 3개월이 지나가는 동안 국민들의 시선을 바꿀 일말의 성찰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부패하고 있을 뿐이다.

돌아 온 안철수가 대선 패인을 통찰하고 정체성을 바로 세웠다면, 기성 정치권은 더이상 변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이 그의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