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불안하다. 눈쌓인 가파른 언덕을 굴러내려가는 눈덩이 처럼 점점 커지며 갈수록 빨라진다.

대내적으로는 잇따른 기습 각료 인사와 후보자들에 대한 부도덕성 시비에 버티기로 국민들과 기싸움을 벌이고있다.

대외적으로는 벼랑 끝에 선 북한의 페이스에 휘말렸다.

남북 국방 대변인들은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설전으로 맞짱을 뜨고 있고, 쌍방의 무력시위는 충돌에 임박한 양상을 띤다.

문제의 줄기는 불통이다. 그 근원은 자신을 나약한 여자로 인식하는 박근혜다.

친박 혹은 아버지의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선 행태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와 국민을 압박하는 호전적인 태도는 그런 박근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박대통령이 가고자 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상당한 주요 공약들이 선거캠페인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정한 목표를 향해 일사천리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는 명백하게 읽힌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까지 철통보안을 지켜 온 그의 인선은 완벽한 무장 행위다. 길 위에서 방해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진영은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각료급 후보들이 각종 비리 전력과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후보가 아닌 여론이 국정운영의 장애물 이라는 그의 반응이 가리키는 속내다.

철저히 복심을 반영하는 비공개 인선은 독단의 산물이다. 탕평인사와는 상반된 것으로 통합의 리더십 부재를 방증한다.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이 작동하며 불투명성을 잉태한다. 국민들은 예측불가능한 플랫폼을 보며 혼란에 빠지고 불안은 갈수록 증폭된다.

이대로라면 내놓는 정책마다 의심받게 된다. 국민들은 그 저의를 확인하기 위해 뒤집어보기에 익숙해지게 되고, 질문이 많아질 것이다.

제동장치 없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온 몸을 던지는 희생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공권력은 일극 중심의 전횡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국민을 탄합 할 것이다. 불보듯 뻔한 물리적 작용들이다.

박정희의 유신체제는 다름 아닌 독단에서 비롯한 것이다. 자신이 선지자적인 통찰력을 지녔다는 망상에서 기인한 광기의 산물이다.

박근혜가 어떻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것인가는 그 스스로 모두 보여준 셈이다.

심복들에 둘러싸인 그는 국민들을 계몽하고 계도해야 할 무지몽매한 존재로 여기며, 언론을 잘 모르면서 떠드는 국민의 일원 정도로 여길 게 확실하다.

다음 생각이 보인다. “나는 너희와 다르다. 또 우리는 국가정보기관에 속한 대한민국 최고 인력들이 수집하고 분석하는 자료를 보지만 너희는 못본다.”

“너희가 전달하는 정보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워들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너희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뭐있나.”

취임 전과 취임 후 박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한 태도가 그랬다.

“내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그 사람에 대해 참모들을 통해 검증하고,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봐서 잘 아는데 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왈가왈부 하는가”는 식 말이다.

특히 무오류의 박근혜 리더십은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한다.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고 승승장구해 왔다는 생각이 박근혜의 오늘을 구축했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곳에 박근혜만 생각하는 심복들만 그득하다. 그런데다 박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 갖힌듯한 언사들을 여과 없이 내뱉고 있다.
나아가 모든 정사를 혼자 다 보살필 태세이니 국민들이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다.

박대통령은 아버지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시점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듯 하다.

지금은 국가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전환한 시대다. 관료, 재벌, 검찰을 예전 처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과 다투는 최하급 철권통치 조차 허용되지 않는 시대다. 자기 진영으로 인식되는 대상들에게서가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힘을 부여받아야 한다.

과반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집권과정에서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면 주변의 심복들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대통령은 지킨다.

그 때 비로서 강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속도와 무게 균형찾기 필요

국민들은 토론하는 대통령을 갈망한다. 정보독점을 탈피해서 공유와 검증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시비거리를 사전에 없애는 대통령을 원한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며 국민과 여론 탓하는 처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국민들은 수평적 리더십을 지지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채찍보다는 당근을 들고 북한을 바라보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급할 게 없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무게의 균형 찾기다.

북한이 우리를 적대시 하도록 경도돼서는 안된다. 군수산업중심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이용당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남북은 공히 초토화 될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자신을 기득권 진영에 가두는 길이며, 이 나라를 통째로 퇴행의 나락으로 밀어넣는 짓이다.

그런 점에서 김병관 국방장관 기용은, 도덕성 시비에 앞서 그가 강경파에 친미파의 색채가 강하다는 점을 더 검증해야 할 의무를 해태한 결과다.

박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1일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수장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 할 것을 주문했다.

새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하라는 전제가 깔렸다.

도대체 자신이 한 말을 기억이나 할까 싶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다. 당선 직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전문성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보내는 부조리를 수차례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코드인사 언급은 향후 얽힐 국정의 난맥을 단적으로 예고한다.

이제 막 출범하는 새 정부의 가장 큰 현안은 불안을 걷어내는 일이다. 그 선결 과제는 박근혜가 여자이기에 앞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