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예측불가능한 인선방식으로 불안감을 조장하더니 검증부재의 인선으로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새 정부는 우리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덜컹거리며 이륙 할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잘 비행하고 목적지에 연착륙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본의 아니게 박근혜표 인사를 통해 보수진영의 민낯을 목도했다.

새 정부에서 짧은 시간에 줄줄이 낙마한 고위 공직 후보들은 이미 자신의 길을 걸어 정점에 오른 사람들로서 그 성공의 조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거물들은 국외에서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탈세하거나, 무기 브로커로 축재하거나, 특혜를 주고 성접대를 받는 식의 우리사회 성공사례들로 떠올랐다.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하고, 탈법 불법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가리키는 반 교과서적인 현실 앞에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들 앞에 펼쳐보인 공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다. 이 정권은 과연 기회가 독점되는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인가.

특권층과 거기에 기생하는 권력은 국민의 살과 피를 서로 나누며 공존하는데, 이 정권은 그런 작동구조를 더 활성화시키고 있다.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대폭 축소됐던 공안검사들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새정부가 인선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사법부 최고 수장들은 공안검사로 잔 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선의의 정부들은 검찰을 중립지대로 보내기 위해 온갖 거친 도발들을 감수했는데, 새 정부는 검찰조직의 시계를 단숨에 70`80년대로 돌려 맞췄다.

지난 대선 직전에 돌출됐던 중견 검사의 뇌물수수사건, 수사검사의 피의여성 성폭행사건, 검찰조직 수뇌부의 항명파동, 그 이전의 각종 비리검사 스캔들은 망각이 집어삼킨 양태다.

대선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검찰개혁의 중심과제는 대검중수부 폐지였고, 각 진영의 그에 대한 해법들이 워낙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 실천을 의심 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장에 검찰개혁 논의지대를 공습한 것이다. 검찰개혁 논의는 협소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재개돼야 할 판이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경제민주화는 어떤가. 각부처의 차관급 임명이 모두 완료됐는데, 재벌 독점구조를 일선에서 해체 할 공정거래위원장만 공석이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공정해야 할 공정위원장 내정자가 숱한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돼 중도 사퇴한 탓이다.

대형 로펌출신인 그는 대기업을 변호했고, 거액의 재산을 축적했으며, 법적 자격미달 논란이 이는 가운데 탈세의혹까지 제기돼 세간의 집중 조명을 받다가 무대에서 사라졌다.
공정위는 당장 경제민주화 입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제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전속고발권’을 중소기업청과 조달청 및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개방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신규 상호출자 금지,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집단소송제 확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재단장 강요 금지 등도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공정위원장 내정자를 찾고 인사청문회까지 통과한 후 부위원장 임명 및 후속 인사를 마무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가능할 지 오리무중이다.

독선과 미숙에 제동 걸어 줄

적임자들을 찾아야 파멸 막아

이런 인사파동은 박대통령의 독선이 촉발시켰지만, 일선 검증 작업을 수행하는 곽상도 민정수석이 져야할 책임의 무게도 크다. 공교롭게도 검증오류를 범하고 있는 민정수석도 검사출신이다.

그가 함량미달인지, 대통령의 지시면 무조건 반영하는 맹목적 충견인지는 알수 없다. 다만, 박대통령의 앞뒤 재지 않는 강경일변도에 권위를 싣고 가속력만을 높이는 행위가 그의 역할이라면 이 나라의 앞날은 암담하다.

가장 위험한 검사의 표본은 권력지향의 종족보존에 경도되어 있는 경우다. 그런 권력에게 국민이 주인 일 수 없다. 힘의 논리만이 존재 할 뿐이다.

박대통령이 취임 이래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과정에서 정치가 실종된 것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배타적 사고에서 비롯한다.
국정운영의 난맥은 자신들의 영달에만 매몰된 박대통령의 주변과 박대통령의 사사로운 관점이 빚어낸 결과다.

박대통령은 당선 직전까지 국민들의 뇌리에 원칙과 약속의 지도자로 각인됐었다.
자칫 그의 무너지는 정체성에 국민들의 기대가 깔려 무덤이 되고, 그런 결과를 초래한 박대통령의 미숙으로 이 나라의 재정과 복지·안보가 파멸의 길을 걷게 될까. 살얼음판을 걷는 국민의 심정이다.

새정부가 전열을 갖추고 출발지점에서 취해야 할 전제 조건은 공석을 채울 인물의 실증과 이미 인선된 인물에 대한 재검증이고, 인선된 이들이 인화의 마인드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정운영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