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은 오염된 물이나 공기, 흙 같은 에너지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수호하는 어떤 공무원들은 사람이 아니다. 자연환경을 법과 제도로 재단하는 집행자일 뿐이다.   

현실이다. 특히, 익산시 공무원들의 인식은 ‘사람 마인드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소각장은 90년대 이후 선진국이나 국내 대도시에서 폐기처분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5년 전 익산시는 시민들이 반대했지만 인구가 밀집된 부송동 소각장 건설을 밀어붙였다.
자원순환형(MBT) 폐기물 처리방식 도입을 검토하라는 대안이 제시됐지만 묵살했다.

공무원들은 소각장이 왜 부적절한 시설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바다를 건너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그 폐해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지은지 10년 이상된 특정 소각장 주변에서는 암 발병률이 높았고, 생체에서 면역억제나 호르몬조절교란이 일어나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의 기형아 출산이나 불임사례가 증가했다.

광범위한 피부질환 발병에서 중추신경계 이상, 생식기 이상, 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까지소각장 주변지역 주민들이 감당하는 참혹한 고통이 수시로 보고됐었다.

하지만 익산시 공무원들은 고개를 외로 틀고 다른 지점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존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쓰레기를 압축 포장해 야적하고 있는 마당에 쓰레기 처리시설 설치가 시급하다는 상황논리였다.

‘시급성’은 건강권을 둘러싼 모든 담론들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면죄부였다. 문제의 핵심은 호도됐고 소각장은 안전할 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시설로 둔갑했다.

맹독성 환경호르몬 물질인 다이옥신은 기준치보다 훨씬 낮게 배출되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이옥신은 극미량이라도 배출되면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라는 점은 철저하게 묵살했다.

다이옥신이 자꾸 쌓이면 토양이 산성화되고 모든 단계의 동식물 먹이사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소각장을 건설하는 삽질에 묻혔다.

11년 전 평택시의 한 소각장 인근마을 주민들의 혈중 다이옥신농도(53.7pg)가 세계 최고수치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2006년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는 익산시 공무원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충분히 인지했다.

그 오염의 정도는 고엽제로 인한 다이옥신 오염지역인 베트남 동나이 주민들(49.0pg)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에 비교했을 때 충격적이다.

2001년 11월 14일에는 울산폐기물 소각장에서 8년간 근무해 온 직원이 독성간염에 걸려 사망했고, 5명의 근로자 가운데 2명이 독성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이 노동부 역학조사 결과 밝혀졌다.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과 퓨란계 물질은 생식계, 면역계, 간장 등을 손상시키고 암을 유발한다. 비소, 납, 카드뮴, 수은, 크롬, 베릴륨 등 중금속류와 산성가스 등의 독성물질들은 배기가스, 분산재, 바닥재 형태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

산성가스 중 염화수소는 독성이 불산보다도 강하며 다량 흡입하면 폐수종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게다가 소각장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반 지구적인 시설이다.

환경부가 10여년 전 부터 소각 정책을 억제해 온 배경이다. 여기에 자원의 재활용을 통한 폐기물처리비용 절감 목적이 더해졌다.

익산시는 부송동 소각장을 정상 가동한 이래 소각장 인근지역 주민들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를 단 한차례도 측정한 적이 없다.

소각장을 짓기 전에 주변지역 토양의 산도를 측정하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산도측정을 하지 않았느니, 소각장 주변지역 토양이 다이옥신 등으로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알 길이 없다.

소각장 건설 전후의 오염실태를 비교할 지표는 고사하고, 소각장이 없는 타 지역과의 비교를 위한 토양산도측정 책임 조차 방기해 온 결과다.
소각장을 밀어붙인 공무원들은 모두 승진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명을 담보한 댓가다.

소각장은 어느 각도에서 보든지 불안정한 시설이다.

우선, 다이옥신 배출기준은 0.01 나노그램으로 우리나라 기준의 10분의 1 이지만 이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일 뿐이다.

다이옥신 측정은 굴뚝에서 나오는 1㎥의 공기를 시료로 채취해 화학용제로 녹여서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이 기준은 단위체적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기준으로, 굴뚝 내경을 넓히거나 배출속도를 크게 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측정 수치를 낮게 조작할 수 있다.

더구나 10년 전에는 서울시가 소각장의 다이옥신 배출이 기준치의 4.5배를 초과했는데도 기준치 이하로 발표해 말썽을 빚었고, 지난해에는 충주 소각장의 직원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염화수소 배출 수치를 실제보다 낮게 감지되도록 조작했다고 고백해 충격을 안겨줬다.

소각장 옆에 공무원 아파트 꼭 지어야

익산시는 “소각장 옆에 공무원 아파트를 지어 공무원들을 입주시키겠다”던 당초의 약속을 여태껏 지키지 않고 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특히, 소각장을 추진한 공무원들이 입주자 명단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그들의 염통이나 간이 쇠붙이가 아닌 이상, 그들 스스로가 건강한 삶을 위해 혹은 살아남기 위해 토양산도측정을 실행 할 것이다. 몇 년 뒤면 자신들부터 혈중 다이옥신 농도를 측정 할 것이다.

지금, 부송동 소각장을 입안하고 가장 일선에서 밀어붙였던 공무원들 중에는 아예 전주에서 거주하는 자도 있다. 

지자체들이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 할 경우 재활용보다 더 비싼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환경부 정책은 시사점이 크다.

이것은 ‘폐기물도 자원’이라는 국가정책이 지자체 공무원들의 의식 저변에 침투하지 못하는데 따른 실효적 조치다.  

특히, 익산시의 경우 부송동 소각장 파동을 경험하고도, 또다시 하수슬러지 소각장 건설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인다.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감사원이 전반적인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하겠다면서 관련 업무를 중지시켰어도 어떻게 해서든지 소각장 건설을 유효한 상태로 유지하려고 시도한다. 

부송동 소각장 건설이 낳은 또다른 폐해는 ‘무조건 밀어붙이면 된다’는 그릇된 공직문화다. 이는 주민을 무시하는 폐쇄성에서 기인한 것이니, 이런 공무원들에게 소각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들의 법적기준치보다 생명현상이 우선한다는 경종은 어느 정도 강도여야 울릴까. 소각장 굴뚝에 얼굴을 디밀고 몇시간씩 서있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