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남북 분단과 교착은 우리 내부의 좌우 냉전 상황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실체다. 사람이란 외부에서 오는 압력 보다 내부의 균열에 더 취약하다. 북한이 전쟁을 예고하며 쏟아내는 협박보다, 남한에서 이는 강·온간 극단 논리의 충돌에 더 큰 불안을 체감하는 까닭이다.

북한을 적으로 여기는 강경논자들은 한사코 무력 충돌을 바라며 종국에 복속시키자는 통일관으로 무장하고, 온건론자들은 얼어붙은 땅에 볕을 쪼여 희망이 자라면 동포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설 때가 올 것 이라는 통일관을 지니고 있다.

사실, 북한 정권은 좌우 어느 것이든 선택할 입장이 아니다. 전쟁은 물론이고 평화를 선택하더라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강경논자들에게 북한 정권은 타도대상일 뿐이고, 온건론자들은 종북세력이다. 예측불가능하다. 그래서 제 3국에 기대서 어느정도는 협상력을 갖추고 싶은 게 북한이다.

군사, 경제면에서 우열이 뚜렷하고 미개한 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 정권이 이대로 당장 통일을 맞이한다면, 남한의 극우세력 앞에 무사 할 수 있을까. 북한의 입장에서 통일은 두렵다.

선택권은 언제나 남한에 있다. 강온간 논리가 중간지대에서 합일된 통일논의를 찾는 게 열쇠다. 돌이켜보면, 과거 동족상잔을 낳은 주체들이 곧 남한 내부의 좌우진영이었다. 분단 현실의 고착화는 결국 남한 내부의 좌우 대립에서 기인했다. 남한 내부가 먼저 좌우 통일을 이루어야 남북 통일을 생각 할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남북은 오랜 세월을 거쳐 서로 만나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면서 회를 거듭할 수록 통일에 가까워진 것 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착시였다. 사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10년 동안 공들인 햇볕정책도 근원적으로 실패했다. 그것은 이른바 좌파 정권의 헛된 노력일 뿐이었다.

남북 평화통일은 요원하다. 우리 내부에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좌우 갈등이 그 바로미터다.

대통령 선거가 진영논리에 사로잡혀있다. 입에 올리지 않은 뿐, 그 구성원들은 우익 정권 혹은 좌익정권의 권력창출에 전력투구한다. 우익정권 하에서 좌편향으로 낙인 찍힌 정부 인사는 버틸수록 가중되는 열패감에 시달린다.

이런 대립구도는 윤창중 같은 괴물을 배태한다. 그는 지난 18대 대선 전에는 천둥벌거숭이 보수논객에 불과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물론 종편 공중파와 보수 언론을 통해 제1 야당을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그걸 전제로 극우세력의 독선적인 논지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반면, 박근혜 후보를 향해서는 낯뜨거운 찬양 일색으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하자 그는 극우세력의 투사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보수 우익의 정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인사였고, 윤창중의 성공신화는 우익 혹은 잠재 우익들에게 귀감이 됐다.

윤창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보여준 그의 글과 말에서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는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다. 그는 안철수를 젖비린내나는 후보로 규정했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알리며 종북세력의 창궐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소위 ‘종북’ 관련 도착증은 이에 앞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드러냈는데, ‘박원순이 당선되면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을 차고 몰려가 서울시 산하 단체의 모든 요직을 꿰차고 “김정일 장군님 만세”함성을 터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종북세력의 퇴장’을 향후 박근혜 대통령의 책무 중 하나로 제시했다. 반면, 박근혜 후보를 향해서는 문철수에 질린 국민 쓰다듬는 ‘여성대통령’, ‘준비된 여성대통령’, ‘법과 원칙주의자’라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보수언론들은 시사프로그램과 지면을 통해 그의 어록을 확대 재생산하며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 윤창중을 키운 보수언론은 아무리 다급하기로 소니, ‘사람이 아니면 전하지 않는다’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의 불문율을 생각은 해 보았을까.

국론 분열, 대통령이 주도
중립지대에서 해법 찾아야

윤창중은 1981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이래, 코리아타임스 정치부 기자, KBS 국제부 기자를 거쳐 세계일보 정치부로 옮겼다. 그는 1992년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비서실에 들어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근무하다가 세계일보로 복귀한다. 이후 1997년 그는 신학국당 대선후보의 언론 담당 보좌역을 수행한 뒤 다시 언론계, 새누리당을 전전하다가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로 입성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그는 이미 언론인으로서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 자신이 속했던 정권을 비판 할 수 없는 우편향 언론인을 언론계는 더이상 언론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가 골수까지 ‘극우’라는 것을 보여준 광기어린 망발들은, 마지막 출구 ‘권력’을 향한 충성맹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배설하듯 휘갈긴 ‘싸가지 이정희, 뻐꾸기 안철수’, ‘안철수 밀실거래 내막, 부산정권 나눠먹기’, ‘권력의 개로 전락한 폴리페서들! 조국교수? 지성의 탈 쓴 더러운 강아지들’, ‘박근혜 위기! 독사처럼 안철수를 물어뜯으라’ 같은 충성 서약들이 박 대통령에게 닿았으리라.

박대통령의 눈에 윤창중이 보수 언론을 장악하고, 반 박근혜 진영 언론에 온 몸을 던져 투쟁할 충견으로 비쳤을까.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을 격렬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창구역에 앉힌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윤창중이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해 어린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호텔방에서 그녀를 노펜티로 맞이한 것, 그것이 사실이라면 박대통령의 무한 신뢰가 낳은 결과다. 승리에 도취된 승냥이의 일탈이다.

이번 윤창중의 성추행사건은 박 대통령이 주도한 국론분열을 상징한다. 이 정권은 통일을 입에 담을 입이라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