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국제마음훈련원 파동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그 동안은 기독교계의 일방적인 공격에 원불교가 수세에 몰린 형국이었다. 그러나 핀치에 몰린 원불교에서 지난 2일 기독교계의 종교이기주의를 규탄하고 이 사업을 끝까지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원불교의 공세 전환은, 비폭력주의가 더이상 미덕일 수 없는 기독교계의 상궤를 일탈한 막가파식 지형에서 비롯했다. 파국으로 치닫을 것 같은 지역공동체의 파열음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논리적 정합성과 윤리적 정당성이 작동하지 않는 종교간 감정 충돌의 끝은 어디일까.

오늘, 인종 대학살을 낳는 지구촌 곳곳의 종교간 대립이 불현듯 떠오르고, 끊임없는 인종간 학살 같은 절망의 도식을 대면한다. 무기를 들지 않았을 뿐, 기독교계에서 강렬하게 분출한 심정적 표징은 그 도식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기독교계는 자신의 훈련원 건립지원 저지 행위를 '전쟁'으로 규정했다. 사업비 총액 가운데 자치단체가 분담책임을 지는 12.5%(31억5천만원) 중 건축 착공에 필요한 토지건물 설계용역비 5억원을 편성한 이한수 시장은 그리스도의 적이 됐다.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 온 시점에서 그들의 "익산시장을 다음 선거에서 떨어뜨리자"는 막장 구호에서는 심연의 살기와 광기가 번뜩인다.

목사들과 신도들이 도로에 늘어서서 부르는 성가의 가사, "십자가의 군병들아 마귀와 싸울지라"가 섬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 시장은 물론이고, 국비를 확보한 원불교와 예산집행의 필요성에 찬성하는 시의원들은 모두 하루 아침에 마귀가 됐다.

자치단체장의 판단은 '지역 발전'이라는 공익에 입각하는 것이고, 종교는 물론 어떤 사익도 고려해서는 안된다. 이한수 시장의 훈련원과 관련한 결정에서는 그런 원칙에서 벗어난 꼬투리가 발견되지 않는다.

당장 국비와 도비 156억원이 익산지역에 투입돼 직·간접 경제유발효과가 발생한다. 이 시설은 한꺼번에 330명을 수용 할 수 있고, 사업 범위가 글로벌을 지향한다. 향후 이 굴뚝없는 산업이 지역에 기여할 경제와 브랜드가치는 천문학적인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듣건데, 이 시장은 자신의 결정이 종교간 충돌을 불러올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익산지역의 대다수 목사들과 신도들은 이 시장과 생각을 같이하며 기독교계의 부적절한 행태를 부끄러워 하는 것으로 들려온다.

다만, 소수의 목사와 장로 등 매파들이 원불교와 기독교계의 묵은 감정들을 총 망라한 성전(聖戰)의 당위성을 제기했고, 총회 차원의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적을 설정하고 행동에 나서면 누구도 제동을 걸 수 없다. 그들이 유일신주의에 묶여있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누구든지 이견을 제기하거나 불참할 경우 이단으로 매도되고 마녀사냥을 피할 수 없다.

매파는 그 틈을 파고든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주도한 익산기독교계의 매파는 누구인가. 원불교의 독주를 지켜보면서 질투와 패배자의 시기심에 사로잡힌 '르상티망'들이다.

'르상티망'은 승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패배하더라도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약자의 자기정당화를 밑바탕에 깔고있다. 배 고픈 것 보다 배 아픈 것을 더 참지 못한다. '르상티망'은 갈등과 불신을 무한 재생산하는 존재다. '르상티망'이야 말로 마음의 평화를 파괴하고 사회통합을 훼방 놓으며 세상을 절망에 빠뜨리는 악마다.

익산기독교계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무모한 행동에 나서게 된 근원이다.

 더구나 이런 르상티망들은 유일신을 숭배하는 교회 안에서 더 위험하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원죄'로 인한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을 구원할 유일한 통로다.

그러나 '르상티망'들은 유일신론을 왜곡된 자기애로 전도시키고, 눈앞의 사리사욕을 추구할 구실로 삼으며, 불관용주의와 배타주의를 고착화시켜 구성원들에 대한 억압과 폭력의 수단으로 악용한다.

이것은 실로 선의가 악과 맞닿을 수 있다는 걸 방증하며, 기독교가 악마의 유혹에 취약하고, 한 번 휩쓸리면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를 드러낸다.

'르상티망'들의 신이야 말로,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를 통해 '제정신이 아닌 그리고 야만적인 허영심을 가진 전제 군주자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안팎에서 억압은 폭력이며 고통을 낳는 악(惡)이다. 그것이 전지전능하고 사랑의 시원인 신을 위해 행사될 때 선(善)이라고 주장하는, 폭력으로 구원하는 기독교의 신화는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 그런 주장은 무엇보다도 신을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완전자로 설명하려고 할 때 가장 큰 결함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익산의 기도교계가 경쟁적으로 세우고 있는 거대한 성전에 선량한 사람들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르상티망'의 청산이다.

성숙한 쪽이 화평의 길잡이 돼야

원불교도 각성할 바가 적지않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익산시가 공익을 중시하지 않고 종교간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등 역할이 합당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은 자기부정과 부정확한 상황인식의 소치다.

이한수 시장은 지난해 12월 2013년 본예산에 훈련원 예산을 편성했다가 기독교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고, 이를 부결시킨 의회를 통해 벼랑끝에 선 자신의 입지를 확인했다. 이후 같은 안건을 지난달 24일 재상정 하기까지 6개월 동안 그는 철의 장막을 뚫고 왔다.

'공익적 결단'이라는 소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정이란, 분쟁당사자들의 상호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오직 훈련원 건립을 좌절시키기 위한 일방의 극단적인 폭거를 향해 이한수 시장이 무엇을 말한 들 들렸겠는가.
일찍이 종교간 화해를 제3가 매개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국제한마음훈련원 파동에서 원불교는 승자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품어낼 보다 넓은 박애주의 역량'이라는 종교적 관점에서다. 차제에, 애먼 정치인을 겁박하는 기독교계와 같은 방식이 아닌, 성숙된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이는 혼란을 잠재우고, 화평의 길을 앞서 걸어가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