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예수보육원'과 '미혼모의 집'은 아동을 짐승 취급하고 영아를 내다버린 복지시설이다. 보편적 복지를 갈망하는 우리가, 오늘 국한된 복지체계 속에서 조차 당사자를 적실하게 구제 하지 못하는 현주소의 민낯이다.    

'예수보육원' 원장은 아이들에게 써야 할 보조금 대부분을 가로채고, 병든 장애아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위해 최소한의 손길도 내밀지 않았으며, 아사 직전의 피골이 상접한 아이들을 학대하는 감옥의 간수 였다. '미혼모의 집' 원장은 정원을 초과했는데도 나중에 결원이 생길 경우 벌충하기 위해 두 명의 영아를 무호적 상태로 데리고 있다가 들킬 위기에 처하자 몰래 내다 버렸다.

사람들은 이런 따위의 비 인간적인 행위에 대해 "교회 목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경악했다. 더구나 두 개의 시설 원장이 모두 목사다. 또 둘은 부부다.

하지만 이 복지시설들은 '목사들이 운영했기에 갈데까지 갈 수 있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우선 비위 목사들은 성직자 집단의 보호아래 있었다. 후원자와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과 민간기관원들은 성직자의 양심을 믿었다. 인류 구원의 일선에 있는 목사들이 인간을 양육하는 것을 착취의 수단으로 여길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의사무능력자들의 피를 빨아 온 목사들은 생계형 범죄자들이었다.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우리에 가두고 외부에서 보내 오는 먹이를 가로채 배를 불린는 데는 일말의 노동도 필요 없었다. 탐욕은 하늘 높은 줄 몰랐고, 돌이킬 수 없는 범죄에 빠져들었다.

교회의 장로가 그들의 범죄를 도왔고, 지역에서 다양한 양태로 생활하는 여러 목사들이 그들 시설을 오가며 그들의 도덕성을 담보했다. 이런 집단적 조장은 보통사람들에게 의심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기독교장로회 익산 노회는 예수보육원의 후원금비리신고를 접수했으나,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가 신고자가 철회하자 곧바로 조사계획을 백지화했다.

나아가 기독교장로회 일부 목사와 장로들은 예수보육원의 문제를 제기하는 축을 향해 "잘 하는 복지시설을 흔들고 결과적으로 기독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치 않았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종교이기주의와 집단심리에 사로잡혀 오직 교회의 신성성에 상처를 내는 대상을 적으로 간주하고 악다구니를 부렸다. 또한, 예수보육원 운영자인 K목사가 구속되고 H목사와 가족, 종사자들이 입건 된지 40여일이 지났지만 기독교계는 일절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교회가 처한 현실을 방증한다. 성찰에 게으른 교만한 교회는 길을 벗어나 벼랑끝에 서있다. 교계 내부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된지 오래다. 잘나가는 교회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성전을 짓지만, 신생교회를 포함한 나머지 대다수 교회 목사들은 썰렁한 교회를 지키고 있다.

성직자들은 교회 밖에서 최소한의 밥을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사회복지사업과 시설운영을 병행하는 이유다. 아예 사회복지사업에만 매달리는 목사들도 많다. 성직자들이 스스로 교회의 용도와 존립가치를 파괴하는 현장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밖힌 뜻을 가르치고 예수의 족적을 통해 신을 설명해야 할 목사들이, 예수와 정 반대 길을 가며 예수를 부정한 결과가 오늘날의 교회 일 것이다. 돈과 권세만을 쫓는 교회, 헌금의 크고 작은 것으로 성도들의 믿음을 척량하는 교회를 누가 따르겠는가.

생존현장의 견지에서 성도를 모으지 못하는 목사는 언제나 유혹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목사는 동시에 시험에 든다. 갈수록 기업화 되어가는 다른 교회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히며,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착시에 빠지기 쉽다.

최소한으로 주어지는 밥에 억울해하고, 비싼 옷과 비싼 음식을 추구하며 자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재물을 갈구한다. 이것이 일탈하는 목사들의 공통점이다. 예수보육원 파동은 그것을 단적으로 방증한다. 아무런 수입이 없으면서 자식을 유학보내는 등 부를 누렸다.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앵벌이 도구로 삼아 삐뚤어진 탐욕을 채운 것이다. 이런 목사와, 성도들의 헌금으로 엄청난 부를 축척하면서 스스로 거룩하다 여기는 목사가 서로 다른 점이 있을까. 그들은 2천년 전 예수를 향해 저주를 퍼부은 종교지도자들과 다르지 않다.

예수는 종교지도자들이 죽였다

예수는 하나님을 섬긴다는 자칭 거룩한 제사장들에 의해 하나님을 모독하는 사탄으로 몰려 처형되지 않았던가. 성도들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 위에 군림하는 목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예수를 죽게 한 옛 종교지도자들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신의 백성을 자기 노복으로 착각하고, 신보다도 교회와 목사를 더 섬기게 만들며, 그것이 신을 위한 일이라고 왜곡하는 목사들에게서 교회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나는 아직까지 익산지역에 예수와 같은 길을 가고있다는 목사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병든이들과 창기와 거지들과 함께 생활하며 복음을 전했다는 예수는 박제된지 오래다. 예수보육원 같은 목사의 복지시설은 '예수'라는, 남들을 속이기 쉬운 외피를 입은 탐욕의 아가리일 뿐이다.

삿된 목사들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양의 옷을 입고 노략질하는 선지자들이 득시글 거리는 교계의 맹성이 촉구된다.  

예수보육원과 미혼모의 집 사건은 허술한 제도와 관리부실이 현장의 문제로 제기되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개선책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의식이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을 장악하고 있는 종교단체의 혁신 없이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