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무더위를 피해 떠나던 행렬은 입추와 처서를 지나며 꼬리를 감추고 있다. 아직 더위는 여전하지만 지금 떠난다면 사뭇 다른 여행을 만날 것 같다.

흥분에 이끌린 격한 심장박동에 이내 지쳐버리는 달콤하지만 너무나 짧아 신기루 같기만 했던 행복의 계절을 보내고, 느리게 오래도록 깊이 젖어드는 평온한 행복을 맞이하듯이.

이글이글 타는 태양 아래 최대한 벗어던졌던 백사장은, 기분 좋은 일들로 가득할 때 찾아오는 감정이 곧 행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향연으로 들었으나 그 발자욱들은 오래된 무심한 교감들에 의해 고요히 지워져가고 있다.

광란의 여름을 지난 뒤에야 여행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흥분이 가라앉으면 또다시 흥분거리를 찾도록 부추기는 굉음 속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또는 눈을 뜨지 못하도록 너무 밝았던 빛의 이면이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쾌락, 그것을 행복이라고 여기던 사람들의 허탈감이 시나브로 팽창하는 도시에서, 사람들의 진정한 행복에 관심을 가진 꾸뻬씨의 선물 카드를 펼쳐든다. 거기에는 그가 행복을 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도시를 벗어나 친구들이 살고 있는 낯선 이국땅을 여행하며 도달한 깨달음의 경구가 담겨있다.

글귀들은 마치 발레리나의 가벼운 몸짓 처럼 튕겨오르고 하늘거린다. 하지만 그 소박한 직설화법은 귓전에 맴돌며 인식을 증폭시킨다. 예컨데, 발레리나가 되기까지 입었던 상처들과 거듭거듭 한계를 뛰어넘은 이야기들을 듣고, 마침내 발레리나의 몸짓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경구는 행복에 관한 사유와 체험의 결정이며, 불행의 패러다임을 행복으로 바꾸는 방법론이다. 소수의 전유물인 문자를 뛰어넘는 '몸짓의 언어'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꾸뻬씨는 어떻게 이런 지속가능한 행복 만들기의 열쇠를 사람들에게 선물 할 수 있게 됐는가. 그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 이었기에 그런 열쇠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가 지닌 여러 행복의 요소들 가운데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한 관심' 하나만으로도 그 설명은 충분하다. 

정신과 의사 꾸뻬씨는 자신의 환자들 가운데 전혀 불행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불행을 호소하는 것이 의아했다. 그들은 돈이나 건강에 대한 걱정이 없고 가정과 좋은 직업도 갖고 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미래를 불안해하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의 불리한 점만을 보았다.

꾸뻬씨가 자신이 의사 노릇을 잘 하고 있는지를 묻게 되는 지점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가치관들이 왜 이렇게 다를까. 반이 채워져 있거나 반이 비어있는 병을 앞에 놓고 대다수 사람들은 결핍 쪽으로 경도되어 있었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다른 모든 지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정신과의사인 꾸뻬씨가 불행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꾸뻬씨는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보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안내해주는 것이 근원적인 치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가 바다건너 미지의 나라들로 '행복 탐험'에 나서게 된 이유다.

특히 그런 꾸뻬씨의 심연에는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진료실에서 불행한 이야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온 그의 심신은 피폐해져 있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요한 어떤 것을 조금씩 잃어가는 건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했다.

자신의 삶에 진정으로 만족하고 있는지 조차 확신할 수 없는 처지, 그래서 정신과 의사로서 적격한지를 의심해야 하는 절박성이 꾸뻬씨의 여행을 치열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사실, 꾸뻬씨가 행복여행을 통해 발견하는 불행에 이끌리는 시선들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더 나은 환경을 알거나 경험한 사람이 그보다 못한 환경에 처했을 때 불만투성이가 되는 것은 이상할 게 못된다.

꾸뻬씨가 선물한 행복의 열쇠

이것은 꾸뻬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미 절감한 관점의 차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적이지만, 우리는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경쟁의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진력하고 있고, '비교'가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여행자 꾸뻬에게 자신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한 모든 사람들은 아시아의 몇몇 부유하지 않은 나라들에서 만났던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에서, 더 행복한 사람들은 비교할 것이 적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역설을 만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쩌면 꾸뻬의 여정은 일상을 재발견하는 순간들로 어어졌다. 나아가 행복의 답을 얻기 위해 행복을 깊이 연구한 전문가를 만났지만 그들 조차 불행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행복의 열쇠를 발견 할 수 있었던 힘은 뜻밖에 만나 사랑하게 된 사람들과, 납치되어 벽장에 갇히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경험의 지도를 잘 따라간데서 비롯했다.

행복은 어떤 환경에 처해있든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을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며,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행복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경구, 꾸뻬씨의 그 열쇠로 우리는 지금 당장 행복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다. 우리가 비교와 경쟁, 불만족에 몸살을 앓고 있더라도 그것이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