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국정원 연출 이석기 주연의 촌극이 한창이다. 이른바 ‘RO 내란음모’극은 국회심의를 통과했다.

구속된 주동인물 3인을 비롯한 RO 조직원 130여명의 범죄사실을 심리할 법정에선 또, 이석기 주연 RO 조직원들의 촌극이 재연 될 것이다.

촌극이랄 수밖에 없다. 규모도 크다. 언론까지 나서서 국정원이 제공한 보도자료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국정원이 언론에 공개한 녹취록에서 한 RO 조직원은 ‘전쟁에 대비해 무장을 해야 하는데, 장난감 총을 개조하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를 전제로 상당수 언론사들은 개조한 장난감 총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앞다퉈 보도했다.

방송사는 개조한 일명 비비탄 총에 쇠구슬을 장전하고 맥주캔을 구멍내는 장면과 유리창을 부수는 장면을 방영했다.

녹취록의 대화 내용으로 보아 그는 총기에 관해 문외한이고, 인터넷에 무기 만드는 기초가 나와있다고 설명하는 중이었다.

국정원이 관련자들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국회에 이석기 체포동의안을 낼 수 있었던 법적인 동력은 위와 같이 허황한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에서 비롯한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녹취록 말고 RO의 내란음모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녹취록은 3년 동안 RO를 내사 하던 끝에 확보했다는 것인데, 국정원이 주요 범죄사실로 적시한 대화는 지난 5월 12일 하룻밤치가 대부분이다.
녹취록은 실로 시대착오적인 대화내용들로 넘쳐난다.

이석기는 모두 강연에서 남한과 북한의 자주역량을 강조했다. 미국의 군사체계 종식을 언급하면서,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현 정세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RO 조직원들에게 역설했다.

맥락을 보면, 지난 3월 초순 불거진 남·북 군부의 강경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대한 좌편향적 논평과 자신들의 사상적 무장을 독려하는 자리로 읽히는 강연이었다. 

당시, 한·미의 연합군사훈련에 맞서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데 이어 핵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위협하자, 남측 합동참모본부가 북의 도발시 원점 지원세력은 물론 지휘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며 맞받았고, 어떤 드라마나 스타도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전쟁 얘기의 틈을 찾지 못하던 때였다. 

이석기는 이같은 상황을 전쟁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에 의해 민족적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침략의 노골적인 생각이 적나라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현정세를 ‘낡은 지배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대변환기’로 상정하고, 이에 대비한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그가 말하는 사상적 무장의 정체는 모호하다. 다만, 일면적이거나 편향적이거나 혹은 분단의 사고에 쩌들지 않아야 현 정세의 역동성과 변화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역설했으니, 그들이 무장할 사상이란 대치 중인 체제의 이념이 아니라 균형잡힌 ‘민족주의’ 쯤 되는 것으로 가늠해 볼 따름이다.

이석기는 이런 자신들의 생각이 지배세력한테는 반역일 수 밖에 없다며 고난을 각오하라고 했다.

그는 또 핵보유가 지닌 과학적 전략적 중요성과 새로운 전쟁 형태를 설명하며, 지배세력에 의해 60년 동안 형성된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면서 그 방법으로 ‘전쟁’을 제시했다.  
그래서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른 물질·기술적 체계 구축과 관심을 촉구했다. 그것은 공세적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이고,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앞당기는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승리란 착취와 허위가 없는 조선민족의 시대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이석기의 생각이 집약된 모두 강연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유사시 남한의 지배세력과 미국을 공격해 북한과 소수혁명세력 및 RO의 승리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동시에 대다수 국민들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을 시점을, 피할 수 없는 전쟁상황으로 예단했다는 측면에서 망상이다.
위험하거나 허황하거나 둘다 30년 전의 낡은 사고체계에서 비롯한다. 주체사상은 북한에선 인권을 유린하고 권력을 세습하는 수단일 뿐이고, 글로벌화된 남한에선 설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이석기의 강연은 시대와 현상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나머지 추상적인 독선에 함몰된 표징이다. 그래서 그는 도착증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천둥벌거숭이다. 

국정원 연출 이석기 주연

따라서 이어진 권역별 토론이란 것은 그보다 더한 촌극이다. 전시상황에서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걸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굉장히 기술적이고 과학적이고 거기에 맞는 뭔가 물질적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다.

세상이 바뀌기 바라는 사회주변인들이 갑자기 전쟁 임박설에 흥분하여 마구 지껄인 것에 다름 아니다.
일부 언론이 집중 부각시킨 바와 같은 ‘국가기간시설 타격·인명살상 모의’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화들이라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그들의 대화 내용에선 전쟁이 나면 북쪽 편에서 싸우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전쟁을 대비해 물리력을 갖출 것을 모의한 점은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토를 참절(僭竊:국가의 적법한 지배상태에서 불법적으로 벗어나는 것) 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내란죄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국정원이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적시한 바와 같이 “RO의 범죄 시행이 착수될 경우 이에 호응해 북한이 전면 무력도발을 감행할 위험성도 예견된다”는 우려도 일어나지 않을 전쟁을 곧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 이석기의 오류와 같은 종류다.

내란을 일으킨 자는 군대와 맞서야 하는데, 개조한 장난감 총을 들고 어쩌자는 것인가. 전쟁이 나 봐야 이 참극(촌극)의 실체를 알게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