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6.4 지방선거가 달포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혼전'을 가리키는 기초 단체장과 기초의원·광역의원 후보들의 '난립' 추이 속에서 생각한다. 이번이야말로 새정치가 출발점에 서게 되는 계기일까. 출사표를 던진 상당수 정치신인들이 기존의 정치 틀 아래서는 출마를 엄두조차 낼 수 없었기에, 활짝 열린 정치의 장으로 새정치는 진입할까.
오늘 우리 앞에 선 새정치란 무엇인가. 안철수를 그 필두에 둔다면 그와 연대한 이 지역의 모든 후보들이 그 지향을 같이 할까. 안철수의 철학과 행동은 새정치인가. 그의 자기만의 문법을 해독할 시간이 우리에게는 부족하다. 다만 체감되는 것들을 근거로 안철수가 다가가는 목표지점의 새정치를 가늠해 볼 따름이다.
우선 통합된 민주당에서 투영되는 안철수의 새정치는 분열이다. 융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나 새정치의 창출은 고사하고 결코 섞이지 않겠다는 신념이 확고한 두 가족이 한지붕 아래서 하회탈을 쓰고 있다.
통합 전 안철수 진영에 모여든 사람들은 민주당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어떻게 해서든지 어필하려고 안달했다. 당의 무공천 방침에서 비롯했다.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약속은 지킨다'는 새정치의 정신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안철수의 의지 앞에 그들은 가혹한 현실적 피해자로서 보상심리를 버리지 않았다.
당초 익산지역 안철수 연대 쪽은 정치적 명운을 걸고 민주당 당적을 버린 사람들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또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정계진출을 모색해오거나, 지역적 기반은 취약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남다른 이력을 경쟁력으로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과거 자의나 타의에 의해 민주당에서 떠났던 사람들로 구성됐었다.
이들에게는 안철수가 기회였다. 텃밭 정당의 아성을 격파하고 점령군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뜻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안철수는 무공천을 선언했고 입장을 같이하는 민주당과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지망생들은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다.
뒤집어 보면 이 국면은 안철수에게 승부처였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에서 실질적인 정치 지분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안철수는 자신에게 힘을 보태기보다는 안철수 바람에 편승하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무공천'과 '통합'이라는 가공할 만한 수단을 동원해 단번에 판을 바꿨다.
무기력한 안철수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전사로 만들었고, 6.4지방선거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입지를 결정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무기력한 조직을 가지고 무엇을 도모할 수 조차 없는 국면을 자기 주도로 뒤집는 힘을 안철수식 정치가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 발목을 잡았다.
주자를 선발하지 못하는 룰 속에서 민주당 텃밭의 기성 정치인들을 상대로 미개한 그의 전사들이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여기저기 빌딩들을 뒤덮고 있는 대형 펼침막들 속에서 안철수와 후보가 나란히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안철수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다.
일선 후보들에게는 최선의 방책일테고, 안철수에게는 고육지책의 전략일 것이다. 단적으로 안철수의 새정치란 줄세우기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구태'로 읽는다. 같은 당 안에 사분오열된 정파가 우리 정치사와 국민들에게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 내부 갈등의 원인이었고, 공천비리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집안 싸움에 당의 근간이 흔들렸고, 당은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결집시키지 못했다. 지지자들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한 이후에도 안철수계와 민주계는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가장 비근한 예는 전라북도지사 후보인 강봉균의 행태다. 그는 전북에서 안철수 계보의 주장 행세를 해왔다.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안철수를 마스코트로 참석시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후보들과 1대1 사진촬영 기회를 제공하는 등 범 안철수 계보를 규합했던 그는 특정 기초단체장 후보 사무실을 선별적으로 방문해 '무공천' 정신을 훼손했다. 이같은 행보는 강봉균이 공천을 받아야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돌풍을 일으키고, 이에 힘입어 범 안철수계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후보들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새정치'라고 썼지만 '구태'로 읽힌다

민주계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당내 갈등구조다. '공천제 회귀' 불가피론은 거기에서 비롯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대 새누리당의 공천과 무공천이라는 비상식적 경쟁구도보다 당내에서 민주계 대 안철수계의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제기된 출구다. 당원·국민여론조사 결과가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반대'로 난 것은 불탄 뒤에 남은 재와 같다.               
안철수의 무모한 보스정치의 구태 답습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다. 부자지간에 병역을 기피한 의혹을 받고 있거나 국회의원 시절 뇌물수수로 보좌관이 형사처벌을 받아 도덕성이 크게 훼손된 인물을 검증조차 하지 않고 전북지역의 대표로 내세웠다. 이기는 정치에 함몰된 결과다.
안철수가 국민들에게 어필된 핵심 요인은 약자를 보호하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거상의 정신이었다. 거상의 덕목인 절제와 균형, 그리고 신뢰가 그에게 있는가. 안철수가 유일하게 파종한 새정치이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잉태한 창당정신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사산됐다. 안철수의 과욕과 갈지자 행보가 개인의 실리를 위해 당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의심받게 한 탓이다.
안철수의 출현은 유감스럽게도 야권을 교란하는 혼란의 시작이었다. 창조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 창조를 빙자한 파괴는 거대한 저항대에 부딛혔고, 쉽게 물러설 수 있는 무책임의 발로였다. 새로운 길을 갈 것이냐 말 것이냐의 결정을 이해당사자들에게 떠넘긴 것은 새정치를 빙자해 온 그가 밟게 되어있었던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안철수의 새정치는 존재하지 않고, '대립과 갈등' '약속 번복'같은 기성 정치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안철수의 좌충우돌식 정치가 제1야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는 벌써 새정치민주연합의 앞날이 선연하다. '도로 민주당'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