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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호 2250년 전과 후가 같은 나라가 망할 징조

편집국장 공인배

한비자는 무려 2250년 전 전국시대의 한(漢)나라 사람이다. 지배자가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여 아무런 제한이나 구속없이 마음대로 그 권력을 사용하는 정치 체제 이론의 총괄인 한비자를 집필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당시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를 설파했는데, 2250년이 흐른 오늘날 이 땅 민주주의공화국에서 그 망조들 대부분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섬뜩할 따름이다.

그는 먼저, 법을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밖 외세만을 의지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라고 했다. 이 나라 국정원은 간첩조작, 종북낙인, 국가 기밀 폭로 등의 음모와 계략 꾸미기로 일관했는데 정권은 정권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그 충성을 높이 사서 전방위적으로 국정원을 보호했다.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국정원 사건 수사 검사들 교체 같은 전제적 수단을 총동원해 정권은 사법부 앞에 성역화 됐다. 이렇게 정권이 국가의 합법적 폭력에 무제한의 정당성을 부여받은 듯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은 외국 순방길에 자주 올랐고, 북한을 적대시하며 대북 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를 공공히 하는 선명한 족적들을 남겼다.

한비자는 다음으로, 선비들이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은 나라밖에 재물을 쌓아두고 대신들은 개인적인 이권만을 취택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관세청이 발주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스위스 등의 조세회피처로 불법 유출된 자본 규모가 최대 2553억3000만달러(약 269조3220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정부예산 355조원의 75.8%에 해당한다.

실천하는 지식인들은 드물고, 박근혜 정부 1년 8개월동안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한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가 임명을 밀어붙인 장관들은 대다수의 면면은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 비리는 3대 기본 의혹이었고, 세금탈루, 전관예우, 각종 이권 개입, 국적 논란, 논문 표절, 성접대, 성희롱, 재산신고 누락, 공금 유용, 과태료 체납, 채용 비리 등 흠결이 너무나 큰 사람들이었다.

세 번째 망조는, 왕이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며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하는 것이다. 골프 좋아하는 이명박은 4대강 사업으로 국고를 탕진하고 생태계를 파괴했다. 이 정부가 여러 경제 침체 이유를 대지만, 22조원을 국고에서 빼내 몇몇 대기업들에 퍼주고 죽음의 강을 만든 4대강 사업은 다른 수많은 국책사업과 지방정부의 공공사업들을 제한한 요인이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4대강의 수질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2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낙동강변에 사는 1,500만명의 국민들이 시궁창 냄새가 나는 녹조물을 마시고 있고, 물이 썩으면 출현하는 큰빛이끼벌레가 4대강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고가 특정한 목적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사이에 전국의 조달납품업체들과 중소 토목기업, 상업, 농업 등이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 망조는, 남의 결점을 악용하는 자의 벼슬은 높고, 왕이 낮은 것에 근거하여 의견을 듣거나 여러 사람 말을 견주어 판단하지 않으며 듣기 좋은 말만하는 사람의 의견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정부 청와대의 김기춘과 내각, 대통령의 행태를 지근거리에서 본 듯 하다.

이에 관해서는 말할 것이 너무 많으니, 다 차치하고 김기춘만 보자.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영구집권의 틀인 유신헌법의 기안자였고,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켜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친 부산 초원복집 파동의 주역이다. 그는 또, 인혁당 사건과 같은 용공조작을 주도하고 민주인사들을 고문해 공산주의자로 둔갑시킨 중앙정보부 5국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그의 출세 가도는 박정희와 박근혜가 열어줬다. 그는 박근혜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사이코 취급하고, 참여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으로 매도했으며, 탄핵에 앞장섰다. 그는 이런 편향성으로 '기춘 대원군' 자리를 꿰찼고, 편향된 인사와 편향된 조언으로 박 대통령을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다섯 번째 망조는, 왕이 고집이 센 성격으로 간언을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박 대통령 스타일이다. 그간의 수많은 일들을 다 거론할 필요도 없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자신이 호언하고 국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 진정성을 강조해 놓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듯한 행태를 보이며 국회를 향해 경제살리기를 방해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교착상태에 놓여있는 국회는 무능한데다, 경제관련법 처리와 같은 주어진 직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이처럼 상황을 호도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유기하며 국민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배경에는 6.4지방선거와 7.30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교만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3의 이해집단으로 전락한 국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태도가 이들 선거 전과 후에 판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초의 국정원발 각종 사건과 인사파동, 재난 대응 실패가 그 승리로 인하여 면책됐고, 상대 다수의 국민은 그저 경제만 살아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결과로 오판하고 있을 공산이 높다.

여섯 번째 망조는, 다른 나라와의 동맹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미국과 공조하며 철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회피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가리키고 있다.

일곱 번째 망조는 군주가 대범하여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이 많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모든 망조는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은폐와 거짓말, 독선이다. 그 반대 개념인 투명성과 정직, 화합은 모든 정치체제의 정권이 자신을 지키는 요체다. 국가는 권부 내부의 상층 몇몇이 아니라 국민을 지킬 때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버리는 국가는 스스로 국가이길 포기한 것이다. 은폐와 거짓말, 독선으로 일관하는 정권은 국가를 제3의 이해집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갈등과 반목의 주체가 되어 세상을 한없는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돌이켜 보면 박근혜 정부의 모든 문제의 근원은 책임 회피에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혹시 이 나라의 파국을 막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지는 용기에서 비롯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용기야말로 국민을 존중하는 발로이고 화합을 이루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