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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의 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을 한 사람만 뽑게 될 공산이 높다.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맞이하고 있는 충청도 쪽에서 국회의원 의석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맞물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익산의 갑·을 지역구를 다 지켜낼 수단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박경철 시장은 이런 변화에 별 관심이 없다. 인구를 어떻게 해서든 늘려서 지역구 인구 기준선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묵살한다. 이 같은 무소속 시장의 행보에서는 해방감이 느껴진다. 새정치연합 소속의 시장이라면 당장 당의 표결권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중압감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정당은 의석 수로 지지하는 국민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고, 정강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무소속 시장에게는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태도다. 두 사람의 국회의원은 각자 다른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두 개의 목소리로 지역구에 필요한 것들을 쟁취하지만, 중앙부처에 대한 견제권이 하나로 줄어들어 국가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더라도 그것은 단지 정당의 사정에 불과할 뿐이라는 인식의 발로다. 지자체에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풀기 어려운 난제가 발생했을 때, 하나보다는 둘이 힘을 합쳐야 해법에 접근하기 쉽다. 삼척동자도 안다. 가뜩이나 익산시는 중앙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77%에 달하는 중소도시다. 그런데 현역 정치인의 수를 지키는 것이 전적으로 정당의 책임이라면 무소속 익산시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직자인가. 무소속 시장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인맥이 없고 현실정치의 멘토도 없기 마련이다. 오히려 기존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대통합은 무소속 시장의 입장에서 사실 과욕이다. 무소속 시장 자신이 협조를 구하며 동분서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익산 처럼 특정 정당세력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더 말할 나위없다. 지역발전은 정당의 일일뿐 무소속 시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역구 의석 수를 지키는데 진력해야 한다. 박경철 시장의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익산시 의회와 집행부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분수령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박 시장은 3개월도 안 된 사이에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 원인을 몇가지 들어 보면, 부채위기를 조장한 점, 건드려선 안 될 인사 질서를 파괴한 점, 비현실적인 공약들을 무모하게 밀어붙인 점, 대의기관인 의회를 경시한 점 등이 있다.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은 생계에 필요한 재원부족이다. 익산시민이 재원을 좇아 이탈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등 양호한 생존환경을 조성해서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다. 기 조성된 산업단지에 기업들을 유치하고, 투자의향을 비춘 기업들의 투자 유인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들이었다. 민선 5기에서 이어져 온 지자체의 희망 만들기는 이 밖에도 많다. 수천개의 일손이 필요한 패션 주얼리 유턴기업들과 유턴 의향을 가진 기업들도 그 전면에 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이런 단순한 해법을 도외시하는 모양새다. 관련 활동들이 형식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부채 비상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부채 해결방안이나 내놓는 등 위기감 조성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다스리는 사람은 고르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환경을 걱정해야 한다. 또,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안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 고르면 가난한 것이 없어지고, 화목하면 시민들의 숫자가 적지 않게 되고, 평안하면 기울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고금의 역사 면면에서 발견되는 이치다. 하물며 다스리는 사람이 불안 조장을 일삼으면서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고 마땅한 책무를 게을리한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구나 박 시장은 자신의 첫번째 정기인사에서 오랜 세월 선의의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에게 '전임시장에게 혜택받은 자'라는 꼬리표를 붙여 치욕과 좌절을 안겼다. 주요 보직에 있던 사무관들을 일선 읍·면·동이나 한직으로 전보한 것은 백번 양보해 어느 정도 '새로운 체제의 시작'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겠지만, 각 부서의 주무계장을 대거 일선이나 한직 부서로 전보한 것은 조직내의 희망을 파괴하고 일거에 사기를 꺾어버린 행위다. 그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었고, 신망이 두터운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자 입장에 있는 다른 공무원들이 그들의 승진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을 하루 아침에 끌어내린 것이다. 오직 국민에게 충성해야 할 공무원들에게 시장 개인에게만 충성하도록 강요하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위를 바라보며 부단히 계단을 오르던 공무원들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 앞에서 언제 닥칠지 모를 추락을 걱정한다. 공무원을 정치인 취급하는 박경철 시장 앞에서 공무원들은 공무원으로 남느냐 정치인이 되느냐를 고민하며 주춤 주춤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렇게 맥빠지고 주눅든 조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박 시장은 또한 초장에 자신의 공약들이 대부분 사리에 맞지 않고 급행으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는 여론에 봉착했지만,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일부 부서의 함열 이전을 강행하면서 지자체장이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정작 시민들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부작용만 낳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끓이지 않고도 마실 수 있는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해 온 신흥정수장을 폐쇄하고 유원지로 만들기 위해, 수돗물을 광역상수도로 대체하기 위해, 수돗물 원수의 불안전성을 강조하며 비싼 광역상수도 물 값을 시민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거품을 물고 있다. 그렇다고 박 시장이 공약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회의 이해를 구하거나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박 시장 쪽과 정치적 이해가 부합하는 소수 의원들이 투사가 되어 마치 대리전을 벌이듯 매사 충돌하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런 파열음을 내는 힘겨루기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죽기를 각오하고 개과천선해야 부끄럽지 않은가. 박경철 시장이 당선된 뒤 지난 몇 개월 동안 한 일이라곤 가난보다도 더 위험한 '불안'을 조장한 것뿐이다. 갈등과 반목, 절망이 이 도시를 집어삼키고 있다. 두 개의 국회의원 의석을 지키기 위한 정당과 시민의 인구늘리기 운동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되레 인구유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 거듭된 낙선으로 쌓인 자신의 한 풀이 기회를 만난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모두가 잘못됐다고 지적해도 자신의 무지와 미숙을 감추기 위해 당치않는 일을 막무가내로 성사시키라고 시민들이 힘을 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릇된 관성을 고쳐야 새로워진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말을 신중하게 해야 고칠 수 있다. 무엇보다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마음 속의 사나운 호랑이를 잡고 사람들을 해치는 교룡을 잡아야 개과천선(改過遷善)을 이룰 수 있다. 죽기를 각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박경철은 개인이 아니라 31만 시민들을 내일로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가 되었기에 반드시 개과천선해야 한다.
개과천선의 시작은 자기를 낮추고 닦으며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