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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언론에 재갈 물리는 박경철은 도대체 어디서 온 누구인가

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가 본지에서 보도한 기사 한 건과 본란의 칼럼 네 건을 형사고발했다.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박경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황당무계하고 작위적인 고발 내용 일색이었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했다면, 익산시는 독재시대로 회귀한 행정기관이 틀림없다. 시장의 독단과 전횡에 입다물고 있으라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발 내용을 보면 명백히 박경철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데, 고발장을 익산시 법무팀장이 접수하고 법무팀장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 경악한다. 박경철 시장이 사적인 법률행위에 익산시 행정조직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이 직권남용 행위에 대해서는 박경철 시장이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

각 고발 내용을 살피기에 앞서, 익산시 법무팀장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영남대학교 로스쿨 출신 변호사이며, 박경철 시장이 익산시의 법무행정을 강화한다는 미명하에 그를 익산시 전문계약직원으로 채용했다. 법무팀장은 또 박경철 시장의 허위사실공표 고발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직후 박 시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희성 변호사와 같은 학교 로스쿨 출신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발내용이 무고죄를 범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은 누가 받아야 하는가. 최고책임자인 박경철 시장인가, 아니면 익산시에서 봉급을 받는 죄로 고발인 조사를 받은 법무팀장이겠는가. 아니면 이를 결제한 부서장이겠는가. 사적인 법률행위에 익산시가 개입된 순간 이렇게 책임소재가 복잡해졌다.

익산시는 본란 255호의 칼럼 한 대목을 적출하여, '박경철 당선자의 동생은 조폭 두목이 아니었으며, 조폭 형제도 아닌데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했다. 사실은 박 시장의 동생은 과거 2002년 이전 까지 익산 중앙동파 부두목이었다. 그런데 2년 전 그가 모 방송 스타 피디(PD)출신을 칼로 마구 찌르고 구속된 뒤 동아일보 등 국내 주요 중앙 언론사들은 그의 진술을 인용해 조폭 두목으로 표기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본란 255호는 그들을 '조폭형제'라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바가 없다. 이 칼럼은, 박경철 당선자가 6.4지방선거에서 배포한 공보물에, 독립운동가인 외조부와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 장교로 임관한 아들과 함께 자신 역시 나라와 익산을 위해 헌신한 인물로 자랑한 것은 견강부회라고 지적했다. 그런 식으로 가족사를 말한다면 당선인의 당대는 조폭형제라고 해야 적실하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 질문에 전제된 사실은 박 당선자는 정작 소집면제를 받아 군대를 간 적이 없고, 폭력 전과자라는 점이었다.

익산시는 또 본란 259호가 박경철 시장이 취임 이후 첫번째로 단행한 서기관 승진 인사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이 허위 사실이고 이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고발했다. 그 근거로 인사 절차가 정당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익산시는 또 같은 칼럼에서 '웅포관광지 제3지구의 해당 부지에 탈법과 특혜시비를 무릅쓰고 난데없는 워터파크 건설을 강행하는 것'이라는 부분과 '시민들에게 요금폭탄 물리기' 등의 부분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고발했다.

인사와 관련한 논평의 전제된 사실은, 당시 익산시 조직 내에는 57년생 안팎의 사무관들이 즐비하고 이들은 대부분 능력과 덕을 겸비해 하위직 공무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왔으며, 매 인사 때마다 승진 물망에 올랐었는데, 지금까지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60년생을 느닷없이 승진시켜 익산시 공직사회 내부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점과, 박경철 시장은 시민운동가였던데다 익산시 조직 내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단행해 갖가지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 웅포관광지 제3지구의 목적사업부지에는 민간업자가 골프학교, 연수원, 골프텔, 시민편익시설, 휴양시설 등이 조성되지 않아 준공 허가를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결국 사업포기 상태다. 여기에 목적사업과 관련없는 워터파크를 건설하는 것은 탈법이며, 258억 가량 투자해야 할 민간업자의 책임을 면케 해주는 것으로 특혜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점이 전제된 사실이다. 또한 익산시는 대아리댐 물을 용담댐 물로 바꾸면서 시민들에게 3배의 물 이용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직접 밝힌 바 있다.

익산시는 또 본란 266호 '긴급대피명령을 내리면서 익산시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들은 어느 한 가지도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부분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했다. 세입자들 몇이 집을 비우고 있고 대책이 실현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그러나 문제의 우남아파트 소유자 및 거주자들은 긴급대피명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익산시에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사태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익산시는 대피하지 않으면 전기 끊고 물 끊고 과태료 물리겠다는 협박성 안내문을 보냈다.

어떤 대책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인가. 임형택 시의원은 지난 180회 익산시의외 정례회의 시정질문을 통해, 익산시에 대출 등 지원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과, 현재의 재건축, 재개발 대책은 지원을 못 받는 조건의 주민이 다수이며 실질적인 이주대책도 되지 못한다는 점 등을 따져 물었지만, 박경철 시장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 했다.

익산시는 또 본보 10월 13일자 기사의 '소각장 건설업체 선정 관련 비리를 폭로하면서 근거가 있다고 호언했던 박 시장이 정작 검찰에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해 기소가 확실시되고 있다'는 부분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고발했다. 나는 이를 확신할 만한 진실을 확인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증거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짓말을 했던 박경철 시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허위사실이란 전제된 사실이 허위여야 한다. 본란의 논평 중 어디에도 전제된 사실이 허위인 경우는 없다. 본란은 사건, 시사 문제, 또는 그와 관련된 말이나 글에 대하여 그 가치나 시비, 영향 등을 따져서 평가하는 논평란이다. 평가는 의견표명이며 주관적 표현을 수반한다. 그런데 익산시는 대부분 그 표현 부분이 허위사실이라고 추려서 고발한 것이다.

주제와 평가는 초등학교 정도만 졸업해도 가려낼 수 있다. 고발을 지시한 사람이나 검토 또는 실행한 사람이 보통의 상식 수준도 안 되는 변별력을 드러낸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익산시가 그런 조리를 알고서도 모른 체 하며 고발을 감행했다면, 착오를 핑계하여 무고죄라는 사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모르고 있나 혹은 의도적인가

따라서 고발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박경철 시장의 책임이 심대하다. 특히, 박 시장은 본란의 칼럼 여러 부분을 가리키며 모욕당했다고 직접 고소했는데, 그것은 본인이 아직도 여전히 자칭 시민운동가로 착각하고 있는데서 비롯한다고 보여진다. 박경철은 개인이 아니다. 공인이다. 31만 시민의 대표다.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

시민운동가 이상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박 시장의 언행은 물론이고 판단 하나하나가 익산시민들의 삶과 직결된다. 더구나 박경철은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이다. 스스로 검증대에 올라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비판하는 사람을 핍박한다면 어떤 결과가 닥치겠는가.

내가 10년 전부터 알았던 박경철은 언론인은 사초를 쓰는 사관과 같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사람이다. 내가 쓰는 글과 기사는 타임지와 버금간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송했던 사람이다. 이한수 시장이 재임하던 시절이었다. 박경철은 당시 익산시민연합 공동대표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해의 언론상을 제정해 나에게 수여했다.

비판을 잘 한다고, 당신이야말로 익산시의 공익에 기여하는 언론인이라고, 그렇게 정신적으로 후원하며 내가 굶주린 채 4년여 동안 가시밭길을 가도록 등을 떠밀던 사람이 바로 박경철이었다. 그로 인해 내 기사와 글은 이한수 시장에 의해 걸핏하면 형사 고소 당했는데, 박경철은 그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를 우연히 만났을 때 "어떻게 변호사가 정의로운 지역언론을 상대로 하는 사건을 맡을 수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는 그렇게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 박경철은 어디로 갔나. 나는 과거의 그 허상을 부둥켜안고 고통스러웠던 시절보다 더한 절망감에 치를 떤다. 박경철이라면 비판을 받고 성찰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비판을 거울삼아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바른길을 가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경철은 매번 예측 불가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문제를 야기하여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해 비판 언론에 대립각을 세운다. 지난 6일에는 '언론 보도 대응 및 조치 계획'이라는 언론 길들이기 지침을 각 부서에 하달했다. 갈 때까지 간 것이다. 도대체 박경철은 어디서 온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