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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거나 '사회적인 동물'이다. 굳이 논거를 들 필요가 없다. 사회는 사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이 이루는 공동체다. 다른 공동체와의 경쟁과 호혜를 위한 교섭주체가 되기 위해 자기 정체성을 세운다. 그 표방하는 바가 우방과 적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그것은 오로지 공동체의 안녕과 이익 달성을 지향한다. 교환가치를 극대화하는 효율성과 이익의 분배 문제는 공동체의 대표가 풀어나가야 할 기본 과제다. 이 나라는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고, 그 대표를 견제하고 감시할 대의기관의 구성원들도 국민이 선출한다. 공동체는 정치집단이며, 정치적이지 않고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없다. 이 나라의 체제는 보다 발전하여, 공적인 영역의 사회 공동체도 인정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공무원노동조합이 그 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령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공무원들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노동운동을 허용한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대표도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되며, 주어진 기본 과제를 수행할 책무를 지닌다. 그 절차에 필요한 모든 요식행위는 지극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교과서적인 정치원리를 왜 말하는가. 사용자인 익산시장의 노조를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익산시는 익산시공무원노동조합(이하, 익공노)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 들머리에서 "익공노가 보여준 지난 1년여 행태는 순수한 노동운동을 벗어나 정치적으로 퇴색되었다"고 했다. 교섭단체를 향해 정치적으로 퇴색했다니, 교섭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관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도대체 익공노가 벗어났다는 순수 노동운동은 또 무엇인가.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결사체가 단체행동을 하고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 말고 순수 노동운동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익산시장은 익공노가 노동운동의 정당성과 순수성을 잃어버렸다는 논거로, '조합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인 것'을 들고 있다. 여기서 외부세력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공무원 30명을 말한다. 이들은 왜 익산시를 방문했는가. 공노조 공동체가 익산시 공직사회의 위기의식에 공감하고 동참한 것이다. 단적으로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횡포는 그들 내부의 일이다. 총연맹이 익산시장에게 전달한 서한에 그들의 결기가 잘 나타나있다. 이 서한은 박경철 시장의 부당한 인사와 노조 와해작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부당한 지시와 비난받을 행동, 난무하는 고소고발의 즉각적인 중단과 노조와 열린자세로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익공노는 박 시장이 단행한 인사의 부당성을 혹평한 바가 있다. 서열, 업무추진실적, 조직내 신망도, 직렬별 안배 등을 따지지 못한 뒤죽박죽 인사였다는 것이다. "주요부서 근무자라는 단순한 이유로 전임시장 사람이라는 멍에를 씌워 승진은 고사하고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낸 것은 명백한 보복인사임이 누가봐도 명백하다. 업무추진능력이 부족하고 조직내 신망도 낮은 사람이 전임 시장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이상한 논리로 승진한 것은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익공노는 이같은 사용자의 부당한 조합원들에 대한 권익침해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했고, 위원장이 열흘 넘게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저항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것은 박 시장이 노조를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고 폐쇄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점차 갈등을 증폭시킨 결과다. 노조는, 박 시장이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며 무소통·무소불위를 자행하면서 시청을 농단하고 시민을 무시했으며 사적인 이익을 추구해 왔다"고 직격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의 시정질문 거부, 전임시장 당시 추진했던 모든 시책을 송두리째 없애려는 행태, 인사권 횡포, 시장과 시의회간 극한 갈등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고통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이같은 노조의 위기의식은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박시장에게 자진사퇴를 압박하기에 이르렀고, 집햅부와 노조의 평행선을 달리는 충돌은 극단을 향해 치달았다. 마침내 익산시장은 정기인사를 통해 익공노 핵심간부 3명을 읍·면지역으로 전보발령했다. 이로 인해 전임이 아닌 이들 간부들은 사실상 노조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김상수 익공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보복성이 짙고 편파적이며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이런 행태는 한 마디로 막 가자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익산시는 박 시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김상수 위원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형사고발도 했다. 김상수 위원장은 노조의 뜻을 관철하는 일환으로 철야단식농성에 돌입했고, 5일 째 되던 날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총연맹은 그로부터 8일 째 되는 날 익산시를 항의 방문했다. 익산시는 이러한 익공노의 활동을 위원장 1인의 독단적 행위로 폄하하고, 고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불순한 행위로 폄훼했다. 그러나 위원장과 익공노의 모든 행위는 투쟁의 필요성과 방향을 의결한 총회의 뜻에 따랐다는 점에서 정당하다. 그것은 익공노 여론조사 결과가 방증한다. 일반적인 범주에서 보더라도 노조 집행부의 사용자 퇴진 요구 농성은 조합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야 할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부분파업이나 전면파업 같은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할 때 필요한 '투표 대상'이 아니다. 노조가 위임받은 바에 따른 상시적 노조활동으로 보아야 옳다. 허위에 찬 익산시장과 시민을 위해 배수진을 친 익공노 익산시가 말하는 고도의 정치적 목적이란 뭘까. 부당한 조합원들에 대한 권익침해에 맞선 간난신고의 투쟁 말고, 다른 의도를 고도의 정치적 목적이라고 일컬은 것 같은데, 익산시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익산시장은 같은 입장표명에서 "익공노와의 관계에 있어 상생 파트너십 관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익공노에 대한 건강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산시는 지난달 열린 제7회 전북공무원 노사한마음 체육대회에 익산시 공무원들의 참석을 전면 불허했었다. 입장표명 말미를 장식한 익산시장의 인사와 관련한 화려한 수식들은 또 얼마나 허위에 찬 변설이던가. 익공노는 자신들의 주장에 명실상부한 무게를 싣기 위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1,200명의 조합원 및 명예 조합원 가운데 632명(52.67%)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80%가 불통의 리더십을 걱정했다. 소통을 통한 시정안정이 당면현안 중 첫 번째라고 했다. 62%가 인사행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익공노가 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으로 '조합원 권리침해 방지를 위한 집행부의 일방적 결정 견제'를 꼽았다. 이런 결과를 앞에 놓고 익산시장은 익공노 위원장의 독단적 행위, 인사에 개입하려는 듯한 행동, 노조 본연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의 극치, 고도의 정치적 목적, 노동운동의 정당성과 순수성 상실 등을 운위하면서 노조의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익산시가 근무평정 조작 의혹으로 수사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서 정녕 누구의 맹성이 필요하겠는가. 익산시장이 익공노의 다음과 같은 자기 정체성 천명에 귀를 기울였다면, 오늘과 같은 자가당착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익산시공무원은 시장을 위한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무원이고 시민의 공복임을 분명히 밝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