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과거와 현재의 결정이자 미래를 예측하는 기준 '꼴값'

'꼴값'은 '얼굴값'을 말한다. 얼굴은 시간의 축적이며, 자아의 표상이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명언이 비롯한 저변이다. 꼴값은 현재의 마음값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얼굴을 말할 뿐 아니라,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개인이 구축한 이미지값을 추상(抽象)하기도 한다.

점잖은 얼굴로 경박한 말과 행동을 보일 때, 사람들을 선도해야 할 입장에서 갈지자를 걸을 때, 진실한 얼굴로 허황된 짓거리들을 할 때, 불우한 처지에 분에 넘치는 생활로 폭주할 때 우리가 흔히 "꼴값을 떤다"고 말하는 준거다.

꼴값은 또 인간의 기본적인 꼴을 규준으로 삼을 때, 얼굴이나 지위의 등가와는 관계없이 상식을 벗어나는 언행이나 비도덕적 혹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컬으며, 그 행위가 개인의 과거에 비추어 개연성을 지니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이런 경우의 꼴값은, 한 개인의 행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의 눈에 더 잘 보인다.

꼴값은 이렇게 과거이자 현재를 드러내며, 미래를 예측하는 기준이다.

박경철의 일그러진 꼴값은 과거의 결핍에서 비롯해

박경철 시장이 취임 초부터 수개월 동안을 비서의 화장실 수발을 받을 때, 나는 그가 익산시민연합 사무실을 홀로 지키며 잡일에서 대표의 직무까지 도맡아 수행해야 했던 불우한 과거를 떠올렸다.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그 낯선 갑질을 어떻게든 이해하지 않고는 그가 보이는 모든 행위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명령을 내린다든지 익산시 조직의 의회 보이콧을 명령한다든지, 직권을 남용하여 공무원들이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시켰을 때, 시민단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익산시 공조직을 규탄하며 울부짖던 그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 오랜 세월 벼렸던 절망의 칼을 마구 휘두르는 그는 맨 정신이 아니라 유체이탈 상태가 아닌가 했다.

나는 그가 새정연 익산 갑·을 국회의원들과 익산시의회 의장의 축사를 각종 민간단체 행사의 식순에서 빼고 정치인들과 감정적인 충돌을 서슴지 않을 때, 과거 익산시가 주최하는 행사장에서 자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소외감에 들떠 그 자리에서 고성을 지르고 격노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나는 그가 당선된 이후 첫 번째 단행한 인사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 수년 동안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인물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킨 이래, 세 차례에 걸친 인사로 공직사회 내부가 갈가리 찢기는 파열음을 낸 가운데 승진 서열부 조작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을 때, 반평생을 선거에 매달리다 과도한 채무를 진 상태에서 치른 지난 선거를 떠올렸다.

나는 그가 그의 처지로 보아 부정부패의 오해를 피해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임기 초입부터 돈을 빌려 택지를 사들이더니 큰 집 짓기를 거리낌 없이 할 때, 반평생을 변변한 직업도 없이 빈한하기 그지없게 보낸 세월들을 떠올렸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동질하는 승리의 세레모니로 뜨거워진 피가 그의 뇌 속을 폭주하리라. 그로인해 이성이 마비되었으리라 했다.

나는 그가 업무추진비를 부조리하게 사용하고 사실과 다르게 정리된 장부를 내놓고, 그의 말마따나 식수로 부적합한 저질 물을 시민들에게 먹이도록 승인해놓고도 사과하지 않으며 모르쇠로 일관할 때, 그의 일천한 조직생활과 그로인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돈키호테를 자임하던 과거를 떠올렸다.

나는 그가 익산시 공조직을 이한수파와 박경철파로 패거리를 짓고, 박경철파로 근간을 세우기 위한 대대적인 이한수파 숙청과 조직내부의 침묵을 주도하며 자기 목소리만 키울 때, 그의 오래된 독불장군 시절과 배려와 존중의 인간관계가 일천했던 천둥벌거숭이 시절들을 떠올렸다.

나는 그가 교만한 태도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사리에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이며 위법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공무원들을 찍어내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주변의 말을 묵살하면서 자기만 옳다고 주장할 때, 과거 선거를 직업으로 삼다시피하며 집요하게 매달렸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전임시장을 비리시장으로 낙인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채도시를 만든 무능한 시장으로 누명 씌우면서 불안을 조장했으면서도, 왜 비리시장인지 석명하지 못하여 천길 벼랑 끝에 서고,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부채나마 줄이기를 해태하면서 시민들의 근심을 키울 때 문득 생각했다.

그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산단분양에 힘써서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 그것을 통해 전임시장이 구상한 생산적인 도시의 비전이 확인된다는 사실을. 천신만고 끝에 차지한 권력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공산이 높은 판에 전임시장의 업적을 세우는데 힘을 보태기를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였을 것이라고.

나는 그가 익산시장으로 당선된 직후, 익산시의 출연을 받아 겨우 운영되는 문화재단의 기본재산을 헐어 3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열린음악회를 열고, 예술의전당 개관 기념식장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인구 5만 남짓 되는 도시의 시장을 국빈 수준으로 예우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성대한 만찬을 벌일 때, 그런 '쇼'들에 도취할 수밖에 없는 그의 과거의 삶을 떠올렸다.

나는 그가 허구한 날 의회와 다투고 의원들의 직무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며, 지역축제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는 주민들을 배제할 때, 오직 경쟁에 골몰하던 그의 과거를 떠올렸다.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분열과 갈등을 획책하며 시민들을 기망한 행적은 결국 심판대 앞에 섰다.

나는 그가 익산시의 지방자치 역사상 초유의 대형 사고들을 불장난하듯 저지를 때,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고 싶어 몸서리쳤던 그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런 행위에 명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명분이었기에 익산시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부박한 행태 이상이 될 수 없었다.

그가 그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 1년 3개월 동안의 사례들은 이밖에도 이 지면에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안에 따라 연상되는 그의 개별 과거들은 결국 하나의 꼴값을 형성한다.

'폐쇄성'이라는 꼴값이다.

그 안에는 등등한 적의가 도사리고, 결핍에 비례하는 보상심리가 너울진다.

익산은 지금 '차선' 아닌 '최선' 필요한 사고지역

사회통합 이룰 인물을 공천해 재신임을 물어야

타의든 자초한 것이든 고립무원의 소외감이 오래 누적되면 그 켜켜이 원망도 함께 쌓이기 마련이다.

시계 제로의 벼랑길에서 절체절명의 절박한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기반이 박약한 정치인은 단번에 이목을 끄는 한탕주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맞아 본 사람이 타인을 때리기 쉽고, 멸시를 당해 본 사람이 타인을 짓밟기 쉽다. 가난했던 사람이 허세를 떨며 사치에 빠지기 쉽고, 냉대와 질시를 받았던 사람이 주변을 묵살하고 광분하며 군림하기 쉽다.

이렇게 부작용들에는 원인이 있다. 무릇 평가받고자 하는 사람은 그러한 통시적 스펙트럼 앞에 서 있다. 그러나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위화감 가득한 현실 속에서 절치부심하면서도 자신을 닦고 사회성을 잃지 않으며 사랑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후일 세상에 기여할 기회를 잡았을 때 화평과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과거가 현재를 비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비루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가 과거를 비추는 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산지역에서는 아직까지 허접한 과거를 자양분 삼아 품격을 갖춘 사람이 대중 앞에 나선 적이 없다. 박경철은 그런 익산의 한계성을 고정시키는 쐐기라고도 할 만하다.

인구뿐만 아니라 인재 유출에 무방비 상태인 도시의 한계를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인륜과 도덕을 아는 사람,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사람, 협력을 이끌어 지역발전을 견인할 자질을 갖춘 사람이 절실한 오늘이다.

그런 사람을 당장 키울 수가 없다면, 외부에서라도 영입해야 한다.

공조직을 알고 사람과 사람간의 메커니즘에 익숙한 사람, 타인을 인정할 때 건강한 사회가 건설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자신만만하고 능동적인 사람이 이 도시에 필요하다.

바른 지표로 공조직을 장악하고, 섬기는 마음으로 지역사회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꼭 이 도시에 있어야 한다.

사분오열되어 저마다 깊은 상처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생동하며 희망찬 도시를 재건할 사람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지역 지배정당으로서 새정연의 입지가 불안해진 오늘, 새정연의 승부수는 '구원투수'다.

만약 내년 4월 총선에 익산시장 재선거가 이루어진다면, 새정연은 그 밥에 그 나물을 피하는 특단의 공천 방식을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지금 익산은 차선이 아니라 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장에는 시민들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당만이 해낼 수 있다.

새정연은 '구원투수'로 지역민들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

익산은 지금 비상상황에 떨어진 사고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