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자본주의의 질서가 '경쟁'이라지만, 지는자가 있어야 이기는자가 존재할 수 있다. 경제공동체 안의 누구나 그 체제의 협력자들이다. 부정할 수 없다. 시장을 향해 균등한 기회나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던 우리 사회가 2인자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도, 공멸을 향해 치닫던 무한경쟁의 극단에서 우리가 찾아낸 공생의 출구다.

2인자란 1인자를 받쳐주거나 모자란 것을 채워주고 역할을 분담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2인자는 1인자와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조직내 모든 서열들을 빛나게 하며, 집단의 광채를 유지 관리하는 헬퍼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리더다.

2인자의 영향력은 1인자를 보좌하는 겸손과 모든 구성원들을 섬기는 데서 비롯한다.

봉사자로서 신망을 얻지 않고 명령과 복종의 질서만으로 조직을 운용하려 한다면, 2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1인자에게 경계와 견제를 받아서 힘을 잃게 되거나 숙청되는 2인자를 우리는 허다하게 보아왔다.

철권을 휘두르는 2인자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조직 구성원들은 1인자 같은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1인자의 그런 경향을 교묘하게 이용해 1인자와 2인자 사이를 갈라놓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조언자이며 능숙한 전달자이자, 따르기도 하고 이끌기도 하는 헬퍼의 리더십 없이는 2인자가 단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지 않고 2인자에게 완전히 눌린 조직은 또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2인자가 이렇게 조직에서 중요한 지위에 있는데도, 정당성 없는 민선 6기의 16개월 동안 우리는 익산시 2인자인 부시장을 눈여겨 볼 겨를이 없었다.

그가 1인자를 어떻게 보필해 왔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시장이 부시장의 고유업무 일부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사건 같은 불협화음들이 종종 들려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불통적 행태와 전횡에서 비롯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었다.

익산시 공무원들이 볼 때 익산시 부시장은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2인자였다.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는 사안을 1인자가 재가하지 않으면, 결재를 받아내지 못한 공무원들에게 고약한 불호령을 내렸다고 알려져있다.

그가 아랫사람을 책망하는 바와 같이 1인자와 아랫사람 사이의 가교역을 잘 수행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해 왔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사사로운 정치적 목적으로 1인자가 폭주할 때 행정전문가로서 제어의 책무를 다했는지 역시 잘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16개월 동안 자행된 1인자의 전횡은 수두룩하다. 결과를 지표로 2인자의 익산시민에 대한 충성도를 평가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성적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치단체의 2인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와 또다른 책무를 지닌다.

공직자로서 선출된 1인자가 있지만, 2인자는 행정전문가 조직을 총괄한다는 의미에서는 1인자다.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부시장이 맡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며, 2인자로서의 1인자를 상징한다. 조직의 안정을 해치는 모든 행위를 막는데 몸바쳐야 할 책무를 특별히 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헬퍼의 덕목 이상을 요구받는 자치단체의 2인자로서, 익산시 부시장은 권력의 그늘 아래서 헬퍼의 리더십 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런 그가 행인지 불행인지 반년 동안 익산시를 책임질 1인자로 등극했다. 익산시장 권한대행이 되어 양지로 나온 것이다.

자신이 어떤 공무원인지, 책임의 무게를 어느 정도로 느끼고 있는지,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만천하에 보여줄 기회를 그가 잡은 것이다.

겸손과 섬김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헬퍼리더십이 익산시의 메인 무대에 오른 것이다.

겸손과 섬김을 불명예를 씻는 척도로 삼기를

익산시민들에게는 그가 난마처럼 얽힌 현안들을 풀어낼 중간계투이고, 그 자신은 한 도시의 2인자 반열에 오른 자신의 깜냥을 가늠하는 저울 위에 올랐다.

이렇게 온 삶을 현장에서 스스로 평가해 볼 기회를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동시에 부담일 것이다. 그가 공직자로서 한 평생 축적해 온 내용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그것은 익산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권한대행으로서 1인자는 권력의 계승이 아닌 역할 계승자라는 점이 거듭 강조되는 이유다.

행정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일 뿐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자이기에, 교만으로 자기를 위자하고 군림으로 자기 위치를 확인하려 하면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없다.

반면, 그가 익산시 조직 구성원들 개개인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돕고 섬기면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표피적인 희열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추종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말년의 공직생활이 인생의 의미를 깊고 넓게 경영하는 지형에서 전개된다는 것은 희소한 일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홍복이다.

한웅재 권한대행이 주어진 기간 동안 자신이 잘 살아왔다는 것을 재확인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조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조직이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초석을 놓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오늘 익산시의 2인자적 1인자에게 왜 이런 요구를 하게 되었는가. 말기적 병증이 익산시의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질병은 초기에는 치료하기가 쉽지만, 진단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 진단하기는 쉬워지지만 치료하기는 어렵다. 인식하지 못하면 사태는 악화된다.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알아차릴 때가 되면 어떤 해결책도 소용없게 된다.

익산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알아차릴 정도의 중증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만좌 중에 1인자로부터 인격모독적인 면박을 당하며, 좌충우돌 갈등과 분열을 양산한 민선6기의 방향타 옆에서 속수무책이었던 불명예를 헬퍼적 1인자의 역량으로 말끔하게 씻어버리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