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총은 인류 문명의 정점에 있다.

누구든지 방아쇠를 당길 힘만 있다면 동물을 살상할 수 있다.

보통의 주의력만으로도 상대방의 반격이 미치지 못하는 거리에서 총알을 날려 보낼 수 있다. 뇌관의 폭발력에 튕겨나간 총알은 어떤 동물보다 빠르며, 총알이 박히는 순간 어떤 맹수라도 나가떨어진다.

총의 세상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총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입장에서는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총기범행을 제압해야 한다.

무고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자신을 방어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총기 소유가 허용 된 사회의 구성원들은 언제나 총기사용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일반적인 몸싸움은 물론 범죄현장 또는 다중이 모인 장소 등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통제불능 상태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

치안을 유지하는 주체의 책임이 엄중하고 동시에 공권력의 재량 범위가 넓게 허용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이 총기 소지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예측 불가능한 총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성에서 비롯하거니와, 공권력 과잉에 의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통시적 인식도 그와 다르지 않은 비중으로 내포한다.

대한민국에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다. 치안의 관점으로 볼 때 미국 시민의 격분상태와 대한민국 시민의 격분상태는 위험도에서 총과 맨주먹의 대비처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총은 격발만 하면 그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지만, 칼이나 몽둥이 같은 무기를 사용할 때는 신체적 조건을 비롯한 여러 역학에 제약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의 경찰이 총기 사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되는 이유는 경찰만 총기를 소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이 칼이나 몽둥이 보다 위험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왜 이렇게 초딩들에게나 어울릴법한 물상을 말하는가.

소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초딩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지능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선진국에선 시민이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경찰이 그냥 패버린다는 새누리당 이완영의 막말은, 지난 14일 경찰이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물대포를 쏴서 한 농민을 중태에 빠뜨린 것을 옹호하면서 던진 것인데, 그 준거에 공간적 기초가 없고 상황 이해가 없다.

그의 막말에서는 일반 국민들의 총기사용을 금지하고 경찰이 시민을 두들겨 패지 못하는 대한민국은 후진국이라는 관점이 발견된다.

그가 이른바 선진국의 공권력이라고 일컫는 것은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0~90%는 정당하다고 하는' 미국의 그 공권력이다.

시민을 쏘고도 처벌받지 않는 미국의 경찰들은 범인들이 손을 뒷주머니에 넣는데 총을 꺼내는 것 같아서 죽였다는 식으로 정당성을 주장하고 그것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대한민국이라는 공간 구분부터 하지 못한 인지 수준이다.

총보다 빠른 혀의 광란

미국의 폴리스라인은 적법성을 확보한다. 시민들의 접근을 불허하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집회 결사의 자유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폭넓고 자유롭게 보장된다. 그런 것이 선진국의 가치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 경찰들이 자유롭게 시민들을 구타하고 그런 인권유린이 선진국의 공권력이라고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4년 전에 경찰의 차벽 설치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찰은 차벽을 설치해 시위대의 길목을 막았다. 집회참가자들이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했다. 일부는 공격적으로 차벽 제거에 나섰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최루액과 색소를 섞은 물대포가 시위대에 직사됐다.

살수 압력이나 적정거리 유지, 신체부위 제한 등 안전규정을 무시한 물대포는 사람들을 강타했고, 그중에 한 명이 1m 정도 뒤로 나가떨어졌다.

며칠째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위독하다.

그러나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 씨(68)는, 이완영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만행을 저지르던 폭도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집회 현장에 쇠파이프와 밧줄이 동원됐기에, 평화적 시위를 하던 백 씨라 하더라도 경찰이 그냥 패버렸어야 하고 총으로 쏴버렸어야 마땅하다는 의식의 저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선진국형 진압을 전제할 때 물대포 직사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며 그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총알의 속도를 방불하는 물대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악의적인 말은 총알보다 빠르고 순식간에 확산되어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막말이다.

더구나 그 영향력이 총보다 크기에 공신력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집권당의 의원들이 말을 가려하지 않고, 정부의 불통 정책에 분노를 표출하는 세력을 오직 궤멸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혀를 놀린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위험하다.

그들을 줄줄이 세워놓고 물대포를 직사해야만 그것이 왜 과잉진압인지를 깨달을 것이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근거리 직사 살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진 그들은 더 이상 말이 없을 것이다.

이 나라의 공인들이 이렇게 기본을 갖추지 않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자기의 언어에 갇히고 자기 사유체계에서 타자의 영향을 차단해버린 자폐적 양태다.

무능한 독선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 동원하는 것은 폭력이다.

소통의 부재는 그들이 불통의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현 정권이 그러하고 그들의 숙주다.

무장한 자가 비정상적인 행위로 무장을 허가받지 못하는 민간인들을 자극하여 도발을 야기하고, 부당한 폭력을 휘둘러 진압하는 것을 본보기로 삼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차벽을 설치할 수 있고, 그러한 위험이 있더라도 불법·폭력 집회 참여 의사가 없는 일반시민 통행까지 제한 할 수 없다는 게 헌재의 결정이다.

그러나 경찰은 행진 시작 전부터 차벽을 설치했고, 광화문으로 가는 길을 원천봉쇄하여 집회와 무관한 시민의 통행까지 막았다.

불통 정책으로 10만여명의 시민들을 거리에 뛰쳐나오게 하고, 불통의 장벽을 세워 저항을 부추기고, 최루액 섞은 물대포로 사람의 가슴과 얼굴을 직격하고, 쓰러진 뒤에도 물대포를 계속 쏘고, 구조에 나선 사람들을 조준하여 물대포를 직사하고, 피해자를 포함한 집회참가자들을 폭도들로 매도함으로써 모든 책임을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웠다.

폭력성의 숙주

불통의 권력에 항거하는 불충죄는 불통방식의 물리력으로 응징하되 그 결과는 자초된 것이라는 통치 원리의 천명, 그 공포정치는 이완영이나 어용언론들 같은 주구세력의 협력으로 늘 완승한다.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면서 검정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창하는 사람들을 불순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나, 소모적인 정쟁으로 민생을 외면한다며 야당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행태도 그 불통의 통치원리와 궤를 같이한다.

헌법과 법률, 자체지침까지 무시한 공권력에 의해 국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공안당국 책임자들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또는 살인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안당국은 되레 집회 주동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공안몰이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막가파식 무모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 나라 정권이 불통의 온상에서 폭력성을 육성하고 옹호하고 장려하는 데에 있다.

공권력이 사용한 총(물대포)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때 흉기다.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부주의한 혹은 정권유지 목적의 격발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 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국민이 이 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는 없다.

이 정권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할 공직자들에게 스스로 책임을 묻는 일을 하지 않았다. 정체성은 물론 인륜을 저버리고도 보호받는 그들의 복마전이 이 정권인 것이다.

이 정권의 수장은 인간성을 상실한 그들을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양산하여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가. 지근거리에 총을 든 자들이 많고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녕 잊어버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