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임은정 검사를 둘러싼 사법부 파동이 심상치 않다. 목하, 법무부는 시대를 역주행하는 폭주기관차가 되었다.

국민과 구성원들이 모두 고개를 갸웃하는 바람에 한 쪽 바퀴가 위태하게 들린 상태다. 임 검사가 바랐던 일은 결코 아니다.

불의한 윗사람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한 임 검사를 징계하고, 법원이 그 부당한 징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와중에, 검찰은 임 검사를 심층적격심사 대상자 명단에 올리고 법무부는 검사의 적격심사를 강화하는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고있다.

이런 일련의 이성을 잃은 찍어내기 기도는 독재시대의 전형인 전체주의의 표증이다.

불의한 전체주의가 정당한 개별 주체를 압살하려고 하다가 제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자멸의 수순이다. 뒤집어보면 법무부는 검찰권을 포기하고 검찰의 고유권한을 불이행하도록 밀어붙인 임은정 검사의 상사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부장검사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11년 전에 사실상 사문화된 '검사동일체'의 망령에 씌어 시대정신의 첫 싹을 짓밟는 자해행위라고 하는 것이 더 적실할 수도 있겠다. 현행 형사소송법 아래서 검사는 독자적으로 법 자체를 구체화하고 정의실현을 목적으로 삼는 사법기관이다.

좀 더 밀도있게 검사의 지위를 보면, 검사는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수사권의 주재자이자 공소제기의 독점자(기소독점주의)로서 수사절차·공판절차·재판집행절차에 이르는 형식절차 전반에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의 단독관청이다.

그런데 부장검사는 특정 사건의 공판검사인 임 검사에게 피고인에 대한 백지구형을 지시하여 법으로 보장된 검사의 독립성을 훼손했고, 이에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한 임 검사에 대한 감찰을 대검찰청에 의뢰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감찰을 벌여 임은정 검사에 대해 '정직처분'을 내려달라고 법무부에 권고했고, 결국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정직 4월'의 징계처분을 결정했다. 임 검사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징계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임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는 곧바로 항소했다.

또 한편으로는, 검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경우,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등 퇴직명령을 내릴 수 있는 3개 사유 조항을 신설하는 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검찰청법의 검사 퇴직명령 사유는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있다. 법무부의 검찰청법 개정 추진은 검사들을 상명하복의 지푸라기로 줄줄이 엮어 똑같은 냄새를 풍기는 조직의 일원으로 만들려는 불의한 진자운동에 다름 아니다.

집요한 전체주의의 표적이 된 검사

사태의 전개일지만 들여다 봐도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고 검찰 내부의 소신행동을 뿌리 뽑는데 법무부와 검찰이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임은정 검사는 2012년 12월 28일 과거사를 재심리하는 법정에서 윤길중 피고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법무부는 2013년 2월 임은정 검사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렸고, 2014년 2월 서울행정법원과 같은해 11월 서울고법(항소심)이 그 징계처분 취소 판결을 연이어 내리자, 검사의 적격심사를 강화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검찰청은 그런 와중에 임은정 검사를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렸다. 이달 초의 일이다.

임 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7년마다 실시하는 적격심사 대상이 되었고, 검찰은 그 가운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소수의 검사를 심층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임 검사를 포함시킨 것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해당 검사가 그동안 처리한 수사·공판 과정을 특별사무감사해 퇴직명령 대상 여부를 파악하게 된다.

임 검사의 문제, 소위 법무부와 검찰의 표적이 된 임 검사의 행위는 무엇인가. 단순하다. '명령 불복종'이다.

법리상 유죄 입증이 부족한 경우이고, 앞서 같은 공범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은 사안이었다.

처음부터 기소해서는 안 될 사건이었기에 무죄 구형은 불가피했다.

혐의없는 것을 무죄라고 말하는 임은정은 직분에 충실한 천생 검사다.

특히 그의 무죄구형은 54년 전에 검찰이 저지른 잘못을 시인하고, 우리는 다시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대한민국의 검찰은 이와 같은 검사들이 구성하고 이와 같지 않은 검사들을 퇴출시키는 자정작용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어야 옳다.

그러나 정부와 검찰은 왜 임은정 찍어내기에 집착하는가. 공개적으로 발가벗고 자기 치부를 드러내는 일인데도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의를 제거하는 불의한 집단은 검찰과 대척점을 이루는 법인데, 위상이 땅에 떨어지더라도 감수하는 검찰의 태도는 무엇을 위한 집단이기주의인가.

정권과 한통속이 되어 무고한 반정부 인사들에게 죄를 씌워 반정부 세력을 와해시키는 정권의 시녀로 남고 싶은 것이다.

임은정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재심사건의 피고 윤길중은 누구인가.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조작된 '통일사회당 사건'의 피해자다. 전 진보당 간사였던 윤길중은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혁명재판소에 기소돼 1962년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른 뒤 1968년 4월 출감했으며 2001년 사망했다.

임 검사는 앞선 2012년 9월, 과거 민청학련사건 배후 조종자로 몰려 옥고를 치렀던 박형규 목사 재심 사건에서도 무죄를 구형한 바 있다.

이 때도 상부는 백지구형을 지시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임 검사가 과거사의 질곡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당시 무죄구형의 모두 진술에 잘 나타나있다.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을 맞아 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몸을 불살라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을 위해 위선과 음모의 집단임을 자인하나

검찰은 지금 독재권력에 호가호위 하면서 죄없는 사람을 죄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능을 꿈꾸고 있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없다면, 감히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면서까지 반민주적일 수 없다.

생각해 보라. 일련의 행위가 국민의 검찰이 할 짓인가. 검찰의 할 일을 포기하고 판사에게 형량을 일임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검찰의 무용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다.

징계를 받아야 할 검사는 임 검사의 상사인 부장검사가 아닌가.

그는 임 검사가 이의를 제기하자 심사를 준비하도록 해놓고 뒤에서는 사건을 전혀 모르는 기획검사로 공판검사를 교체하는 망발까지 했다.

임 검사가 법정 출입문을 잠그고 자기 책임을 다한 것은 법무부나 검찰총장이 상을 줘야 마땅한 일이다.

특히, 정의와 진리의 잣대가 아닌 독재자의 통치 논리에 의해 형량이 정해진 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한 검사의 용기를 꺾고 제거하지 못해 안달난 정부와 검찰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지 자성해야 한다. 환골탈태로써 국민앞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검사 개인을 검찰이라는 거대 머신의 부품으로 편제하면 가미가제 조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권력에의 굴종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멍텅구리 조직으로 전락한다. 궁극적으로는 '정의 수호'라는 본래적 기능을 상실한 딸랑이 검사들이 전국방방곡곡에서 권력의 '완장'으로 국민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임은정은 그나마 높아진 법조문화의 전범인데, 상식을 비상식으로 매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위선과 음모의 집단이라는 것을 자인하면서까지 빗나간 충성으로 어떤 영달을 보장받는가. 실로 누대에 걸쳐 부끄러운 민낯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