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2016년은 익산시민들에게 두 가지의 중요한 선택을 요구한다.

하나는 갑·을 지역을 대표해 국회에 입성할 인물들을 가리는 일이고, 또 하나는 익산 자치조직의 대표를 뽑는 일이다.

뒤집어 보면, 익산시민들의 안목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익산시민들은 지난해 6월 4일 익산시장을 잘못 뽑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1년 4개월 동안 사납고 예측할 수 없는 광풍은 잘날이 없었다.

도처의 충돌음과 파열음은 귀곡성처럼 살풍경을 만들고 그로 인해 터져나오는 비탄의 목소리는 도시를 극심한 우울증에 빠뜨렸다.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덜컥 뽑은 탓이었다.

흑색비방과 시민들을 속여 당선된 부정행위를 법원이 단죄했고, 미숙과 충동의 소산에 따른 온갖 후유증을 시민들이 다 떠안게 되었으며, 한참을 퇴행한 도시를 시민들이 견인해야 할 판에 시장직을 박탈 당한 뒤에도 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꼴을 지켜봐야 하는 치욕을 시민들은 또 당하고 있다.

어쩌자고 시야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던 사람을 뽑은 것일까. 익산시민들은 단장의 아픔을 감당하며 피상적인 이미지와 포장에 불과한 프로필에 담겨있는 위험을 절감했다.

그 폐단이 도시공동체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를 1년 4개월 동안 진저리를 치며 보았다.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뽑은 대가

'참신'이라는 가면을 벗기면 거기에 무능하고 책임지지 않는 뻔뻔한 얼굴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오랜 세월 시민운동가'라는 외피 안에는 충동적이고 광포한 '갑'적 폭력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한 평생 청렴을 부르짖던 자가 관직에 나아가서는 분수에 맞지 않게 재산을 증식하고, 비리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개연성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뜻밖의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관직을 얻기 위해 긴 세월을 매달렸기에, 독보적인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 지도자의 덕을 갈고 닦았으리라 했던 기대는 또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졌던가.

익산시민들은 1년 4개월 동안 지극히 함량미달인 자가 부리는 하늘 높은줄 모르는 독선과 교만을 지켜봐야 했다.

고립무원의 입지를 극복하고 화합과 협력으로 도시공동체의 발전을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로서 불통과 배제로 편가르기를 일삼는 역주행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자기 뜻에 반하는 실바람만 스쳐도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광란의 폭주를 지켜보면서 얼마나 위태했는가. 같은 하늘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을 잘못 뽑은 단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자각해야 했다.

그렇다고 모든 시민운동가가 그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시민들의 색안경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고위공직자 출신이라고 해서 그 보다 낮지 않은 경우도 익산시민들은 같은 기간 같은 공간에서 목도했다.

부채부풀리기 수법의 흑색비방으로 시민들을 속여서 도시공동체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를 안기고도, 반성은 커녕 되레 큰 소리를 치는 터무니없게도 미숙한 전 고위공직자를 익산시민들은 보았다.

그가 시민들을 속일 때 유효한 전문성이라는 스킬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시민운동가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더구나 그는 자신보다 시민들이 무지한 것으로 간주하고 우기면서 밀어붙이는데 능란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선거에서는 그와 같은 시민운동가형이나 고위공직자 출신형의 진위를 가리는 안목이 절실하게 됐다.

익산 시민들의 안목을 평가받는 선거를 앞두고

위기의 익산이다.

자치조직을 맡길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가려야 할까. 명장(名將)이 필요하지만 욕심이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가려내는 것이다. 그런 보편적인 견지에서 손자가 제시한 리더의 다섯가지 덕목(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면 어떨까 한다.

지(智)는 통찰의 눈으로 미혹을 끊고 정확하게 아는 힘이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기에 지(智)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잘 알지 못하면서 방향을 가리키며 "내가 옳다"고 속이는 자는 공동체가 낭떠러지에 떨어지거나 좌초되는 순간에도 책임의식 조차 없게 마련이다.

그는 자신의 미혹을 가리기 위해 우기기를 일삼는 천둥벌거숭이인 탓이다.

지(智)가 리더의 덕목이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내일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변화하는 일의 방향을 잘 아는 것이 지(智)다. 치열하게 학습하고 연구하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다.

신(信)은 경계를 풀고 의심없이 따르게 하는 힘이다. 리더는 힘을 결집하여 최대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일사불란한 조직과 공동체의 대동단결은 리더의 신뢰없이 이룰 수 없다.

신상필벌이 분명한 리더, 한 말에 반드시 책임을 지고 잘못을 책임지는 리더만이 신(信)을 세울 수 있다.

친소관계에 휘둘리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을 만들고, 피아를 구분하여 패거리를 짓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자는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고금을 막론하고 굶주림은 견딜 수 있지만 불신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없는 붕괴의 기제다.

인(仁)은 대립과 배제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소통하는 힘이다.

리더는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갈등과 분열을 막고 통합을 이룩하여 유지해 나갈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인(仁)은 자비롭고 너그러운 마음의 표상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존의 시스템에 적합한 사람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다.

적을 용서하고 포용할 줄 아는 아량의 정도가 그런 리더를 가늠할 척도다.

팔을 벌리지 않고 팔짱을 낀 사람에게 누가 가까이 가려하겠는가.

용(勇)은 두려움을 걷어내고 눈 앞을 환하게 비춰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리더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다. 횃불을 들고 캄캄한 어둠 속으로 가장 먼저 뛰어들어가는 사람이다. 기회를 만나면 즉시 잡고 적을 만나면 망설임 없이 싸우는 사람이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 리더인 것이다.

리더의 용기는 그래서 조직의 사기를 결정한다.

도전을 꺼려하며 끊임없이 말을 바꾸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궤변으로 강변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엄(嚴)은 원칙을 세워서 목표의 장애를 제거하는 힘이다.

리더는 반드시 승리하는 사람이다. 읍참마속의 준법으로 기강을 바로잡고, 상하의 기율을 목숨과 같이 지키는 사람이 리더다. 리더의 결정이 일사천리로 실행되지 못한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유능한 리더는 사랑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아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인기는 리더십이 아니다. 리더십은 성과다.

리더를 두려워하되 적을 두려워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엄(嚴)이다.

따라서 리더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고, 그것을 조직의 기치로 삼는 사람이다.

부디,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이 이 오덕을 저울로 삼아 스스로의 깜냥을 확인하기를 바란다.

부끄러운 줄 안다면 속빈 강정으로 얼굴을 내밀진 않을 것이다. 자기를 닦고 덕을 채워서 출마해도 늦지 않다.

후보난립에 유권자들이 지레 질려서 포기하거나 선택의 올바른 지표를 버리고 편한 선택에 경도되지 않을까 저어한다.

만약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익산시장 재선거가 인물 본위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깜냥도 안 되면서 출마한 모든 후보들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